(서울=연합뉴스) 윤보람 기자 = 한국GM 노사가 20일 비용절감을 골자로 하는 임금 및 단체협약(임단협) 교섭 합의에 실패하면서 법정관리 문턱에 놓이게 됐다.
제너럴 모터스(GM) 본사는 이날까지 노사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자금이 고갈돼 법정관리를 신청할 수밖에 없다고 수차례 밝혀왔다.
◇ 이달에만 2조7천억원 필요…유동성 여력 없어
한국GM이 법정관리를 언급하는 것은 더는 자력으로 버티지 못할 정도로 유동성이 바닥났기 때문이다.
우선 협력사에 지급해야 하는 한 달 평균 부품대금이 약 3천억원이다.
지급 예정이었다가 보류된 2017년도 성과급 지급분 720억원(450만원×1만6천명)과 일반직 직원 급여(25일 지급) 500억원 등 인건비도 필요하다.
이달 말에는 앞서 희망퇴직을 신청한 약 2천600명에게 위로금을 줘야 한다. 2∼3년 치 연봉, 평균 2억원으로만 계산해도 약 5천억원 규모다.
이런 지출을 모두 합산하면 한국GM의 4월 한 달 필수 비용은 약 9천220억원(3천억+720억+500억원+5천억원)에 달한다.
한국GM은 노사가 임단협에 합의하면 GM 본사로부터 차입금 형태로 해당 자금을 지원받을 예정이었으나 합의 불발로 자금 수혈이 어려워졌다.
차입금 상황까지 고려하면 유동성 위기는 더욱 심각하다.
2017년 한국GM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이 회사의 차입금은 총 3조2천79억원이다.
이 중 올해 1월 상환한 금액 약 3천900억원을 제외하면 실제 차입금은 2조8천179억원이 된다.
모두 GM 홀딩스 LLC 등 GM 본사와 계열사로부터 빌린 돈으로, 이자율은 4.8∼5.3% 수준이다.
GM은 지난 2월 말 이사회에서 밝힌 '실사 기간 중 채권 회수 보류' 원칙에 따라 차입금의 만기를 계속 연장해왔다.
그러나 임단협이 주말을 넘겨서도 끝내 파행되면 GM이 한국GM의 흑자 구조 전환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해 자금 회수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이런 경우 이미 만기 연장으로 상환을 유예했던 차입금 총 1조7천억원을 당장 상환해야 할 상황이 올 수 있다.
결국 이달에만 부품대금·인건비·차입금을 모두 합쳐 2조7천억원가량을 조달해야 하는데, GM 본사 지원 없이는 여력이 없어 부도가 불가피하다는 게 한국GM의 설명이다.
◇ 법정관리 준비 착수…주말 추가교섭 가능성도
한국GM은 이날 오후 8시 이사회를 열어 법정관리 신청 계획을 확정한 뒤 월요일인 23일 이후 채무 불이행 날짜에 맞춰 법정관리 신청을 조율할 것으로 예상된다.
산업은행이 법정관리를 반대하고 있으나 이사진 구성상 단독으로 의결을 막는 것은 불가능하다. 한국GM 이사회는 지분율에 따라 GM 본사 6명, 산업은행 3명, 상하이GM 1명 등 10명으로 구성됐다.
다만 실제 법정관리를 신청하기까지는 주말을 포함해 시간이 남아있으므로, 그사이 노사가 다시 협상 테이블에 앉아 '끝장'을 볼 가능성도 있다. 이사회에서 법정관리를 결의했어도 주말에 합의를 도출한다면, 그 계획을 철회할 수 있다는 뜻이다.
다만 유동성 위기가 심각한 만큼 시간적 여유가 그리 많지는 않다는 게 사측의 판단이다.
산업은행은 한국GM이 법정관리를 신청할 경우 주주 이익을 침해한다는 이유를 들어 법적 대응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법정관리 중지 가처분 신청 등을 할 가능성이 있지만, 이 과정에 소요되는 물리적 시간 등을 고려하면 법정관리 신청 자체를 막을만한 실효성은 없다는 평가가 나온다.
일각에서는 한국GM이 산업은행에 투자확약서를 요구한 27일까지는 법정관리 신청을 하지 않을 것이란 관측도 있다.
GM이 본사 차입금만 즉시 회수하지 않는다면 그날까지 어떻게든 버티면서 노사 합의를 계속 시도하고, 정부 지원을 최대한 끌어낼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만일 한국GM이 법정관리에 들어가면 청산(파산)이나 혹독한 구조조정을 통한 회생 절차를 밟게 된다.
회생 절차에 돌입할 경우 추가 인력 구조조정은 물론이고, 생산시설을 궁극적으로 폐쇄하면서 연구·디자인 센터와 판매 조직 정도만 국내에 남길 것이 유력시된다.
정부 집계에 따르면 한국GM의 1∼3차 협력사는 총 3천1곳이고, 연관 고용인원은 14만명에 달한다.
한국GM이 흔들리면 본사 직원 약 1만6천명(희망퇴직 시행 전 기준)까지 합해 총 16만여명의 일자리가 위태로워질 수 있다.
bry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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