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을의 반격'…대한항공 직원 600명 모인 '단톡방' 제보 봇물

입력 2018-04-21 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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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의 반격'…대한항공 직원 600명 모인 '단톡방' 제보 봇물
총수 일가 '갑질' 사례 쏟아져…의미있는 자료는 언론·수사기관에 제보
"오너 일가 비위로 2만명 일터 망가져…전문경영인 들어와 정상화해야"

(서울=연합뉴스) 김동규 기자 = 대한항공[003490] 직원들이 한진그룹 총수 일가의 불법·비리 의혹 사례를 수집해 언론·수사기관에 제보하는 등 적극적인 반격에 나섰다.
이들은 익명성이 보장되는 카카오톡 오픈 채팅방에 '제보방'을 만들어 총수 일가의 각종 '갑질'·비리 논란 사례를 공유하고 있다.
특히 이 가운데 의미 있는 제보나 증거 자료 등은 보안성이 뛰어난 텔레그램을 통해 모아 언론과 수사기관에 제공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21일 대한항공 직원 등에 따르면 최근 카카오톡에 '대한항공 갑질 불법 비리 제보방'이라는 오픈 채팅방이 개설됐다.
카카오톡 오픈 채팅방은 '친구'가 아닌 사람끼리도 서로 익명으로 대화할 수 있는 비밀 채팅방이다. 오픈 채팅방 개설 후 자동 생성되는 채팅방 고유의 링크를 카카오톡을 통해 공유하면 초대할 수 있다.
개설 사나흘 만에 참여자가 600명을 넘긴 이 채팅방은 총수 일가의 각종 '갑질'과 불법·비리 의혹 사례 등을 제보받는 용도로 활용되고 있다.
채팅방 참가자들은 총수 일가와 관련한 ▲ 폭언 녹취 파일 ▲ 갑질·폭력·부당한 업무지시 ▲ 강등·퇴사 등 부당 인사 ▲ 세관 통과·탈세·비자금 ▲ 국토교통부 관련 비리·비위 등을 최우선 제보받고 있다.
이 채팅방에는 대한항공의 객실·운항·정비·일반·화물 등 각 직문 직원들이 모두 참여하고 있어 다양한 제보가 쏟아지고 있다.

총수 일가가 회사나 기내에서 직원에게 폭언과 부당한 대우를 했다는 '갑질' 제보부터 면세품 등 처리 과정에서 난 손실을 승무원 사비로 메우도록 했다는 제보, 해외에서 각종 물품을 사오면서 이를 회사 물품으로 둔갑시켜 운송료와 관세를 내지 않았다는 구체적인 사례까지 제보가 꾸준히 올라오고 있다.
이들은 민감한 제보나 개인정보가 담긴 구체적인 증거 자료 등은 보안성이 뛰어난 텔레그램으로 따로 수집하고 있다.
이 채팅방이 알려지면서 회사 측 관계자가 참여하고 있고, 제보자가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채팅방 관리자는 "민감한 자료는 절대 단톡방에 올리면 안 된다. 텔레그램 1대 1 대화를 신청해 보내달라"며 "텔레그램은 서버에 저장되지 않고, 메시지를 삭제하면 추적이 아예 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텔레그램을 통해 확보한 자료는 정리해서 언론에 제보하고 있다.
최근 언론을 통해 보도된 총수 일가의 고성 음성 파일, 밀수 의혹 관련 자료 등이 제공이 이곳을 통해 이뤄졌고, 제보·증언할 직원 섭외 등도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도 이 채팅방을 통해 제보를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채팅방 관리자는 "경찰이 '조현민 사건' 수사를 위해 갑질이나 폭행, 폭언 등을 당했던 직원 제보를 바란다고 알려왔다"며 "당사자는 텔레그램으로 알려달라"고 공지했다.
채팅에 참여한 직원들은 혹시 입게 될지 모르는 불이익을 두려워하면서도 "한명 한명의 제보가 회사를 바로잡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며 서로를 독려하고 있다.
이들은 "자꾸 (논란이) 터지면 회사는 어떻게 되는 건가요?"라고 회사의 미래를 걱정하면서도 "그동안 잘못된 관행들, 조 씨 일가의 폭언과 당연시돼왔던 만행들이 너무 익숙해졌다"며 회사의 발전을 위해서라도 변화가 필요하다고 공감대를 넓혀가고 있다.
한 직원은 "그동안 할 수 있는 게 없었는데, 이런 식으로라도 회사의 잘못된 관행을 바꿀 수 있다면 어떤 일이라도 참여할 것"이라며 "검증된 전문경영인이 들어와 회사를 정상화할 때까지 이런 노력이 계속돼야 한다"고 말했다.
다른 직원도 "총수 일가 5명이 저지른 비위로 2만명의 소중한 일터인 대한항공이 도매금으로 비판받는 현실이 억울하다"면서 "이번 기회를 통해 많은 이들이 땀 흘려 일하는 일터인 대한항공이 예전 위상을 되찾아 직원들이 떳떳하게 일할 수 있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dkkim@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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