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핵실험중지 발표에 日 '복잡한' 반응…"환영한다" "불충분"(종합2보)

입력 2018-04-21 21:25  

北핵실험중지 발표에 日 '복잡한' 반응…"환영한다" "불충분"(종합2보)
아베 "긍정적인 움직임…환영한다"…방위상 "만족할만한 발표 아냐"
日언론 "핵폐기 첫 언급" 신속보도…1면 도배하면서도 "핵포기는 언급 안해" 지적

(도쿄=연합뉴스) 김병규 특파원 = 북한이 핵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실험 중지와 핵실험장 폐기를 발표한 것에 대해 일본 정부는 환영의 뜻을 표하면서도 불충분하다는 반응을 보이는 등 복잡한 반응을 보였다.
일본 방송과 통신은 관련 소식을 자막과 속보로 신속하게 전했다. 신문들은 석간 신문 1면에 관련 소식을 대대적으로 전하며 북한의 화해 분위기에 대해 기대를 나타내면서도 북한의 발표 내용에 핵포기는 언급되지 않은 사실을 지적했다.



◇ 아베 총리 "긍정적인 움직임"…고노 외무상 "1보 전진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북한의 발표에 대해 "긍정적인 움직임"이라며 환영의 뜻을 밝혔다.
그는 이날 도쿄(東京)도내에서 기자들에게 이렇게 말하면서 "다만 중요한 것은 이런 움직임이 핵과 대량파괴 무기, 그리고 미사일의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폐기로 이어질 것인지 여부"라며 "이를 확실히 주시하겠다"고 강조했다.
아베 총리는 향후 대북 대응에 대해 "기본 방침은 변함이 없다"면서 "이미 미일 정상회담에서 다양한 북한의 변화와 대응에 대해 어떻게 대처할지에 대해 협의가 끝났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러한 기본 방침에 따라 미국·일본, 그리고 한국·미국·일본 차원에서 대응해 가겠다"고 덧붙였다.
고노 다로(河野太郞) 외무상 역시 북한의 발표를 "1보 전진"이라며 높이 평가했다.
그는 이날 하네다(羽田)공항에서 기자들에게 "1보 전진이라고 생각한다"며 "핵·미사일 포기를 향해 구체적인 움직임이 있을 것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고노 외무상은 이어 "북한 안에서 절차를 거쳐 핵실험장을 폐쇄하고 곧 발사를 하지 않을 것이라는 언급이 있었다"면서 발표 내용이 북한의 노동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라는 절차를 거친 것이라는 것을 중요하게 평가했다.
그는 다만 "(일련의 조치는) 핵보유를 전제로 하고 있다. 핵무기의 폐기에 대해서 언급하지 않아 불충분하다"고 지적했다.
한편 북일 간 대화에 대해서는 "남북 정상회담과 북미 정상회담의 모습을 제대로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 오노데라 방위상 "이것만으론 불충분" 딴지
오노데라 이쓰노리(小野寺五典) 일본 방위상 역시 "만족할 만한 발표는 아니다"며 경계하는 모습을 보였다.
미국을 방문 중인 오노데라 방위상은 기자들에게 "중·단거리 탄도미사일의 포기와 관련한 언급이 없으며 핵 포기에 대한 발언도 없다. 이것으로는 불충분하다"고 말했다.
그는 "국제사회가 북한에 요구하는 것은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방법으로 모든 대량파괴무기와 다양한 탄도미사일의 계획을 포기하는 것"이라며 "국제사회가 북한에 대한 압력을 느슨하게 할 타이밍은 아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어 "계속 최대한의 압력을 가해 북한이 핵·미사일을 포기하게 하겠다는 자세에 변함이 없다"고 덧붙였다.
교도통신은 일본 정부가 북한의 발표에도 제재와 압력을 유지할 것을 국제사회에 계속 요청할 방침이라며 "핵의 완전 포기를 약속하지 않은 만큼 사태는 아무것도 변하지 않았다"는 일본 정부 관계자의 발언을 전했다.
방미 중인 아소 다로(麻生太郞) 부총리 겸 재무상은 "지금까지도 핵실험장을 포기하겠다는 조건으로 자금을 받아낸 적이 있었지만, 실제로는 실험을 계속했다. 여러 차례 그런 적이 있었다"며 "현장과 상황을 확실히 조사한 뒤 코멘트를 내겠다"고 말했다.
일본 방위성 관계자는 NHK에 "북한이 구체적으로 미사일 발사 실험 중지와 핵실험장의 폐기를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앞으로의 움직임을 주시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남북·북미 정상회담을 앞둔 흥정 기술의 일환일 가능성도 있다"며 "구체적인 움직임으로 이어질지 신중하게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 日언론 "核폐기 첫언급" 주목…"비핵화 자세 평가…국내외 모두 노린 전략"
이날 오전 조선중앙통신이 핵·미사일 발사 중지를 발표하자 NHK와 교도통신 등은 북한이 처음으로 핵 폐기 방침을 밝혔다고 평가하면서 관련 소식을 신속하게 보도했다.
NHK는 조선중앙통신의 관련 보도내용을 자막을 통해 전한 뒤 리포트를 통해 "남북 정상회담과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북한이 국제사회에 대해 대화 자세를 강하게 호소했다"고 설명했다.
방송은 이어 "북한이 전략적인 계산 하에 이런 발표를 해 선수를 친 것"이라며 "핵폐기에 대해 진정성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린 것"이라고 분석했다.
교도통신도 이날 '북한, 핵실험장을 폐기…ICBM 발사 중지', '북한, 위협 없는 한 핵무기 사용 않는다' 등의 속보를 전달하면서 북한의 발표 내용을 자세히 전했다.
지지통신 역시 속보를 통해 북한이 핵실험과 ICBM의 발사 중지를 결정하는 한편 주변국과 긴밀한 대화를 적극적으로 행할 생각을 밝혔다고 전했다.
주요 석간 신문들 역시 일제히 1면 머릿기사로 관련 소식을 전하며 큰 관심을 보였다.
요미우리신문은 발표 내용을 "북미회담을 앞둔 땅 고르기"라고 평가하며 "북한이 비핵화를 향해 1보를 내딛는 자세를 보였다"고 소개했다.
아사히신문은 "핵실험장 폐기와 탄도미사일 발사 실험 중지를 밝혔지만, 김정은 위원장이 비핵화는 언급하지 않았다"고 지적하는 한편 발표의 배경에 대해 "북미 정상회담에서 주도권을 쥐는 한편 국내에서 혼란을 초래하지 않고 종래의 핵개발 노선을 수정하려는 전략이 보인다"고 분석했다.
도쿄신문 역시 "북미회담의 주도권을 노린 발표"라며 "핵 카드를 조금씩 쪼개서 내 놓으려는 전술이 발표 내용에 숨겨져 있다"고 전했다.


bkkim@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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