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와 인터뷰 "정식절차 밟은 것…북한 내부를 향한 결정"
히라이와 순지 난잔대 교수 "핵 문제 진전 볼 가능성 커져"
"종전 모색하려면 러·일 포함한 주변국과의 관계 중요하다고 판단"
(도쿄=연합뉴스) 김병규 특파원 = 북한이 노동당 중앙위원회에서 핵실험·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의 중단을 내용으로 하는 새로운 '전략 노선'을 채택한 것과 관련해 일본의 한반도 문제 권위자 오코노기 마사오(72·小此木政夫) 게이오(慶應)대 명예교수는 "되돌릴 수 없는 핵실험 중지를 발표한 것"이라며 큰 의미를 부여했다.
오코노기 교수는 21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그동안의 비슷한 발표가 대외적인 것이었다면, 이번 결정은 북한 내부를 향한 것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며 "정식 절차를 밟아 확정된 것인 만큼 되돌릴 수 없는 입장을 발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그런 의미에서 발표 내용도 중요하지만 발표가 어디를 향하는지가 더 큰 의미를 갖는다"며 "북한이 핵무기의 병기화에 대한 자신감을 내비치면서 경제 건설에 역량을 모을 것이라는 점을 선언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오코노기 교수는 "북한이 이 정도의 결정을 할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며 "북한이 상당히 계획적으로 일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북한이 전날 채택한 결정서의 내용이 이날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발표가 된 뒤 일본 정부는 "긍정적인 움직임으로 환영한다"(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고 하면서도 "중·단거리 탄도미사일의 포기와 관련한 언급이 없으며 핵 포기에 대한 발언도 없다. 불충분하다"(오노데라 이쓰노리<小野寺五典>)며 냉랭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오코노기 교수는 이에 대해 "핵과 ICBM 실험을 중단한다는 것 자체로도 의미가 크다"며 "일본이 원하는 중·단거리 미사일의 폐기나 납치 문제는 나중에 일본과 북한 사이의 대화에서 논의될 수 있다"고 일축했다.
그는 특히 결정서에는 '주변국들과 국제사회와의 긴밀한 연계와 대화를 적극화해 나갈 것'이라는 내용도 있다면서 "북한이 경제 건설에 힘을 쓰겠다면서 이런 내용을 발표한 것은 일본과의 국교 정상화에 대한 의욕을 보인 것으로 읽힐 수 있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오코노기 교수는 "북한이 경제 건설 강화에 역점을 두고 있는 만큼 남북·북미 정상회담이 성공적으로 개최되면 북한과 주변국들 사이의 경제 교류가 중요해질 것"이라며 "북한은 남북 경제 교류를 심화하고 중국과의 관계를 강화한 다음 일본과의 새로운 경제협력 관계를 도모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그는 "이 경우 한국과 일본이 경쟁할 것이 아니라 협력해서 북한의 경제 재건을 도와야 한다"며 "일본이 식민지시대 청산의 일환으로 북한의 인프라 건설을 돕는다면 한국도 북한과의 경제협력에서 이익을 볼 것"이라고 제안했다.
또 다른 한반도 문제 전문가인 히라이와 순지(平岩俊司) 난잔(南山)대 교수도 북한의 발표에 대해 "핵 문제에 대해 진전을 볼 가능성이 커졌다는 의미가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그러면서도 "다만 북한이 '핵위협이나 핵도발이 없는 한'이라는 말을 전제로 두고 핵무기를 절대로 사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며 "아직은 핵포기에 대해서는 부정적이라는 인상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남북 정상회담을 앞두고 있고 이후에 북미 정상회담이 연결되는 상황에서 북한이 지금 단계에서 '핵동결'을 선언할 필요가 있었다고 판단한 것 같다"며 "마이크 폼페오 미국 중앙정보국(CIA) 국장이 북한에 갔을 때 비핵화에 대한 자세를 보여달라고 요청한 결과일 가능성도 있다"고 있다고 추측했다.
히라이와 교수는 결정서의 주변국 대화 관련 언급에 대해서는 "북한이 한국전쟁의 종결을 모색하려면 한국, 미국, 중국뿐 아니라 러시아, 일본과의 관계도 중요하다고 판단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
그는 "북한이 일본에 대해 강경자세를 유지하고 있고 결정서에서 일본과의 관계 개선을 직접 언급하지 않았지만, 일본에게 추후 대화 가능성에 대한 시그널을 보여줬다고 해석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bk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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