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허용했던 北김정은, 경제 성장 승부수 던지나

입력 2018-04-21 13:16   수정 2018-04-21 13:53

시장 허용했던 北김정은, 경제 성장 승부수 던지나

외교 환경 변화 꾀하며 자본주의 요소 도입할 수도



(서울=연합뉴스) 최선영 기자 =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0일 노동당 제7기 3차 전원회의에서 핵실험 및 미사일 발사 중단을 선언하며 경제발전에 올인하겠다는 의지를 밝혀 주목된다.
김 위원장은 "우리 당의 병진노선이 위대한 승리로 결속된 것처럼 경제건설에 총력을 집중할 데 대한 새로운 전략적 노선도 반드시 승리할 것"이라고 말함으로써, 핵·경제 병진노선에서 경제 총력 노선으로 전환하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대장정에 나서면서 주민들에게 '경제적으로 풍족한 생활'을 제공하기 위해 핵을 고집하지 않을 수 있다는 입장을 피력한 셈이다.
그는 특히 "당면 목표는 모든 공장, 기업소들에서 생산 정상화의 동음이 세차게 울리게 하고 전야마다 풍요한 가을을 마련하여 온 나라에 인민들의 웃음소리가 높이 울려 퍼지게 하는 것"이라고도 했다.
경제를 발전시켜 북한 주민들이 풍족한 삶을 살 수 있도록 하겠다는 김 위원장의 의욕이 읽히는 대목이다.
주민들에 대한 이러한 김정은 위원장의 입장은 작년 신년사에서도 잘 나타난다.
김 위원장은 조선중앙TV를 통해 중계된 육성 신년사에서 "언제나 늘 마음뿐이었고 능력이 따라서지 못하는 안타까움과 자책 속에 한 해를 보냈다. 더욱 분발하고 전심전력하여 인민을 위해 더 많은 일을 찾아 할 결심을 가다듬게 된다"며 주민들 앞에 고개를 숙였다.
사실 그는 2012년 집권이래 경제발전을 위한 다양한 경제개혁 실험을 해 왔다.
2014년 '우리식 경제관리방법'이라는 표현으로 시장을 완전히 허용했으며 경제 각 부문에 시장 경제적 요소를 대거 수용했다.



공장 기업소에는 '사회주의 기업책임관리제'를 시행해 각 생산주체에 생산 및 분배의 독자성과 자율성을 높이는 조처를 했다. 농업 분야에서는 협동농장 말단 단위의 규모를 줄여 가족영농제에 가까운 '포전담당제'를 시행했다.
특히 이들 조치는 생산주체가 가져갈 수 있는 몫을 확대함으로써, 사실상 사회주의 평균주의를 포기했다는 평가도 받았다.
그러나 이러한 조치에도 북한 경제의 발전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었다.
북한이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를 이어가면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를 축으로 한 국제사회가 대북 제재의 강도를 높였고, 이는 북한 경제를 더 옥죄어 질식상태로 몰았다고 할 수 있다.
이석 한국개발연구원(KDI) 선임연구원은 KDI 북한경제리뷰 2월호에 실린 '2017년 북한 거시경제동향 평가 및 2018년 전망'에서 "대북제재로 2017년 북한의 대외무역은 분명히 위축되고 산업활동과 농업생산도 정체 또는 위축되는 양상이 관찰됐다"며 "2018년은 생산과 무역, 소비 등에서 더 침체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따라서 김정은 위원장이 남북 및 북미 정상회담을 앞둔 상황에서 핵 및 미사일 발사 중단과 풍계리 핵실험장 폐쇄를 선언한 것은 북한을 둘러싼 대외환경을 변화시켜 경제발전을 이루겠다는 강한 의지의 표현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1970년대 말 중국이 미국과 정상회담과 수교를 하고 '사회주의 시장경제'라는 이름으로 개혁개방조치를 취해 경제발전을 이룬 상황을 재현하려는 것 아니냐는 관측을 낳는다.
이에 따라 북한이 남북 및 북미정상회담 등 외교적으로 보폭을 넓히는 동시에 내부적으로는 더 적극적으로 자본주의적 시장경제 요소를 수용하는 행보를 보일 수 있다는 전망도 온다.
최근 북한의 경제지에서 상업은행에 대한 언급 등이 나오는 것으로 보면 금융개혁 등을 통해 경제시스템을 변화시켜나갈 가능성도 있다.



김 위원장은 아울러 당 전원회의에서 경제발전을 위해 권력의 중추인 노동당의 조직들과 내각의 역할 제고를 역설했다.
그는 모든 당조직이 "모든 일꾼과 당원들과 근로자들에게 당의 새로운 전략적 노선의 진수와 정당성을 깊이 인식시키고 그 관철에 불러일으키기 위한 조직정치 사업"에 힘을 쏟으라고 주문했다.
핵 대신 주민들의 생활을 유족하게 하기 위한 경제발전에 올인한다는 명분과 논리를 주민들에게 주입시키는 데 힘을 쏟겠다는 것이다.
김 위원장은 특히 내각 관료들에게 "경제사업의 주인으로서의 위치를 바로 차지"하는 동시에 "당의 경제정책을 관철하기 위한 내각의 통일적 지휘에 무조건 복종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경제를 총괄하는 내각이 북한 권력구도에서 맨 하위에 있어 내각의 지시와 발언권이 힘을 발휘하지 못하는 현실을 고려해 김 위원장이 직접 강조점을 둔 발언으로 해석된다.
김정은 위원장은 이번 회의에서 과학과 교육 발전을 별도 의제로 다루며 중요성을 다시 한 번 강조했다. 비핵화를 통해 외국과 첨단 과학기술 및 인재육성 교류를 활발히 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고 고도 경제성장을 위한 첨단 과학기술 발전을 이뤄내려는 의지로 보인다.
chsy@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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