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록키' 실베스터 스탤론 전화 요청받아
(로스앤젤레스·서울=연합뉴스) 옥철 특파원 김영현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흑인 최초의 복싱 헤비급 챔피언이자 인종적 논쟁으로 점철된 삶을 살다간 잭 존슨(1878∼1946)을 '사후(死後) 사면'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21일(현지시간) 밝혔다.
존슨은 아프리카계 흑인 최초로 복싱 헤비급 챔피언에 올랐지만, 백인 여성을 주(州) 경계 밖으로 이송시켰다는 혐의로 1913년 맨법(法, Mann Act)에 의해 기소됐다.
맨법은 인신매매를 금지하는 취지의 법으로 매춘 등을 목적으로 여성을 주에서 주로 이송하는 것을 막는 내용을 담았다. 하지만 인종차별적 요소가 강했다.
존슨도 당시 전 애인이었던 백인 매춘부와 주 경계를 넘었다는 이유로 법정에 섰다. 배심원단도 모두 백인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영화 '록키' 시리즈로 유명한 실베스터 스탤론에게서 전화를 받았다고 한다. 그에게서 존슨의 사면을 요청받았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에 "스탤론이 전화를 걸어 헤비급 챔피언 잭 존슨 스토리를 말해줬다. 그의 시련은 대단했고 그의 삶은 복잡하고 논쟁적이었다. 다른 사람들도 이 문제를 수년간 들여다봤고 대다수는 그렇게(사면해야) 될 거로 생각했다. 내가 사면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스탤론은 트럼프 대통령 지지자로 유명하며 2016년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플로리다 마라라고 리조트에서 개최한 신년 전야 파티에도 참석했다.
다만, 사후 사면은 전례가 거의 없는 것이어서 논란이 일 수 있다고 USA투데이는 전망했다.
AP통신은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 남북 전쟁 때 첫 흑인 장교로 활약한 헨리 플리퍼를 사후 사면하기도 했지만 관련 예가 별로 없다고 설명했다.
존슨의 사면에 대해서는 해리 리드(민주), 존 매케인(공화) 상원의원 등 양당으로부터 꾸준히 요구가 있었다.
전임 버락 오바마 대통령도 사면을 검토했으나 사후 사면에 대한 부담 때문에 실행에 옮기지 못했다.
존슨은 1908년 캐나다 출신 챔피언 토미 번스를 누르고 백인 전유물이던 복싱 헤비급 타이틀을 사상 최초로 따냈다. 당시 백인들은 그의 타이틀을 되찾아올 '위대한 백인의 희망'을 물색하기도 했다.
존슨의 피부색 때문에 한때 대결을 거절했던 전 챔피언 제임스 제프리스까지 링에 복귀해 1910년 존슨에 도전했지만 15라운드 KO패를 당하기도 했다.
존슨은 링 밖에서도 백인에게 고분고분하지 않았다. 인종차별이 극심하던 시절이었지만 대놓고 백인 여성들과 데이트한 것이다.
그러다가 존슨은 1912년 맨법에 의해 기소됐으나 루실 카메론이라는 피해 여성이 나중에 그의 두 번째 부인이 되면서 면소됐다. 그러나 이듬해 또 다른 여성과 관련된 혐의로 기소됐고 백인 배심원단에 의해 유죄를 받았다.
그는 옥살이를 피해 캐나다, 유럽 등지를 전전하다 1920년에 돌아와 실형을 살았다. 말년에는 밤무대 가수로 떠돌다가 1946년 교통사고로 사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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