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이자 희귀질환 분야 의학부 바톨로뮤 토텔라 대표 방한
바이오벤처와 '1년이상 효과 지속' 혈우병 치료제 연구 중
(서울=연합뉴스) 김잔디 기자 = "'오픈 이노베이션'(Open Innovation)과 같은 바이오벤처와의 협업은 신약 개발의 속도를 높이는 원동력입니다. 궁극적으로는 환자에 신약의 혜택을 더 빨리 제공할 수 있게 하죠. 환자는 절대 기다려주지 않으니까요."
지난해 525억달러(한화 56조원)의 매출을 올린 글로벌 1위 제약사 화이자가 신약 개발에서의 오픈이노베이션을 강조했다. 오픈이노베이션이란 기업 내부뿐 아니라 기업이나 스타트업, 학계 등 외부로부터 아이디어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여 회사를 혁신하는 방식을 일컫는다. 제약사가 유망한 신약 후보물질 발굴·개발을 위해 회사 밖의 벤처나 연구기관과 협력하는 것 등이 그 예다.
최근 방한한 화이자의 바톨로뮤 토텔라(Bartholomew J. Tortella) 희귀질환 분야 의학부 대표는 지난 20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오픈이노베이션을 통해 유전자치료제 분야에서 성과를 내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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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이자는 대중에게 발기부전 치료제 '비아그라'의 원개발사로 잘 알려진 제약사다. 한해 쏟아붓는 연구개발(R&D) 비용만 지난해 기준 76억달러(약 8조원)에 달한다. 투자 금액에는 자체 R&D 외에도 외부와의 협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작지 않다. 화이자는 질환별 프로젝트에 후보물질, 초기 논의 단계까지 고려하면 얼마나 많은 파트너사가 있는지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라고 했다.
특히 B형 혈우병 유전자치료제 후보물질은 화이자가 바이오벤처 스파크와의 오픈이노베이션을 통해 거둔 성과로 손꼽힌다. 최소 주 2~3회 투여해야 하는 혈우병 치료제를 최소 1년에 1번만 정맥주사하도록 개선했기 때문이다.
토텔라 대표는 "혈우병은 일종의 단백질인 혈액응고인자가 결핍돼 발생하는 유전질환인데, 유전자치료제는 체내 결핍된 단백질의 생성 자체를 돕는다"며 "환자가 일상생활을 무리 없이 할 수 있는 수준의 혈액응고인자 단백질 생성을 유지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이 후보물질을 B형 혈우병 환자에 정맥주사해 최소 1년 이상 효과가 지속했다는 임상 중간 결과가 국제학술지 '뉴 잉글랜드 저널 오브 메디신'(NEJM)에 지난해 12월 보고됐다. 아직 임상시험 후 추적 기간이 남아있어 약효 지속기간은 더 길어질 수 있다.
토텔라 대표는 "임상 기간을 5년으로 잡고 2015년 12월 환자에 처음 투약한 뒤 지속해서 관찰 중"이라며 "아직 정확히는 알 수 없지만 1번의 정맥주사만으로 5~10년간 효과를 지속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토텔라 대표는 이 같은 성과에는 유망한 바이오벤처를 선택한 영향이 컸다고 봤다.
그는 "화이자가 모든 질환을 단독으로 연구할 순 없다"며 "소규모 바이오벤처들은 고유의 난치성 질환에 주력하는데, 화이자가 이들과 파트너십을 맺으면 그들은 우리의 제조시설과 유통망, 신약 허가 등에서 도움을 받을 수 있어 전체적인 신약 개발 속도를 끌어올릴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신약 개발이 빨라질수록 환자가 혜택을 더 빨리 누릴 수 있다"며 "결국 오픈이노베이션은 환자에 신약을 더 빨리 공급할 수 있는 '환자 우선주의'를 실현하는 수단"이라고 강조했다.
더불어 화이자는 참신한 아이디어를 갖춘 바이오벤처에 언제나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며, 한국의 바이오벤처와도 언젠가는 협업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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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약 개발 과정의 어려움을 직시해야 한다는 조언도 잊지 않았다.
유망한 바이오벤처를 선별하고, 천문학적인 R&D 비용을 쏟아붓지만, 성공 여부는 아무도 알 수 없다는 점에서다.
화이자는 올해 1월 알츠하이머성 치매와 파킨슨병의 신약 개발을 중단하겠다고 공식 발표한 바 있다. 화이자는 2012년에도 다국적제약사 존슨앤드존슨과 알츠하이머성 치매 치료제인 '바피뉴주맙'을 공동 개발하다 임상 3상 단계에서 포기한 적이 있다.
토텔라 대표는 "제약사와 환자들은 물론 사회적으로도 임상시험이 항상 긍정적인 결과를 내놓을 수 없다는 '현실'을 인식해야 한다"며 "신약 개발에 참여하는 제약사, 환자 그리고 기사를 읽는 독자마저도 이를 학습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화이자도 치매 치료제 개발을 중단하면서 모든 질환에서 성과를 낼 수 없다는 사실을 배웠다"며 "매번 임상에 성공할 수 없더라도 신약 개발이 계속돼야 한다는 사실은 변함없다"고 덧붙였다.
jand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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