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게시글·가입자 정보 분석…김경수 관여 여부·자금출처 규명 분수령
(서울=연합뉴스) 안홍석 기자 = 허황된 신념을 지닌 당원의 개인적 일탈인가, 정치권이 개입한 조직적 정치공작인가.
네이버 댓글 여론조작 사건을 수사하는 경찰이 핵심 피의자 '드루킹' 김모(48·구속)씨가 운영한 네이버 카페 '경제적 공진화 모임(경공모)'에 대한 압수수색에 나서면서 이 조직의 실체와 사건의 성격이 어떻게 규명될지에 관심이 쏠린다.
22일 경찰에 따르면 서울지방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지난 20일 경공모 카페에 대한 압수수색영장을 집행했다. 경찰은 네이버가 경공모 게시글과 댓글, 가입자 정보, 사진 등 압수수색 대상 자료를 보내오는 대로 분석에 착수할 예정이다.
경찰은 압수물 분석을 통해 우선 경공모 조직의 규모와 운영 형태 등을 확인할 계획이다. 이 카페에는 수천명의 회원이 가입된 것으로 알려졌으나 실제로 조직 운영에 관여한 이들은 그리 많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회원들 사이에서 '추장'으로 불린 김씨는 노비부터 달, 열린 지구, 숨은 지구, 태양, 은하, 우주까지 7개 등급으로 나눠서 회원을 관리했으며, 등급이 높은 핵심 회원만 볼 수 있는 게시글도 따로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수사의 초점은 김씨가 과연 언제부터, 어떤 방향으로 매크로를 사용해 여론조작을 시도했는지에 맞춰질 전망이다.
현재 김씨에게 적용된 업무방해 혐의 사실은 그가 지난 1월 17일 평창동계올림픽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단일팀 결정 관련 네이버 기사에 달린 정부 비판성 댓글에 매크로 프로그램을 활용해 600여개의 '공감 클릭'을 했다는 것이 전부다.
그러나 그가 민주당 김경수 의원에게 2016년 11월부터 인터넷 메신저를 통해 연락을 취한 만큼, 그가 이 무렵부터 정치적 보상을 바라고 불법적인 활동을 한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김씨가 운영한 경기도 파주의 느릅나무출판사에서는 경공모 은하·우주 등급 회원 30여명이 모여 댓글조작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이 대선·경선이나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 국면 등 정치적 반전이 필요한 상황에서 매크로를 이용한 불법행위를 했는지가 이번 압수물 분석에서 드러날지 주목된다.
김 의원이 김씨 범행에 얼마나 연관돼있는지도 경찰이 규명해야 할 부분이다.
직접 김씨와 연락하면서 지시·묵인하거나 보고를 받았는지, 보좌진을 통해 '간접 연락'을 했는지 등이 관심사다. 한편, 김 의원 보좌관이 드루킹 쪽에서 500만원을 받았다가 돌려준 사실이 드러났지만, 김 의원은 "돈거래 사실을 뒤늦게 알았다. 당사자가 해명해야 할 일"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경공모 회원들에 대한 정보가 확보되면, 김 의원 측근 중에 경공모 회원이 있었는지도 파악될 것으로 보인다. 김 의원 외에 다른 여권 정치인이나 그 측근이 경공모에서 활동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밖에 김씨가 '댓글 조작단' 운영 경비를 어디서 조달했는지도 경찰 수사에서 드러날지 주목된다.
김씨는 회원들에게 자신의 동영상 강연료를 내도록 하고, 이를 제대로 안 내면 회원 등급을 강등시켰다. 플로라맘이라는 업체에서 만든 비누를 회원들을 통해 다단계식으로 판매해 수익을 냈다는 얘기도 나온다.
김씨는 경찰 조사에서 "원래 재산과 경공모 차원에서 주최한 강연 등으로 얻은 수입으로 운영비용을 충당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식으로 확보한 자금만으로 댓글조작 활동을 한 것인지, 부족했다면 추가 자금은 어디서, 어떤 방식으로 조달했는지 관련 인물들의 압수수색이나 계좌추적을 통해 규명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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