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 전국적으로 '역(逆)전세난' 조짐이 감지되는 가운데 전세 거래가 거의 이뤄지지 않는 모양새다.
서울 강북 지역의 경우 전세거래가 8년여 만에 가장 뜸한 것으로 나타났다.
23일 KB국민은행 주간 주택시장동향 자료에 따르면 4월 16일 기준 서울 강북 14개구의 전세거래지수는 13.6으로 집계됐다.
이는 2010년 1월 4일 이래 약 8년 3개월 만에 최저 기록이다.
전세거래지수는 전세 계약의 활발함을 나타내는 지표다. 0∼200 범위에서 움직이며 0에 가까울수록 거래가 한산하다는 것을 뜻한다.
서울 전세거래지수는 16.5로, 지난해 10월 9일 이후 6개월 만에 가장 낮았다.
전국의 전세시장은 이미 침체기에 들어선 지 오래다. 2016년 10월 마지막 주 이후로 전세거래지수는 단 한 차례도 25를 넘기지 못했다.
전셋값도 하락 중이다.
전국 아파트 전셋값은 지난해 10월 16일 이후로 반년째 하락 또는 보합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서울 아파트 전셋값도 지난 9일 전주보다 0.03% 내렸다. 16일에는 전주 대비 보합, 전월보다는 0.02% 내린 것으로 나타났다.
전세 수급 불균형 탓에 '전세난민'이라는 신조어를 만들었던 서울에서 전셋값이 하락한 것은 2012년 8월 6일 이후 처음 벌어진 일이었다.
구별로는 이달 16일 기준 서초구와 강동구 전셋값이 전월 대비 각각 0.35%, 0.24% 하락했다.
광진구, 노원구, 양천구, 송파구, 구로구, 도봉구, 영등포구, 동작구 등도 전셋값이 전월보다 떨어졌다.
이는 수도권을 중심으로 입주물량이 쏟아질 때부터 예견된 일이었다.
지난해 한 해 동안 전국 입주물량은 약 39만 가구였으며 올해는 44만 가구에 이를 전망이다. 올해 입주물량 가운데 16만 가구 이상은 경기도 지역에 들어선다.
세입자들은 역전세난 조짐 속에 '깡통전세'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서울 성동구 전세입자 정모(31)씨는 "전셋값이 계속 떨어진다는 이야기가 나와서 집주인에게 전세금 조정을 요청했는데 대출 때문에 안된다고 하더라"며 "깡통전세가 될까 불안해서 다른 집을 알아보는 중"이라고 말했다.
heeva@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