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핵실험 대응조치 2년3개월만에 중단…긴장 완화·대화 탄력 전망
(서울=연합뉴스) 김귀근 이영재 기자 = 군 당국이 23일 남북정상회담을 나흘 앞두고 최전방 지역의 대북 확성기방송을 전격적으로 중단했다.
국방부는 이날 '2018 남북정상회담 계기 대북 확성기방송 중단 관련 발표문'을 통해 "남북간 군사적 긴장 완화 및 평화로운 회담 분위기 조성을 위해 오늘 0시를 기해 군사분계선 일대에서의 대북 확성기방송을 중단했다"고 밝혔다.
이어 "이번 조치가 남북간 상호 비방과 선전 활동을 중단하고 '평화, 새로운 시작'을 만들어나가는 성과로 이어지기를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군이 대북 확성기방송을 중단한 것은 2016년 1월 북한의 4차 핵실험에 대한 대응조치로 확성기방송을 재개한 지 2년 3개월 만이다.
국방부는 이번 대북 확성기방송 중단 조치를 북측에 별도로 통보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국방부는 대북 확성기방송을 언제까지 중단하고, 언제 재개할지는 명시하지 않았다. 국방부 관계자는 확성기방송 재개 가능성에 대해 "지금 말할 단계는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국방부 관계자는 대북 확성기 중단 조치에 대해 "송영무 국방부 장관이 결정하고 유관 부처와 협의했다"고 말했다. 대북 확성기방송 중단과 상관없이 군은 자유의 소리 방송은 계속할 방침이다.
대북 확성기방송은 군의 심리전 FM '자유의 소리' 방송을 송출하는 방식으로 북한 체제를 비판하고 남한 사회·문화를 소개하는 등 최전방 지역에서 대북 심리전의 수단으로 기능해왔다. 처음에는 최전방 10여 곳에서 대북 확성기방송을 했으나 신형 고정식, 이동식 확성기를 합해 40여 곳으로 늘었다.
북한은 대북 확성기방송을 '반공화국 적대행위'로 간주하고 강하게 반발해왔다. 북한은 대북 확성기방송에 대응해 체제 선전 위주의 대남 확성기방송을 하며 '맞불'을 놓기도 했다.
이날 아침에도 최전방 지역에서는 북한의 대남 확성기방송 소리가 간헐적으로 들린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우리 군이 선제적으로 대북 확성기방송을 중단한 데 호응해 북한도 곧 대남 확성기방송을 중단할 것으로 보인다고 국방부 관계자는 전했다.
국방부가 대북 확성기방송을 중단한 것은 발표문에서 밝힌 바와 같이 1차적으로는 '평화로운 회담 분위기 조성'을 위한 것이다. 군은 남북정상회담 장소인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인근 지역에서도 대북 확성기를 운용했다.
한미 양국 군이 이날 시작한 연합훈련인 키리졸브(KR) 연습도 남북정상회담 당일에는 중지하고, 이달 말 종료될 계획이었던 독수리(FE) 연습도 정상회담 전날인 26일 사실상 마칠 것으로 알려졌다. 27일에는 독수리훈련 성과를 점검하는 '강평'을 할 것으로 전해졌다.
한미 연합훈련을 멈추고 남북간 확성기방송도 중단한 상황에서 남북정상회담을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대북 확성기방송은 과거에도 남북관계에 따라 중단과 재개를 반복했지만, 남북간 합의 없이 우리 측이 선제적으로 중단한 것은 처음이다. 국방부 관계자는 "우리 지역에서 남북정상회담이 열리는 만큼, 회담 분위기 조성을 위해 대북 확성기방송을 중단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북 확성기방송 중단 조치는 남북정상회담 분위기 조성을 넘어 앞으로 남북간 군사적 긴장 완화를 위한 대화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군사적 긴장 완화를 포함한 항구적 평화 정착은 한반도 비핵화, 남북관계 진전과 함께 이번 남북정상회담의 3대 의제에 속한다. 남북 정상이 큰 틀의 합의를 이루면 후속 군사당국 회담을 통해 군사적 긴장 완화 방안을 논의할 것으로 전망된다.
ljglor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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