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7 선언' 어떻게 만드나…靑 "2000년과 2007년 떠올려보라"

입력 2018-04-23 10:32   수정 2018-04-23 17:23

'4·27 선언' 어떻게 만드나…靑 "2000년과 2007년 떠올려보라"

대략적 주제 정한 뒤 정상이 만난 뒤 선언문 만들어질 듯
1·2차 남북정상회담 때도 정상회담 기간에 선언문 완성
'당일치기' 회담 고려하면 초안 얼개 마련했을 가능성

<YNAPHOTO path='C0A8CA3D00000162E7231BF0000A79BE_P2.jpeg' id='PCM20180421001033044' title='남북정상회담 카운트다운 D-4 (PG)' caption='[제작 최자윤] 사진합성'/>

(서울=연합뉴스) 박경준 기자 =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정착의 중대 전기가 될 남북정상회담을 나흘 앞두고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간 정상회담의 결과물로 나올 소위 '4·27 선언'이 어떻게 만들어질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선언문에 담길 문구 하나하나가 앞으로 한반도의 정세를 좌우할 지침이 되는 만큼 남북 모두 정상회담의 정수가 될 공동선언문에 심혈을 기울일 것으로 보인다.
남북정상회담이 다른 나라와의 정상회담과는 성격이 다르다는 점에서 공동선언문을 마련하는 방식도 관례를 따르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일반적인 정상회담에서 나오는 합의문이나 공동선언문은 정상회담 전 실무진이 사전에 조율한 다음 양국 정상이 만나 서명해 완성되지만 남북정상회담 선언문은 그러한 절차를 따르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남북 간 특수성이 고려돼야 하는 것은 물론, 특히나 이번 정상회담의 의제가 비핵화와 평화체제 정착에 관한 방향성 등 정상 간 담판으로 타결돼야 할 성격이라는 점도 이런 추론을 뒷받침한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23일 기자들을 만나 "2000년과 2007년 상황을 떠올려보라"면서 "미리 남북 간 의제를 조율하고 합의문이 만들어진 후 정상이 사인만 하는 방식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남북 정상이 만난) 그 자리에서 진지한, 구체적인 협상이 이뤄졌고 그 내용을 현장에서 공동선언문, 합의문 형식으로 담아냈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번 정상회담의 합의문 내지 공동선언문 역시 과거 두 번의 남북정상회담 때 진행됐던 절차를 따를 것이라는 설명이다.
2000년 6월 14일 김대중 당시 대통령과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은 오후와 저녁에 백화원초대소에서 두 차례 정상회담을 했다.
이날 오후 3시에 시작된 정상회담에서 두 정상은 4시간이 넘는 '마라톤 회의'를 진행하면서 통일과 남북문제 전반에 대한 의견을 허심탄회하게 교환했다.
이 회의에서 몇 가지 주요한 내용에 대체적인 합의를 이뤘다. 배석했던 임동원 당시 국정원장은 실무자들의 합의문 협의 작업을 돕기 위해 회담장에서 수시로 메모를 밖으로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양측 실무진은 양 정상이 목란관에서 만찬을 하는 동안 공동성명 초안을 마련했다.
<YNAPHOTO path='C0A8CA3D0000016274054EF0001ACC7E_P2.jpeg' id='PCM20180330000088038' title='2018 남북정상회담 (CG) [연합뉴스TV 제공]' caption=' ' />
이 초안을 만찬장으로 들고 가 김용순 아태평화위원장이 김 위원장에게 먼저 보고했고, 김 위원장이 지시한 수정 사항이 우리측 임동원 특보를 통해 김 대통령에게 보고되는 등 막후에서 조율 작업이 이뤄졌다.
다시 장소를 백화원 영빈관으로 옮겨 공동성명이 발표되기 10분 전인 밤 11시 10분께야 최종적인 합의가 이뤄졌다.
이 과정에서 김용순 위원장은 남측 인사들과 김 위원장의 방을 오가면서 메신저 역할을 했고 남북 정상은 밤 11시 30분에 공동선언문에 사인했다.
2007년 남북정상회담 결과를 담은 10·4 공동선언 역시 10월 3일 당시 노무현 대통령과 김정일 위원장 간 오후 회담이 끝난 직후 만들기 시작해 심야 협의를 거쳐 다음 날까지 양측 실무자 간 조율을 통해 완성됐다.
그 뼈대는 3일 오전과 오후 두 차례에 걸쳐 총 4시간가량 이야기를 나눈 노 대통령과 김 위원장 간 회담 내용이었다.
기록을 위해 회담에 배석한 조명균 당시 청와대 안보정책비서관이 직접 들은 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회담 내용을 바탕으로 합의문 조율이 시작됐다.
실무 조율에는 남측에서 당시 서훈 국정원 3차장과 조 비서관, 북측에서 최승철 통전부 부부장, 원동연 통전부 실장 등이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총 다섯 차례 접촉하며 4일 오전 10시께 공동선언문 초안의 골격을 잡았고 자구 수정 등을 거친 후 오전 11시 30분께 노 대통령의 재가를 얻어 최종적으로 이날 정오께 선언문을 완성했다고 한다.
이번 정상회담 선언문 역시 2000년과 2007년의 절차를 따를 확률이 높지만 일각에서는 국정원과 통전부 간 채널을 통해 초안을 마련했을 가능성도 있다는 분석을 제기한다.
지난 두 번의 정상회담과 달리 이번 정상회담이 당일치기로 이뤄지는 만큼 '밤샘' 실무 조율 등이 어렵다는 점을 고려하면 큰 틀 정도는 잡아뒀을 수 있다는 관측이다.
kjpark@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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