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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콕=연합뉴스) 김상훈 특파원 = 지난 19일 방콕의 한 호텔에서 열린 태국 정부와 알리바바 그룹 간의 '스마트 디지털 허브 및 디지털 전환에 관한 전략적 파트너십' 체결 행사장.
디지털 허브 구축사업을 위해 태국 정부가 추진하는 동부경제 회랑(EEC)에 3억 달러(약 3천200억 원)를 투자하고 태국산 농산물 4억2천800만 달러(약 4천600억 원) 어치 구매를 약속한 마윈 알리바바 회장은 특별한 이벤트를 열었다.
현장에 모인 기자들 앞에서 알리바바 그룹의 쇼핑몰인 T몰을 통한 태국산 두리안 판매가 얼마나 효과적인지를 시연해 보였다.
결과는 엄청났다. 판매 개시 1분 만에 1차분으로 준비된 두리안 8만 개가 모두 팔려나갔다.
그뿐만 아니라 마윈 회장은 세계 1위의 수출량을 자랑하는 태국 쌀 관련 플래그십 매장과 태국 관광상품 전용몰까지 T몰에 입점시키겠다고 약속했다.
이번 행사는 내년 2월로 예정된 총선을 앞두고 경제 분야에서 성과를 내려는 태국 군부정권과 인구 6억4천만의 동남아시아 시장에서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알리바바 측의 이해가 맞아떨어진 결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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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쿠데타 이후 4년간 태국을 통치하면서 경제 분야에서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한 군부는 농업 등 기반산업에 디지털 기술을 입혀 경제 도약의 발판을 마련하겠다는 이른바 '타일랜드 4.0' 전략을 추진 중이다.
알리바바는 최근 싱가포르에 본사를 둔 라자다에 추가로 20억 달러를 투입해 전자상거래 비중이 미미한 동남아 시장 개척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마윈 회장은 "우리는 이미 많은 돈을 벌었기 때문에 돈 보다는 세상의 변화에 더 큰 관심을 두고 있다"며 "사람들은 알리바바가 태국 시장을 장악하고 태국의 일자리를 빼앗을 것이라고 우려하지만 우리는 태국 기업과 파트너들의 능력을 향상하는데 관심이 많다. 그들이 성공해야만 우리도 성공한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쁘라윳 짠-오차 태국 총리도 "팜유와 쌀, 고무 등 태국산 농산물 판매 촉진과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국내 기업 활성화를 마윈 회장에게 부탁했다"며 "알리바바와의 협력은 태국 전자상거래 개발을 강화하고 결과적으로 경제 성장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화답했다.
하지만 거대 기업인 알리바바의 태국 시장 내 영향력 확대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크다.
태국 전자상거래협회 회장인 파웃 퐁비타야파누는 "전자상거래 분야에 외국인 투자가 넘쳐나고 인터넷 보급률이 높아지면 태국의 소매 사업은 향후 5∼10년 안에 완전히 외국 기업의 손에 넘어갈 것"이라고 우려했다.
알리바바가 동남아 전자상거래 시장을 잠식할 것이라는 우려는 마윈의 투자 약속 후 불과 며칠 만에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일간 방콕포스트는 알리바바가 태국 정부에 1천500바트(약 5만1천 원) 미만의 온라인 구매 제품에 대한 관세를 면제해 달라는 요구를 해왔다고 23일 보도했다.
태국내 수입품 수요를 늘리고 세관 직원들의 업무 부담을 줄이기 위해 이른바 '직구' 상품에 대한 세금 면제가 필요하다는 것이 알리바바 측 논리다.
태국 정부도 이를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꿀릿 솜밧시리 관세청 사무총장은 "일부 국가에서는 3천∼4천 바트까지 세금을 면제하는 경우가 있다"며 "알리바바의 요구는 정부의 정책에 부합한다"고 말했다.
meola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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