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레이 경찰 "이런 일 벌어져 유감…전담 TF팀 구성"
(자카르타=연합뉴스) 황철환 특파원 =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이복형 김정남이 암살된 말레이시아에서 불과 1년여만에 또다시 외국 주요인사가 살해되는 사건이 벌어지자 관련 당국이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23일 현지 언론과 외신에 따르면 말레이시아는 지난 21일 오전 쿠알라룸푸르 시내에서 팔레스타인인 대학강사 파디 알-바트시(34)가 살해된 사건과 관련해 안보태세를 대폭 강화했다.
전기·전자공학 전문가로 쿠알라룸푸르 대학에서 강의를 맡아 온 파디는 새벽 기도를 위해 집 인근 이슬람사원으로 향하다가 대형 오토바이를 탄 2인조로부터 총탄 세례를 받았다.
파디는 최소 4발의 총탄을 맞고 그 자리에서 숨졌다.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는 처음 하마스 구성원인 파디가 "음모의 손길에 암살됐다"고만 밝혔으나, 곧 이스라엘 정보기관 모사드를 배후로 지목하고 보복 가능성을 언급했다.
이스라엘 정부는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아비그도르 리버만 이스라엘 국방장관은 이번 사건이 팔레스타인 내부 분쟁 탓에 벌어진 것으로 추정한다면서 파디는 "로켓포의 정확성을 개선하는데 관여한 인물"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모사드는 과거 팔레스타인 반군 지도자 등을 겨냥해 다수의 암살 작전을 수행했다는 의혹을 받아왔다. 2012년 이란의 핵개발 관련 과학자 4명이 연속으로 살해된 사건 역시 모사드의 소행으로 알려졌다.
작년 2월 13일 김정남이 공항 출국장에서 화학무기인 VX 신경작용제 공격을 받아 숨지는 사건이 벌어져 한 차례 곤욕을 치렀던 말레이시아는 이번 사건의 실체를 밝히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김정남 암살의 경우 주범격인 북한인 4명이 해외로 도주하면서 수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다.
말레이시아는 이후 북한이 북한내 말레이시아 외교관과 가족들을 억류해 인질로 삼자 김정남의 시신을 돌려주고 국교 정상화를 선언하는 굴욕까지 당했다.
모하마드 푸지 하룬 말레이시아 경찰청장은 외국 주요인사에 대한 암살이 1년여 간격으로 두 차례나 잇따른 데 대한 입장을 묻는 말에 "이런 일이 벌어져 유감스럽다. 하지만 말레이시아는 안전하다는 점을 보증한다"고 답했다.
그는 모사드에 의한 암살 의혹에 대해선 "괴한들의 외양이 유럽계로 보였다는 목격자 증언이 있지만, 외부세력의 개입 여부를 말하기는 이르다"면서 "전담 태스크포스(TF) 팀을 구성해 범행 동기를 밝히는데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슬람 국가인 말레이시아는 이스라엘과 공식 외교관계를 맺지 않고 있다. 말레이시아는 2015년과 2016년에는 자국에서 열린 국제대회에 출전하려는 이스라엘 선수단의 비자 발급을 거부하기도 했다.
hwangc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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