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이동경 기자 = 이번주 미국 워싱턴을 잇따라 방문하는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이들을 맞이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간 이해관계의 전개 양상에 관심이 쏠린다.
두 유럽 정상은 미국이 러시아와 중국, 이란과 대립하는 과정에서 역풍을 맞고 있는 가운데 수입산 철강과 알루미늄에 대한 미국의 고율 관세 부과 등통상 문제까지 짊어지고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게 될 것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2일(이하 현지시간) 전망했다.
트럼프는 5월 12일까지 이란 핵 합의에 대한 재협상이 이뤄지지 않으면 탈퇴하겠다고 공언했고 내달 1일부터는 유럽산 철강·알루미늄에 대해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힌 지정한 터여서, 마크롱과 메르켈은 각각 '마감일'에 임박해 워싱턴으로 향하는 형국이라고 WSJ는 분석했다.
이와 관련해 브뤼노 르메르 프랑스 재정경제부 장관은 지난 주말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동맹국들"이라면서 "다모클레스의 칼을 머리 위에 매달고 살 수는 없는 노릇"이라고 말한 바 있다.
르메르 장관은 EU가 직면한 미국과의 긴장 국면을 표현하면서 언제 위험이 닥칠지 모른다는 것을 의미하는 고대 그리스 전설을 인용했다.
23일 워싱턴을 찾는 마크롱 대통령도 이날 미국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미국은 중국, 유럽과 무역전쟁을 하고 시리아, 이란에 대해서도 전쟁을 한다고 지적하면서 "우리는 동맹이다. 동맹들과 무역전쟁을 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르메르 장관은 미국이 만약 유럽산 철강·알루미늄에 대한 고율 관세 계획을 철회하지 않으면, 미국이 벌이고 있는 중국과의 무역 분쟁에 유럽연합(EU)이 힘을 실어주지 않을 것이라고 암시했다.
<YNAPHOTO path='PEP20170526028701034_P2.jpg' id='PEP20170526028701034' title='' caption=' <br>2017년 5월 벨기에 NATO 정상회의에 모인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EPA=연합뉴스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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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디스 돔브로브스키 EU 집행위원회 부위원장은 EU는 중국의 무역 관행과 관련해 미국과 다방면으로 기꺼이 일할 의사가 있다면서도 철강·알루미늄 관세가 면제되지 않으면 무역 보복을 준비하게 될 것이라 경고했다.
돔브로브스키는 어떠한 이유에서든 (유럽산 철강·알루미늄에 대해) 관세가 부과된다면 EU는 세계무역기구(WTO) 기준에 발맞춰 대응할 준비는 돼 있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고율 관세 부과의 명분으로 내세우는 '미국의 안보' 개념은 말이 되지 않는데다가, 실제로도 미국 안보에 위협이 되는 것도 아니라고 돔브로브스키는 덧붙였다.
한편, 메르켈 총리는 27일 워싱턴 방문에 앞서 이날 독일 하노버에서 열린 무역박람회에 참석해 EU와 멕시코간 자유무역협정(FTA) 개정안 타결을 환영하면서 WTO의 합의에 기초한 자유무역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EU가 작년 12월 일본과 FTA를 체결한 데 이어 멕시코와도 FTA를 성사시킨 것과 관련해 장클로드 융커 EU 집행위원장은 "개방적이고 공정하며, 규정에 근거한 무역을 지키는 일에 기꺼이 EU와 함께하려는 파트너들은 많다"며 미국을 압박하는 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란 핵협정 탈퇴와 러시아에 대한 제재 등을 군사적 대치를 하지 않고 상대국의 안보를 위협하는 주요 정책 도구로 활용한다고 EU는 보고 있다.
러시아 거대 알루미늄 기업에 대한 미국의 제재로 제품 가격이 급등하면서 BMW와 에어버스 등 유럽의 글로벌 제조업체는 심각한 위기를 느끼고 있다.
EU는 러시아의 가장 큰 무역 상대국이고, 러시아는 EU의 4번째 무역 상대국이다.
독일 기업들은 러시아에 대한 제재로 수억 달러의 계약 손실과 함께 생산비 상승 문제가 발생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미국이 이란 핵협정을 탈퇴하고 이란의 원유 수출과 금융 부문 등 경제적인 제재가 가해지면 에너지를 포함한 산업 각 분야에 이란과 비즈니스 관계를 맺은 독일과 이탈리아, 스페인 등 유럽 국가들은 불똥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예상한다.
hopem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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