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황희경 기자 = 독일계 유대인 비평가이자 철학자인 발터 벤야민(1892∼1940)의 평전이 번역 출간됐다.
벤야민 연구자이자 영미권에서 출간된 그의 선집 책임 편집자였던 마이클 제닝스와 공동 편집자로 참여한 하워드 아일런드가 연대기적 서술방식으로 벤야민의 삶을 몇 년 단위로 끊어 살핀다.
평전은 '모순 속에 움직이는 전체'라고 자신을 표현했던 벤야민의 변화무쌍하고 다중심적인 면모를 좀 더 명료하게 그려내는 것을 목표로, 벤야민의 글이 어떤 배경에서 나왔는지를 밝히는 데 주력하면서 그의 삶을 학술과 비평의 관점으로 접근한다.
저자들은 "벤야민의 글을 배태한 일상적 현실을 주목하고, 그의 주요 작업들의 학문적-역사적 맥락을 밝히는 방법을 택했다"면서 "이를 통해 그의 삶의 역사성을 단계별로 조명할 뿐 아니라 그의 작업이 어떤 특정한 역사적 순간으로부터 나오고 어떤 학문적 관심사로부터 나왔는지를 조명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벤야민이 주고받은 편지들, 지인들의 회고록 등을 기초자료로 삼는 만큼 그와 영향을 주고받은 수많은 인물의 이야기도 등장한다.
벤야민의 학문과 삶에 누구보다도 밀착했던 시온주의자 게르숌 숄렘, 이혼하긴 했지만 벤야민의 학문과 글쓰기를 한결같이 지지했던 아내 도라, 벤야민에게 좋지 못한 영향을 줄까 봐 친구들이 위험인물로 여겼던 베르톨트 브레히트, 벤야민이 자신의 학문적 성취를 전용 당할까 경계했던 테오도어 아도르노 등 그와 교분을 나눴던 인물들의 기록으로 벤야민이라는 인물의 여러 면모를 보여준다.
비교문학으로 박사학위를 받고 벤야민 책을 여러 권 번역했던 김정아씨가 번역했다. 원제 'Walter Benjamin: A Critical Life'. 글항아리 펴냄. 936쪽. 4만8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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