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림박물관 신사분관서 '일본회화의 거장들'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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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 20세기 전반에 그린 일본 미인도 두 점이 나란히 걸렸다. 한 작품은 우에무라 쇼엔(上村松園, 1875∼1949), 다른 그림은 이토 신스이(伊東沈水, 1898∼1972)가 작자다.
일본 전통 미술양식인 우키요에(浮世畵)를 재해석한 미인도 두 점은 모두 섬세하고 사실적이며, 색상은 화려하다. 조선 미인도 중 걸작으로 꼽히는 신윤복(1758∼?) 미인도와 비교하면 차이가 뚜렷하다. 대한해협을 사이에 둔 한일 양국 미감이 크게 다르다는 사실이 느껴진다.
호림박물관이 서울 강남구 신사분관에서 24일부터 여는 특별전 '일본회화의 거장들'은 16세기부터 20세기까지 일본회화가 어떻게 발전했는지 한자리에서 보여주는 드문 전시다.
박물관 설립자인 고(故) 윤장섭 성보문화재단 이사장이 수집한 일본회화를 중심으로 국립중앙박물관과 고려대 박물관 소장품까지 90여 점이 나왔다. 대부분 일본회화이고, 동아시아 회화 비교를 위해 한국과 중국 그림이 조금 출품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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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간담회에서 이장훈 호림박물관 학예연구사는 "일본 회화사를 아우르는 전시는 일본에서도 좀처럼 보기 힘들다"며 "작품 대다수는 일반에 처음 공개된다"고 말했다.
강민기 홍익대 초빙교수는 "호림박물관이 보유한 일본회화 컬렉션은 국립중앙박물관과 비슷하거나 그 이상인 것 같다"며 "다양한 화가가 그린 작품이 두루 포함됐다"고 강조했다.
전시는 크게 수묵화와 채색화로 구성된다. 제1부 '마음에 스민 먹'은 14세기 이후 중국 명나라와 교역을 계기로 성행한 일본 수묵화를 조명하고, 제2부 '자연에 스민 색'은 이른바 '일본스러운 회화'로 평가되는 채색화를 중점적으로 선보인다.
이 연구사는 "'스미에'(墨畵)라고 불리는 일본 수묵화는 고졸한 점이 특징"이라며 "중세 수묵화는 묵을 흩뿌리는 듯한 파묵법과 먹에 물을 많이 묻혀 번지는 느낌을 표현한 발묵법을 많이 썼다"고 설명했다.
중세 수묵화로는 작가 미상 '연로도'(蓮鷺圖), 운고쿠 도간(雲谷等顔, 1547∼1618)이 그린 '재송도자도'(栽松道者圖), '파묵산수도'(破墨山水圖)를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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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일본 수묵화는 중국 문인화 요소를 받아들여 '남화'(南畵)라는 화풍으로 발전한다. 당시 일본은 규슈 나가사키(長崎)를 창구로 삼아 중국과 교류했다.
이 연구사는 "우리나라와 중국에서 문인화는 사대부가 그린 그림이지만, 일본에는 사대부 계층이 없어서 무사나 상인이 문인화를 그렸다"며 "그래서 일본 남화는 화려하고 장식적인 면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일본에서는 17세기부터 그림을 품평하고 거래하는 대규모 전람회가 있었다는 사실도 우리나라와 다르다"며 "독자적인 면이 강했던 일본 수묵화는 19세기에 이르면 조선, 중국과 비슷해진다"고 덧붙였다.
이러한 경향은 일본 전통 시인 하이쿠(俳句)를 상단에 적고 인물을 단순하게 표현한 요사 부손(與謝蕪村, 1716∼1784)의 그림과 나카니시 고세키(中西耕石, 1807∼1884)가 그린 산수화를 비교하면 쉽게 알아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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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를 이루는 또 다른 축인 일본 채색화 중에는 밝고 산뜻한 그림이 많다. 일본은 중국 사절단인 견당사(遣唐使)를 894년 폐지한 뒤 고유한 채색화를 발전시켰다. 헤이안 시대(794∼1185)에는 중국풍 그림과 대비되는 일본풍 그림 '야마토에'(大和繪)가 만들어졌다.
다나카 도쓰겐(田中訥言, 1767∼1823)이 야마토에 화풍을 추구해 그린 복고풍 그림들과 춘화로 유명한 화가 쓰키오카 셋테이(月岡雪鼎, 1710∼1787)의 은어도, 각종 미인도가 인상적이다.
또 12세기 활동한 시인 36명과 이들이 지은 시인 '와카'(和歌)를 모은 시화집 '삼십육인가집'(三十六人歌集)을 병풍, 화첩 등 다양한 형태로 볼 수 있다.
마지막 3부 '교류 속에 피운 회화'에서는 일본과 한국, 중국 그림을 비교하며 살펴보고, 근대에 이뤄진 한국과 일본 간 교류를 확인할 수 있다.
특히 근대 서화가 안종원(1887∼1951) 모친의 회갑을 맞아 1915년께 시미즈 도운(淸水東雲), 이마무레 운레이(今村雲嶺) 등 화가 6명이 두 폭에 그린 그림을 볼 수 있다.
이 연구사는 "이번 전시가 잘 알려지지 않았던 일본 전통문화를 소개하는 기회가 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전시는 9월 29일까지. 관람료는 성인 8천원, 청소년·장애인·어르신 5천원.
psh5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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