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대북확성기 방송중단…군사적 긴장완화로 이어져야

입력 2018-04-23 16:54  

[연합시론]대북확성기 방송중단…군사적 긴장완화로 이어져야

(서울=연합뉴스) 우리 군이 남북정상회담을 나흘 앞둔 23일 최전방 지역의 대북확성기 방송을 전격 중단했다. 지난 2016년 1월 북한의 제4차 핵실험에 대한 대응책의 하나로 방송을 전면 재개한 지 2년 3개월 만이다. 군 당국이 대북방송을 중단한 사례는 몇 차례 있었지만, 이번처럼 남북 간 협의 없이 선제적으로 중단하기는 처음이다. 군 당국의 조치는 남북정상회담의 성공적 개최를 위한 분위기를 조성하려는 차원으로 보인다.

대북확성기 방송은 북한군을 심리적으로 무력화하는 대표적인 수단으로 기능해왔다. 최근까지 우리 군은 최전방에서 40여 대의 확성기 시설을 통해 주로 국내외 뉴스와 날씨, 가요, 북한 소식 등을 북녘으로 전했다. 방송 내용은 군사분계선(MDL) 이북 20여㎞까지 들려 이 일대 북한군 장병에게 미치는 심리적 영향이 상당했다고 한다. 북측은 북한체제를 비판하고 남한 사회 문화를 소개하는 확성기방송을 '반공화국 적대 행위'로 규정할 정도로 예민하게 반응해왔다. 박근혜 정부 시절 남북긴장이 고조됐을 때 남측 확성기를 겨냥한 조준 타격을 공언하고 실제로 고사포를 쏘기도 했다. 그러면서 북한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방송중단을 끈질기게 요구했다.

우리 군이 대북확성기 방송을 중단함에 따라 군사적 긴장완화를 위한 남북대화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기대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대북확성기 방송중단이 남북정상회담을 앞두고 핵실험 중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 중지,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 등을 선제적으로 발표한 북측에 화답하는 모양새를 띠고 있다는 점에서다. 여기에다 한미연합훈련인 독수리훈련과 키리졸브 연습 일정도 정상회담에 앞서 단축하거나 조정하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어 대북 군사적 조치 완화를 예상하는 이들도 있다. 북측도 우리 측의 방송중단 조치에 화답해 대남 확성기 방송송출을 조만간 중단할 것으로 보인다.

이런 분위기가 이어진다면 이번 남북정상회담을 계기로 DMZ 내 GP(소초) 공동철수 등 군사적 분야에서 초기 단계의 신뢰구축 방안이 남북 간에 논의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남북 정상이 큰 틀에서 합의를 이루면 후속 군사 당국 간 회담을 통해 긴장완화 방안을 구체적으로 논의할 수 있을 것이다. 낮은 단계의 신뢰구축안이 성사되면 서해 북방한계선(NLL) 문제 등 상대적으로 민감한 분야에도 서로 신뢰를 쌓을 수 있는 협의가 남북 간에 진행될 수도 있다. 우리 사회에는 군 당국의 이번 조치를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눈길도 있을 것이다. 북한이 비핵화나 핵 폐기를 선언하지도 않은 상태에서 너무 앞서나가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군사적 긴장완화를 포함한 항구적 평화정착은 이번 남북정상회담의 주요 의제에 속한다. 이런 점에서 대북확성기 방송중단의 의미를 높이려면, 이 조치가 한반도 긴장완화는 물론 항구적 평화정착으로 이어지는 계기가 돼야 한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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