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송세월한 개헌논의…시기·권력구조 쳇바퀴 공방만

입력 2018-04-23 17:40   수정 2018-04-23 18:01

허송세월한 개헌논의…시기·권력구조 쳇바퀴 공방만

1년여 특위 가동에도 실패…'드루킹 특검' 대치로 국민투표법 시한 넘겨
개헌 시기 '9월·2020년' 분분…"개헌동력 떨어졌다" 비관론도

(서울=연합뉴스) 임형섭 기자 = 여야가 23일 국회 정상화 합의에 실패하면서 6·13 지방선거와 개헌 동시투표를 하겠다는 정부의 계획도 사실상 무산되는 모양새다.
6월 13일에 개헌안 국민투표를 하기 위해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제시한 국민투표법 개정 '마지노선'이 이날이었음에도, 여야가 '드루킹'(필명) 댓글 조작사건 문제로 대치를 거듭하면서 끝내 본회의를 열지 못했기 때문이다.
야당에서는 이후 개헌논의 동력을 살려가며 투표 시기를 다시 정하면 된다는 주장이 나오지만, 권력구조 개편안 등 핵심쟁점에 대한 견해차가 여전한 데다 지방선거 동시투표가 아니고서는 투표를 성사시킬 동력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개헌시기·권력구조 쳇바퀴 공방…'드루킹 사건'에 더 꼬여 = 개헌논의는 20대 국회 들어와 본격화하기 시작했으며 여야는 지난해 1월부터 국회 개헌특위를 가동했다.
지난해 '5·9 대선' 당시 여야 대선주자들이 모두 6월 지방선거와 동시개헌 입장을 밝혀 대선 이후 정치권의 개헌논의가 속도를 낼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여야는 논의 시작 후 1년이 넘도록 의견차를 전혀 좁히지 못했다.
우선 개헌안 국민투표 시기를 두고 여당은 애초 공약대로 '6월 지방선거 동시개헌' 입장을 고수했고, 야당은 개헌안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만큼 6월 개헌은 안 된다고 응수했다.
개헌 동시투표가 지방선거 유불리에 미칠 영향에 대한 여야의 셈법이 복잡하게 엇갈리면서 대치는 더욱 가팔라졌다.
개헌안의 핵심으로 꼽히는 권력구조 개편에 대해서도 국무총리의 선출·추천권을 국회가 가져야 한다는 야당과, 이런 의원내각제적 요소는 국민의 뜻에 배치된다는 여당의 주장이 부딪히며 평행선을 벗어나지 못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3월 26일 정부 개헌안을 발의하면서 국회가 논의에 속도를 내도록 압박을 가했지만 야당에서는 "정부 개헌안은 사회주의 개헌"이라고 반발하며 정국은 한층 경색됐다.

설상가상으로 최근 드루킹 사건으로 자유한국당이 장외투쟁을 시작하면서 6월 개헌 가능성은 한층 희박해졌다.
한국당을 비롯한 야당이 이 사건에 대한 특검을 국회 정상화의 조건으로 내걸었지만 민주당이 사실상 이를 거부하면서 정상화가 무산됐고, 결국 여야는 국민투표법 개정을 위한 마감시한을 넘기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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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력 이어갈까…"계속 논의하면 될 일" vs "다음 총선 전엔 어려워" = 이대로 6월 개헌이 무산될 경우, 그 이후에도 개헌논의가 계속될 것인가를 두고는 관측이 엇갈린다.
한국당 등 야당에서는 애초 6월 개헌에 부정적이었던 만큼, 이후 개헌논의 상황을 보면서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정세균 국회의장 역시 지난달 27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개헌 내용을 100% 다 합의해 놓고 나면 국민투표 시기는 (6월 이후로) 좀 조율을 할 수 있지 않나"라고 말했다.
반면 민주당 측에서는 "지방선거와 동시투표를 하지 않으면 국민 절반 이상을 투표장에 나오도록 하기가 쉽지 않다. 사실상 이제 개헌논의는 어려워진 것"이라는 시각이 나온다.
여기에 더해 설령 여야가 개헌논의를 속개한다고 해도, 총리추천제 등 핵심쟁점에 대해 단기간에 이견을 좁히는 건 난망하다는 지적이 있다.
국회의 한 관계자는 "국민투표 참여율 등을 고려하면 다음 전국단위 선거인 2020년 총선과 연계해 투표해야 하는데, 국회의원들이 자신들의 이해관계가 직결된 총선에서 개헌안 동시투표를 하기는 더욱 어려울 것"이라며 "결국 차기 총선 뒤까지 논의가 미뤄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hysup@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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