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동형 비례대표 등 '가물가물'…"양당제 고착" 소수당 반발 가능성
지방분권 강화 등 공감대 이뤘지만…정쟁 끝에 함께 유보
(서울=연합뉴스) 임형섭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24일 6월 지방선거와 동시 헌법 개정 국민투표 무산 입장을 밝힘에 따라 국회에서 개헌 논의와 맞물려 진행된 선거구제 개편 논의도 멈춰서게 됐다.
아울러 기본권 강화·지방분권 강화 등 여야 간 견해차가 크지 않은 '미쟁점 사안'에 대한 헌법 개정 역시 미뤄질 수밖에 없게 됐다.
일각에서는 여야가 핵심 쟁점인 권력구조 개편안이나 개헌시기를 두고 대치만 거듭하다가 정치개혁을 위한 선거제도 개편이나 국민의 삶에 직결된 기본권 문제에 눈을 감은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6월 개헌 무산에 선거구제 개편도 '일단 멈춤' = 여야는 그동안 국회 헌법개정 및 정치개혁 특별위원회(헌정특위)를 통해 선거구제 개편을 논의했지만, 6월 개헌 무산으로 헌정특위가 마비되면서 이 논의 역시 더는 진전되기 어려운 상황이다.
헌정특위의 한 관계자는 "문재인 대통령이 3월 발의한 개헌안을 보면 국회 의석은 투표자의 의사에 비례해 배분돼야 한다는 내용이 나온다. 이른바 '선거 비례성의 원칙'을 명시한 것"이라며 "이처럼 개헌과 선거구제 개편은 밀접하게 얽혀있기 때문에, 개헌이 무산된다면 선거구제 개편 논의 역시 동력을 찾기 힘들다"고 말했다.
논의가 장기간 유보될 경우 선거구제 개편에 당의 명운을 건 바른미래당·민주평화당·정의당 등 소수정당 사이에서는 반발이 터져 나올 수 있다.
국회 관계자는 "소선거구제를 기반으로 하는 현행 선거제는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 등 거대 양당에 유리하고 소수정당에 불리하다"며 "소수정당에서는 양당제를 고착화하는 선거제라는 불만이 지금도 나온다"고 설명했다.
특히 최근 이를 극복하기 위한 연동형 비례대표제에 대해 논의가 상당 부분 진전됐었다는 점에서 소수정당의 아쉬움이 더 클 것으로 보인다.
이번 논의 과정에서 민주당·바른미래당·평화당·정의당은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에 찬성했고, 한국당 역시 다른 야당과 공조를 모색하는 과정에서 연동형 비례대표제에 대한 논의도 열어둘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결국 6월 개헌이 무산되면서 연동형 비례대표제에 대한 합의도 당분간 어려워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다음 총선이 열리는 2020년까지는 선거구제 개편에 대한 논의가 이뤄지기 어렵다는 관측도 나온다.
◇ 기본권·지방분권 강화…"국민 요구 높은데도" = 개헌안 내용 중에는 여야간 큰 틀에서 공감하고 있는 '미쟁점 사항'들도 적지 않지만, 이에 대한 헌법 개정 역시 힘들어졌다.
우선 생명권과 안전권을 신설하는 등 국민 기본권 신장을 헌법 조문에 반영하는 방안, 지방자치단체에 자치 입법권이나 자치 재정권을 부여해 분권을 강화하는 방안에 대해서는 여야 간 견해차가 거의 없다.
권력기관 개혁 문제에 대해서도 국무총리의 국회추천제 등에서는 의견이 갈리지만, 인사권에 대한 국회의 권한을 강화해야 한다는 큰 방향에 대해서는 여야가 충돌하지 않고 있다.
또 정부의 예산안 편성이나 입법권에 대한 국회의 통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것에는 여야가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선거연령을 18세로 인하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학령제와 연계할지 등 세부 사항에 대한 조율이 남아있긴 하지만 충분히 이견을 좁힐 여지가 있다.
국회 관계자는 "기본권 강화, 지방분권, 권력분산, 참정권 확대 등은 오랜 기간 국민이 요구해온 사안이기도 하다"며 "6월 개헌 무산 탓에 1987년 체제 이후 30년간 이런 조항들이 제자리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비판이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hysup@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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