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스 번 회장 인터뷰…"시간은 북한편 아니다…한미 긴밀공조해야"
"핵 폐기까지는 여전히 큰 도전…북, 핵 폐기시 더 밝은 미래"
(뉴욕=연합뉴스) 이귀원 특파원 = 토마스 번 코리아소사이어티 회장(66)은 오는 27일로 예정된 남북 정상회담과 5월 말 또는 6월로 예상되는 북미 정상회담에 대해 "북핵 문제의 돌파구를 여는 기회가 될 수 있다"면서 북한의 전략적 변화를 끌어내기 위한 한미간의 긴밀한 공조를 주문했다.
번 회장은 24일(현지시간) 연합뉴스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국제사회의 전방위 대북제재로 상당한 압박을 받고 있다면서 "이것이 김 위원장이 북한의 장기적 이해에 대한 셈법을 다시 생각할 수 있는 계기가 되고 있다"고 밝혔다.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한미가 대북 접근법에서 단결을 유지해야 한다"면서 남북 정상회담과 북미 정상회담으로 이어지는 과정에서 한미 간 긴밀한 공조를 강조했다.
번 회장은 그러나 "정상회담을 여는 것 자체가 돌파구가 되지는 않을 것"이라면서 "동결이 아닌 북한의 완전한 핵 폐기를 끌어내는 것은 여전히 큰 도전"이라면서 북한과의 협상이 녹록지 않을 것임을 지적했다.
번 회장은 "북한은 과거에도 비핵화에 대해 한미와는 다른 개념을 보여왔고, 이번 협상에서 (북한이 요구할 수 있는) 체제보장 이슈에서도 같은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 위원장이 비핵화 의지를 내비치긴 했지만 북한이 협상 과정에서 사실상 핵보유국 지위를 주장하며 상호 핵 군축 논리를 강변하는 것 아니냐는 일각의 우려와 맞닿는 언급으로 풀이된다.
번 회장은 "북핵 협상이 한 번의 회담으로 끝나지는 않을 것"이라면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북한이 직면한 제재를 거론하며 "수년에 걸쳐 질질 끌었던 과거 협상과는 달리 시간은 북한 편에 있지 않다"고 지적하는 한편 "북한이 핵을 포기하면 더 밝은 미래가 있을 것"이라면서 김 위원장의 전략적 결단을 촉구하기도 했다.
번 회장은 남북 정상회담과 북미 정상회담이 열리면 북한이 분위기 조성을 위해 남북 이산가족 상봉 재개와 북한에 억류된 한국계 미국인 3명의 석방을 카드로 내놓을 가능성을 점쳤다.
그는 남북 정상회담에서 거론될 것으로 알려진 기존 정전협정의 평화협정으로의 전환과 평화체제 문제에 대해 과거 2005년 북핵 6자회담 9·19 공동성명과 2007년 남북 정상회담에서 다뤄진 것으로 언급하며 "아주 새로운 것은 아니다"면서 "한미동맹의 구조 등에 대해 북한이 어떤 수정을 요구할지 등 매우 흥미롭고, 남북 간에 큰 입장차가 노출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남북 정상회담을 앞두고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 중단, 핵실험장 폐기를 전격 선언한 데 대해서도 "(북한의) 진정한 양보로 보지 않는다"면서 신중한 평가를 했다.
번 회장은 "기존에 중국이 주장해온 '쌍중단'(雙中斷·북한 핵·미사일 도발과 한미 연합군사훈련 중단)과 관련해 북측이 자신들이 취할 수 있는 조치를 한 것으로 보이고 국제사회의 강력한 제재 속에서 추가 실험(핵·미사일) 실험은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더 많을 것이라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북한의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 선언에 대해서도 "추가 핵실험을 할 경우 대규모 방사능 노출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면서 지적했다.
번 회장은 "문재인 정부가 한반도의 근본적 이슈들에 대해 논의할 수 있는 조건(환경)을 만들어내고 긴장을 완화하는데 역할을 했다"면서 현재의 대화국면을 만들어 낸 데 있어서 "문재인 정부가 평가받을 부분이 크다"고 평가했다.
번 회장은 국제신용평가사인 무디스 부사장 출신으로 지난 2015년 8월부터 한미 우호증진을 목적으로 하는 비영리단체인 코리아소사이어티 회장을 맡고 있다. 1970년대에는 '한국 평화봉사단' 일원으로 한국에 3년간 머무른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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