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 저승사자' 기업집단국 현장조사…총수일가 사익편취 혐의
"대한항공외 다수 계열사도 조사 대상"…사정기관 '전방위' 압박
(서울·세종=연합뉴스) 이대희 김예나 기자 = 공정거래위원회가 한진그룹 총수일가의 사익 편취 혐의를 잡고 조사에 착수했다.
조현민 대한항공 전무의 '물벼락 갑질'에서 촉발된 사건이 경찰과 관세청에 이어 공정위까지 뻗어 나가며 한진그룹을 전방위로 압박하는 모양새다.
공정위는 지난 20일부터 대한항공 기내판매팀 등 한진그룹 계열사에 기업집단국 조사관 30여 명을 보내 현장조사에 착수했다고 24일 밝혔다.
기업집단국은 김대중 정부 시절 대기업 경제력 집중을 완화하기 위한 활동을 펼치며 '재벌 저승사자'라는 별칭이 붙었던 공정위 조사국의 후신으로, 지난해 김상조 위원장 취임 직후 12년 만에 부활했다.
공정위는 대한항공 등 다수의 한진그룹 계열사가 기내면세품 판매와 관련해 이른바 '통행세'를 통해 총수일가 소유 회사에 부당한 이익을 줬는지를 들여다보고 있다.
통행세란 일반적인 거래 과정 중간에 총수일가 소유 회사를 넣어 이들에게 지원하는 부당 이득을 뜻한다.
공정위는 한진 계열사인 정석기업 대표 원종승씨와 조현아·원태·현민씨가 공동 대표를 맡은 면세품 중개업체 '트리온 무역'에 주목하고 있다.
공정위는 한진 총수일가가 이 업체를 통해 통행세를 챙겼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트리온 무역의 매출액이 크지 않은 만큼, 이 업체와 비슷한 성격의 업체가 더 있을 것으로 보고 조사 범위를 넓힐 것으로 전망된다.
공정위의 한진그룹 일감 몰아주기 조사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공정위는 2016년 11월 계열사 내부 거래로 총수일가에 부당한 이익을 제공한 혐의로 대한항공과 싸이버스카이, 유니컨버스에 총 14억3천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고 대한항공 법인과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당시 총괄부사장)을 검찰에 고발했다.
공정위는 당시 대한항공이 직원들을 동원해 기내면세품 인터넷 광고 업무를 대부분 하게 하고, 광고 수익은 조씨 삼 남매가 100% 지분을 보유한 회사에 몰아줬다고 판단한 바 있다.
다만 서울고법은 작년 이를 인정할 증거가 부족하다면 대한항공의 손을 들어줬다. 이 사건은 현재 대법원에 계류 중이다.
최근 경찰과 관세청은 한진[002320] 총수일가와 대한항공 사무실 압수수색 과정에서 확보한 휴대전화, 태블릿PC, 외장하드 등에 대해 디지털 포렌식 조사를 벌이고 있다.
경찰은 조 전무의 폭행·특수폭행 등 구체적인 혐의 확인을 위해 그가 유리잔을 던졌는지 등을 확인하고 있다.
관세청은 조씨 삼 남매와 대한항공 사무실 압수수색을 통해 한진 총수일가와 대한항공의 상습적이고 조직적인 밀수·탈세 혐의를 규명하기 위해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여기에 공정위까지 현장조사를 벌이면서 한진에 대한 조사망은 더욱 촘촘해지는 동시에 시너지 효과도 낼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공정위 관계자는 "이번 조사는 현재 대법원에 계류 중인 사건과는 전혀 별개의 혐의"라며 "당시 부당 이익 제공과 구조가 전혀 다르다"고 말했다.
2vs2@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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