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징이 "남북회담 핵심은 비핵화…큰 틀 합의 이룰 듯"
"한반도 문제 핵심은 남북관계…이번 회담 역사의 한 페이지"
"종전선언, 평화협정의 전주곡…상징적 의의 있다"
(베이징=연합뉴스) 김진방 특파원 = 중국의 한반도 전문가인 진징이(金景一) 베이징대 교수는 남북정상회담에서 한반도 비핵화에 대해 전체적인 논의가 이뤄지는 것은 어렵지만 원칙적인 합의를 큰 틀에서 완성하는 수준까지 진척시킬 것으로 분석했다.
진 교수는 24일 연합뉴스 인터뷰에서 사흘 앞으로 다가온 남북정상회담에 대해 이같이 전망했다.
그는 북한이 지난 20일 개최된 노동당 제7기 3차 전원회의 후 결정서를 통해 핵·미사일 실험중단과 풍계리 핵실험장 폐쇄를 선언한 것은 미국, 한국, 중국에 비핵화 의지를 천명한 것이라며 한반도 문제의 핵심은 남북관계에 있고 이번 회담은 역사의 한 페이지를 열 것이라고 강조했다.
진 교수는 이번 정상회담에서 비핵화 외에도 종전에 관한 문제가 심도 있게 논의될 것이라며 종전선언이 이뤄지면 정전협정이 평화협정으로 가는 전주곡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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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진 교수와의 일문일답.
-- 이번 남북정상회담은 한반도 현대사의 변곡점이 될 것으로 보이는데 어떻게 전망하나.
▲ 지난 두 번의 정상회담과 달리 이번 정상회담은 지난 30년 동안의 동북아 냉전과 지정학적 갈등의 산물인 북핵 문제, 그리고 한국전쟁 후 정전체제를 평화체제로 전환하는 문제, 제로섬 관계에 있던 남북관계를 윈윈으로 바꾼다는 점에서 이제까지 볼 수 없었던 새로운 남북관계를 지향하고 있다. 한반도 문제의 핵심은 내적 요소인 남북관계이다. 근대사 이후 한반도 지정학 역사의 주역은 늘 외적 요소인 강대국들이었다. 이제 남북정상회담은 그 지정학의 역사를 바꿔 한반도 문제를 한반도의 주인이 주도해나가는 역사의 한 페이지를 여는 것이다.
-- 가장 중점적으로 논의될 의제는 무엇으로 생각하나.
▲ 의제는 이미 결정되었다. 주요 의제는 비핵화, 평화체제, 남북관계 세 가지다. 이중 핵심은 비핵화이다. 북핵문제는 한반도를 둘러싼 지정학적 갈등의 산물이다. 그 지정학적 갈등은 냉전 구도와 남북분단에서 파생한다. 결국 비핵화, 평화체제, 남북관계는 사실상 상호 영향을 주는 연동관계라고 할 수 있다. 비핵화 문제도 항구적 평화체제와 지속적 남북관계와 유리될 수 없다. 그런 의미에서 세 의제는 하나만 해결될 수는 없다. 함께 연동돼 나가야 한다. 북미정상회담이 남아 있는 상황에서 비핵화가 전체적으로 논의되기는 어렵다고 본다. 다만, 원칙적인 합의를 큰 틀에서 완성하는 수준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 예를 들면 전체적인 비핵화 방향과 비핵화 프로세스 등이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 정전협정의 평화협정으로의 전환 역시 이번 회담의 핵심 의제로 거론되는 데 정전(停戰)체제 종식 및 평화협정 체결에 대한 논의는 어느 정도까지 진행될 것으로 보나.
▲ 종전선언은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전환하는 전주곡으로서 상징적 의의가 있지만, 그 자체가 협정은 아니다. 평화협정체결은 당연히 정전협정 당사국들이 논의해야 할 것이다. 그렇지만 정전체제와 전쟁위협을 피부로 느끼고 있는 것은 한국전쟁의 주요 당사국인 남북한이다. 한반도의 주인인 남북한이 정전체제를 평화체제로 전환하는데 원칙적 합의를 이루는 것은 사실상 가장 실질적 의의가 있다고 생각한다.
-- 이번 회담 결과에 대한 예상이나 기대치가 얼마 정도 되나.
▲ 남북한 국민은 남북이 한반도 문제를 주도해나가며 화해와 협력을 이루기를 반세기 넘게 기다려 왔다. 한반도를 둘러싼 주변국들과 국제사회도 회담을 지켜 보고 있다. 남북정상회담은 남북의 시공간을 넘어 동북아 미래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 이번 회담에서 우려할 만한 사안이 있다면 어떤 것이 있는가.
▲ 현재의 한반도 정세변화는 전문가들도 현기증이 날 만큼 전광석화처럼 급박하게 변화하고 있다. 냉정하게 판단할 시간적 여유가 모자랄 정도다. 한편으로는 너무 빠른 변화에 남북관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가변요소들도 많아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순간적인 오판이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이라는 초심을 흔들 수 있다는 것을 유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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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한의 전략과 회담에 임하는 태도는 어떨 것으로 보나.
▲ 북한은 미국과 한국, 중국에 비핵화 의지를 이미 천명한 상태다. 특히 이번 노동당 전원회의는 이런 의지를 국내에 선포하고 절차를 밟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런 배경 아래 남북정상회담은 예견했던 대로 순조롭게 진행될 것이다. 북한의 핵·미사일 실험중단과 핵실험장 폐쇄 선언은 남북정상회담에 긍정적인 영향을 줬다고 생각한다.
-- 북한이 '시간 끌기 전략'을 구사하는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 북한의 의도를 두고 논쟁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다만,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남북관계, 북미관계, 북중관계를 어떻게 다뤄 왔는지를 생각해 보면 상당히 진지하고 그 과정에 절차가 있었다. 과거 김정일 국방위원장과는 다른 모습을 보였다고 생각한다. 미국과의 직접 접촉에도 적극성을 보이고, 미국이 원하는 바가 무엇인지도 이미 파악했기 때문에 시간 끌기 전략으로 선회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오늘의 북한을 보는 시각을 바꿀 필요가 있다. 새로운 시각이 필요한 때다.
-- 본 게임은 북미정상회담이라는 의견이 많은 데 북미회담에서 논의될 내용은 어떤 것이 있는가.
▲ 북미정상회담이 성사할 수 있었던 결정적 계기는 바로 북한의 비핵화 의지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움직인 데 있다. 비핵화 의제는 북미회담의 가장 중요한 의제가 될 것이다. 그렇지만 북한에는 체제 보장을 위한 평화체제와 북미관계 정상화도 그만큼 중요하다. 지난 6자회담에서 북미는 선행폐기냐 선 평화체제냐를 놓고 치열한 논쟁을 벌였다. 북미정상회담에서는 비핵화 원칙과 비핵화 프로세스 모두에서 합의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 남북정상회담 이후 한반도와 동북아 정세변화에 대한 전망은.
▲ 남북정상회담에서 기대치에 부합하는 합의를 이루게 되면 그 파급효과로 동북아가 지각변동 조짐을 보이게 될 것이다. 남북관계가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과 연동돼 발전을 이루게 되면 동북아는 지정학적 대립에서 지경학(地經學)적 협력으로 나아갈 수 있는 역사적 기회를 맞게 될 것이다. 남북정상회담은 동북아가 하나의 경제공동체가 되는 기폭제 역할을 할 수 있다.
china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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