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유커 교통사고에 '최대성의'…북중 '돌발악재' 차단 부심

입력 2018-04-24 10:33  

김정은,유커 교통사고에 '최대성의'…북중 '돌발악재' 차단 부심
직접 中대사관·병원 위로 방문…중국내 대북정서 악화 우려한듯



(서울=연합뉴스) 김효정 기자 = 북중관계가 급속히 개선되는 시점에 북한에서 중국인 관광객들의 대형 인명사고가 발생하자,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직접 나서는 등 북한 당국이 사고 대응에 총력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 주목된다.
조선중앙통신과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김 위원장이 지난 23일 오전 6시 30분 북한 주재 중국 대사관을 방문해 사고와 관련한 위로의 뜻을 표하고 "후속 조치들을 최대의 성의를 다하여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고 24일 보도했다. 김 위원장은 같은 날 저녁 부상자들이 입원한 병원도 찾았다.
황해북도에서 지난 22일 저녁 중국인 단체 관광객 등이 탄 버스가 전복돼 중국인 32명과 북한 주민 4명이 사망하고 중국인 2명이 중상을 입었고, 김 위원장이 이를 위문한 것이다.
북한 매체들은 이번 일을 '뜻하지 않은 교통사고', '중국 관광객들 속에서 많은 인명피해가 발생한 것' 등으로 표현하며 구체적인 피해 규모를 밝히지 않았지만, 국내에서 발생한 대형 사고를 공개한 것은 흔치 않은 일이다.
북한 매체가 김 위원장의 동선을 분 단위까지 거론한 것도 매우 이례적이다.
김 위원장이 사고 직후 신속하게 중국 대사관을 방문하는 등 최고지도자 차원에서부터 대응에 성의를 보인다는 점을 부각하기 위한 표현으로 보인다.
노동신문은 이날 1면에 김 위원장이 침통한 얼굴로 리진쥔(李進軍) 주북 중국대사를 만나고 병원을 찾아 부상자들을 위문하는 사진 4장을 게재하기도 했다.



김 위원장이 집권 후 주북한 중국 대사관을 방문한 것 또한 처음이다.
아버지인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생전 여러 차례 중국 대사관을 찾았지만, 김정은 위원장의 경우 장성택 처형과 북한의 핵·미사일 실험 등으로 북중관계가 경색되면서 대사관을 방문하지 않았다.
북한이 이처럼 이번 사고에 민감한 대응을 보이는 것은, 김정은 위원장의 지난달 중국 방문으로 다시금 상승 흐름을 타기 시작한 북중관계에 '돌발악재'가 될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은 지난달 25∼28일 집권 이후 처음으로 중국을 방문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회담하고 양국간 교류와 협력을 확대하자는 데 합의했다.
그는 중국 예술단을 이끌고 방북한 쑹타오(宋濤) 중국 공산당 대외연락부장을 지난 17일 만나서도 '여러 분야에서의 교류와 왕래'를 활발히 하는 데 대해 의견을 나누는 등 북중 간 인적 교류에 대한 의지를 표출해 왔다.
이런 상황에서 사고 수습이나 사후조치에 잡음이 생길 경우 중국인들 사이에서 대북 정서가 다시 악화할 수 있다는 점을 북한 당국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이는 북한이 염두에 두고 있을 중국인 관광 활성화에도 위축 효과가 있을 수 있다.
김 위원장은 이런 점을 의식한 듯 리진쥔 대사에게 "우리 인민들도 비극적인 이번 사고를 자기들이 당한 불행으로 여기고 있다"고 양국 국민의 유대를 강조하기도 했다.
한편, 리 대사를 비롯한 주북 중국대사관 관계자들이 김 위원장에 대해 "중요한 정치일정들로 그처럼 분망하신 속에서도…"라고 언급한 점도 눈길을 끈다. '중요한 정치일정'에는 27일 열리는 남북정상회담 준비 등도 포함됐을 것으로 관측된다.
kimhyoj@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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