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노이=연합뉴스) 민영규 특파원 = 쿠웨이트에서 필리핀 대사관 직원 등이 학대받는 자국 가사도우미를 구출하는 작전을 편 것과 관련해 양국의 외교갈등이 점차 고조되고 있다.
'사막의 구출'이라는 작전명을 붙인 이 일은 필리핀 외교부가 쿠웨이트에 신속 대응팀을 급파해 지난 7일부터 2주간 집주인에게 학대받는 필리핀 가사도우미 26명을 탈출시킨 것이다.
현지 필리핀 대사관 직원이 가사도우미 탈출을 돕는 장면이 찍힌 영상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타고 확산하면서 외교 문제로 비화했다.
쿠웨이트 외무부는 지난 20일 레나토 빌라 주쿠웨이트 필리핀 대사를 불러 경위를 따지고 항의 서한을 전달했다.
이어 쿠웨이트 경찰이 가사도우미들에게 주인집에서 탈출하라고 설득한 필리핀인 2명을 체포했다고 현지 언론이 22일 쿠웨이트 내무부 성명을 인용해 보도했다.
체포된 이들에게 어떤 법이 적용됐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이에 대해 알란 피터 카예타노 필리핀 외무장관은 23일 "우리가 왜 필리핀 노동자를 직접 구출했겠느냐"면서 "필리핀 노동자들의 생사가 달린 문제이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고 일간 필리핀스타가 24일 보도했다.
조지프 빅토르 에헤르시토 필리핀 상원의원도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것은 모든 공무원, 특히 외교관의 의무"라고 강조했다.
쿠웨이트에는 현재 26만명 이상의 필리핀 노동자가 있으며 이들 가운데 대다수는 가사도우미다.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은 지난 2월 쿠웨이트에서 레바논-시리아인 부부에게 살해된 뒤 1년 넘게 아파트 냉동고에 보관돼 있던 필리핀 가사도우미 시신이 발견되자 쿠웨이트로 가사도우미 송출을 금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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