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전쟁 약점 지목되자 반도체 육성에 총력…"구시대적 발상" 비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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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하이=연합뉴스) 정주호 특파원 = 미국과 무역분쟁 격화로 어려움에 처한 중국에서는 최근 난국을 돌파하기 위한 '양탄일성(兩彈一星) 정신'이 유행이다.
중국이 1960∼70년대 피폐한 경제환경 속에서도 독자적으로 원자탄·수소탄(양탄)과 인공위성(일성) 개발을 성공시킨 것처럼 '하면 된다' 정신으로 '핵심기술' 난관을 돌파해야 한다는 것이다.
미국과의 무역전쟁을 이겨내려면 첨단 부품 자재를 외국에서 수입할 필요없이 자체 공급할 수 있는 체제가 갖춰져야 하는데 중요 산업군에서 여전히 '핵심기술'이 부진한 것을 꼬집는 내용이다.
중국이 말하는 '핵심기술'이란 개발비용이 엄청나지만 회수 수익이 크고 장기적이며 복제하기가 매우 어려운 기술 핵심과 설계 핵심을 일컫는다. 주로 한국과 미국이 장악하고 있는 반도체 산업을 뜻한다.
특히 중국의 대표적 통신장비업체 ZTE(중싱<中興>통신)가 미국으로부터 7년간 기술수출이 금지되는 제재조치를 받으면서 반도체는 중국이 핵심기술을 확보하지 못한 치명적 약점으로 부각됐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최근 평론에서 "수출금지는 중국 통신산업에서 부족한 핵심기술의 아픈 부위를 건드렸다"며 "비용이 얼마 들든지 반도체 투자를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도 사흘새 두차례나 '핵심기술 공략'을 강조하며 '반도체 굴기(堀起)'를 사실상의 중점 경제시책으로 삼았다.
"'양탄일성 정신'을 갖고 전국의 힘을 모아 반도체 산업을 발전시키자"는 게 최근 중국 관영매체들의 슬로건이 됐다.
하지만 이를 두고 중국 일각에서는 기존 경제 논리를 도외시한 구시대적 발상이라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중국 증권시보는 23일 1면 평론을 통해 "반도체 산업은 군사 프로젝트인 양탄일성 개발과는 완전히 다른 경제법칙을 따른다"며 "양탄일성 개발 과정에서 독립 자주와 인간 노력의 강조는 과도한 투자와 폐쇄적 개발로 이어져 사회동원의 위험에 빠질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양탄일성 모델로는 반도체 산업을 발전시킬 수는 없다"고 단언했다. 분업 체계가 세분되고 교체주기가 빠른 하이테크 업종의 발전은 스스로의 의지나 거국체제 동원만으로는 절대 통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신문은 "반도체는 '무어의 법칙'(반도체 집적회로의 성능이 18개월마다 2배로 증가한다는 법칙)이 지배하는 거대 경쟁산업으로 중국의 진입 돌파를 막고 있다"며 "그 원인은 산업 연계사슬의 종합적 기술축적이 부족하고 그 기반이 되는 교육환경, 인문사회 환경이 취약하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신문은 중국의 반도체 굴기가 이뤄지려면 "시장을 가이드로 삼아 개방협력, 시간축적 등을 통해 두터운 기초를 쌓은 다음 특정 시점에 역습을 노려야 가능하다"고 했다.
이어 "상식을 벗어나 커브길에서 추월하려 애쓰다가는 되레 일을 망칠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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