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레이, 로켓전문가 하마스 간부 암살범 몽타주 공개…국경통제

입력 2018-04-24 14:13   수정 2018-04-24 14:15

말레이, 로켓전문가 하마스 간부 암살범 몽타주 공개…국경통제
이스라엘 모사드 배후 의심…"수염 기른 백인들"



(자카르타=연합뉴스) 황철환 특파원 = 말레이시아에서 로켓 전문가인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간부를 살해한 외국인 2인조 암살단의 몽타주가 공개됐다.
24일 일간 더스타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말레이시아 경찰은 전날 오후 유럽 혹은 중동계로 보이는 백인 남성 2명의 모습을 담은 몽타주를 공항과 항만, 국경검문소에 배포하고 국경 통제를 대폭 강화했다.
이 남성들은 지난 21일 새벽 쿠알라룸푸르 외곽에서 팔레스타인인 전기·전자공학자 파디 알-바트시(34)를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하마스 구성원으로 로켓포 성능 개선과 드론 개발 등에 관여한 것으로 알려진 파디는 새벽기도를 위해 집 인근 이슬람 사원으로 가다가 기습을 당했으며, 모두 14발의 총탄을 맞고 그 자리에서 사망했다.
모하메드 푸지 하룬 말레이시아 경찰청장은 "목격자들의 증언을 바탕으로 전문가들이 작성한 몽타주에 따르면 이 남성들은 흰 피부와 건장한 체격을 갖고 있었고 수염을 기른 상태였다"고 말했다.
용의자들의 키는 180㎝ 내외로 추정됐다. 이들은 검은색 재킷과 오토바이 헬멧을 착용한 채 대형 오토바이를 타고 파디에게 접근해 총탄 세례를 퍼부었다.
푸지 경찰청장은 이들이 아직 말레이시아 국내에 있는지를 묻는 말에는 "아직 확인하지 못했다. 국내외 기관에 공조를 요청한 상황"이라고 답했다.
하마스는 파디가 하마스 군사조직 지휘관 중 한 명이라면서 이스라엘 정보기관 모사드를 이번 사건의 배후로 지목했다.
이스라엘 정부는 이를 부인했지만, 과거 팔레스타인 반군 지도자와 폭탄 전문가들을 겨냥해 암살 작전을 벌인 전력 때문에 미심쩍다는 반응을 사고 있다.



말레이시아 역시 모사드 요원들이 자국에 밀입국해 파디를 암살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는 것으로 보인다.
아흐마드 자히드 말레이시아 부총리 겸 내무장관은 전날 기자들을 만나 중동 모 국가 정보기관 요원이 "특정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말레이시아와 국교를 맺은 다른 국가의 여권을 도용해 밀입국한 정황이 포착됐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는 팔레스타인인들이 가진 가능성을 부정하기 위해서라면 수단을 가리지 않는 중동의 한 국가를 안다. 이들은 인티파다(반이스라엘저항운동)를 시작조차 하지 못하도록 억압하기 위해 특정 전문성을 가진 팔레스타인인을 표적으로 삼아 왔다"고 덧붙였다.
이슬람 국가인 말레이시아는 이스라엘과 외교관계를 맺지 않고 있다.
다만, 모사드가 실제로 이번 사건의 배후인지를 규명하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모사드는 과거에도 영국 여권 등을 복제·도용해 적대국에서 보호 중인 하마스 지도자를 암살한 바 있고, 당시에는 범행 수시간만에 관련 요원들이 전원 출국해 해외로 도주했다.
한편, 이스라엘 정부는 가자 지구와 국경이 맞닿아 있는 인접국 이집트에 대해 파디의 시신을 가자 지구에 반입하려는 시도를 막아 달라고 요청했다.
아비그도르 리버만 이스라엘 국방장관은 "통상적인 채널을 통해 이와 관련한 요청을 전달했다"고 말했다.
이스라엘 정부는 하마스에 억류된 이스라엘 민간인 2명과 사망한 군인 2명의 시신을 돌려받기 전에는 시신 반입을 허용할 수 없다는 입장으로 전해졌다.
hwangch@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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