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딸이 안돼? 때려치워" 한마디에 점수조작한 부산은행

입력 2018-04-24 13:51   수정 2018-04-24 1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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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딸이 안돼? 때려치워" 한마디에 점수조작한 부산은행

필기탈락 구제·경쟁자 점수 낮춰…공소사실로 드러난 채용비리 전모
전 국회의원 딸, 전 은행장 손녀 부정합격에 다른 지원자 합격 못해

(부산=연합뉴스) 김선호 기자 = 부정한 청탁이나 압력을 받고 필기에서 탈락한 지원자를 구제하거나 합격권에 오른 경쟁자 점수를 낮추는 방법으로 청탁 대상 지원자 2명을 합격시킨 2015년 부산은행 채용비리 전모가 검찰의 공소 사실을 통해 드러났다.
24일 부산지법에서 부산은행 채용비리 혐의(위계에 의한 업무방해)로 기소된 강동주(59) 전 BNK저축은행 대표, 박재경(56) BNK금융지주 사장, 전 인사담당자 등 4명에 대한 첫 재판이 열렸다.
이날 재판은 부산지법 형사4단독 강희석 부장판사 심리로 열렸다.

공소사실에 따르면 2015년 9월께 당시 경남발전연구원장이자 전 국회의원인 조모(59) 씨가 당시 부산은행 경영기획본부장이던 박재경 씨에게 청탁전화를 걸어 "딸이 이번(5·6급 신입 공채)에 지원하니 잘 봐달라"고 말했다.
당시 부산은행은 2014년 경남은행 인수로 홍준표 경남도지사가 도금고이던 경남은행과의 계약을 끊는 등 경남도와 사이가 틀어지자 경남도의 대화창구 역할을 하던 조 씨에게 접근해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려던 시기였다.
공채에 응시한 조 씨의 딸 A 씨가 2차 필기시험에서 탈락하자 조 씨가 박 씨에게 다시 전화를 걸었다.
조 씨는 "다음에 7급에 지원하시면 안 되겠느냐"는 박 씨 말에 "내 딸이 외국에서 공부하고 왔는데도 안 되느냐. 다 때려치우라"고 화를 냈다.
박 씨는 옆에서 전화통화를 듣던 인사담당자 등에게 "다 들었지? 무조건 합격시켜라"고 말했다.
박 씨, 강 씨, 인사담당자 등은 정답이 정해진 객관식 문제 외에 A 씨 서술형 문제 점수를 만점에 가깝게 수정하고 필기시험 커트라인을 낮춰 합격자를 늘리는 방법으로 탈락한 A 씨를 면접에 올렸다.
최종 면접관이던 박 씨는 3차 면접에 이어 4차 면접에 올라온 A 씨에게 높은 면접 점수를 줘 최종 합격시킨 혐의를 받고 있다.
A 씨와 같은 공채에 지원한 전 부산은행장 외손녀 B 씨가 부정 합격한 과정도 만만치 않다.
전 부산은행 부행장에게서 "전 부산은행장 외손녀가 지원했으니 잘 살펴달라"는 청탁전화를 받은 인사담당자는 당시 부산은행 업무지원본부장이던 강동주 씨에게 이 사실을 보고하고 사실상 합격지시가 떨어졌다.
<YNAPHOTO path='C0A8CA3C00000161649F10EC0002ED0E_P2.jpeg' id='PCM20180205000133044' title='검찰, 5개 은행 채용비리 수사 (PG)' caption='[제작 조혜인] 일러스트'/>
강 씨와 인사담당자들은 최종 면접까지 올라간 B 씨 최종 면접 점수가 다른 지원자 3명과 똑같자,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이들은 최종 면접 점수가 같은 다른 지원자 3명 점수를 고의로 낮추고 B 씨 점수는 올려 최종합격시켰다.
결국 A, B 씨 부정합격으로 합격권에 들었던 최종 면접 지원자 3명은 탈락 이유도 모른 채 고배를 마셔야만 했다.
재판에 출석한 강 씨와 전 인사담당자 2명은 검찰 공소사실을 인정했으나 박 씨는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다.
박 씨와 강 씨는 방어권 행사 등을 위해 재판부에 보석 신청을 했으나 검찰은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다"며 기각 의견을 밝혔다.
다음 공판은 5월 15일 오후 3시에 열린다.
wink@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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