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미국산 불매했다가는 우리도 내상"…반미 선동엔 신중

입력 2018-04-24 14:45  

중국 "미국산 불매했다가는 우리도 내상"…반미 선동엔 신중

(상하이=연합뉴스) 정주호 특파원 = 미국과 무역전쟁에 맞서는 중국이 한국과의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갈등 때와는 달리 미국산 상품에 대한 불매운동은 배제하는 눈치다.
그간 주변국과 갈등 사안에 보복을 선동하며 극성을 부렸던 중국 관영매체는 미중 통상갈등이 본격화한 이후 미국산 제품 불매운동이나 반미집회 등을 언급하지 않은 채 신중한 태도를 보인다.
중국 관영 환구시보는 24일 웨이보(微博) 칼럼 '겅즈거'(耿直哥)를 통해 "미국이 되레 중국에 이 '최종 무기'를 사용하라고 선동하고 있다"며 "미국산 불매는 중국에 심각한 내상을 입힐 수 있는 만큼 조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국 경제방송 CNBC가 최근 "중국의 미국산 제품 불매는 이번 무역전쟁의 비장 카드"라며 "중국이 자국민에 미국산 불매를 요구하면 미국 기업과 경제는 큰 타격을 입게 될 것"이라고 주장한 것에 대한 반응이었다.
환구시보는 "현재 모든 중국 매체들이 무역전쟁 개시 이래 미국산 불매를 언급하지 않고 있다"며 "월마트, 마이크로소프트 등 미국 기업들이 중국에 투자해 중국 경제와 같이 발전하고 중국인들의 생활과 밀착한 상황에서 불매운동은 되레 중국 경제에 직접 내상을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중국이 적지 않은 과학기술 분야에서 성취를 이루고 일부는 선두권에도 올라섰지만, 중요영역에서는 미국의 상품과 서비스, 기술 없이 독자 행보를 할 수 있는 수준에 이르지 못했다"고 진단했다.
환구시보는 이어 "미국의 ZTE 제재로 중국산 반도체의 약점이 노출된 바와 같이 미국산 제품의 불매는 중국에 적지 않은 손실을 줄 것이고 그 영향력은 한국, 일본산 제품 불매가 초래한 것보다 훨씬 더 클 것"이라고 주장했다.
신문은 또 "미국인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산 불매를 요구해도 듣지 않을 것"이라는 CNBC 앵커의 발언이 "중국인을 중앙집권 정부 밑에 있는 골수 민족주의자들이라고 비꼬는 것"이라며 "오만하고 뻔뻔한 우월감"이라고 반박하기도 했다.
한편 보수논객 후시진(胡錫進) 환구시보 총편집은 최근 미국에 대한 강경 대응을 주장했다가 반격을 받기도 했다.
논쟁을 벌이던 쑨리핑(孫立平) 칭화(淸華)대 교수가 "후 총편집은 애플 아이폰을 쓰면서도 'ZTE인'(中興人)이 되자고 주장한다"고 비판한 것이다.
"미국과의 무역전쟁에 끝까지 맞서야 한다"고 주창했던 후 총편집은 이후 입장을 약간 수정해 "필요한 타협에 대해선 일반 대중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고 한발 뒤로 뺐다.
이와 함께 중국 당국은 민간에서 개최하려던 반미집회를 차단했다.
대만 중앙통신은 중국 인권운동가 왕젠(王健)이 지난 16일 난징(南京)시 공안국에 오는 5월 1일 난징 시내에서 미국의 무역전쟁 발동에 반대하는 집회를 열겠다는 신청서를 낸 직후 연락이 끊긴 상태라고 전했다.
왕젠은 다음날 현지 공안기관과 '웨탄'(約談·약속을 잡아 진행하는 조사)을 한 뒤 구금된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왕젠의 체포로 그가 계획한 집회도 철회될 개연성이 커졌다. 통상갈등 고조로 중국내 반미정서가 높아지는 데 대해서는 중국 당국도 부담감을 느끼고 있음을 미뤄 짐작할 수 있다.

jooh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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