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 전문가 헤커 박사 "핵무기 감추려들면 알 방법 없어"

입력 2018-04-24 16:17  

북핵 전문가 헤커 박사 "핵무기 감추려들면 알 방법 없어"
"북한 플루토늄, 우라늄, 핵무기 규모 아무도 몰라"


(서울=연합뉴스) 유영준 기자 = 북한의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비핵화 의사를 표명함으로써 비핵화가 가시권에 들어선 가운데 비핵화를 담보할 검증이 최대 화두로 부상하고 있다.
아무리 비핵화에 합의하더라도 실제 핵무기 폐기가 이뤄졌는지 확인할 수 없다면 그 의미가 반감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비핵화를 약속하더라도 실제 검증은 첩첩산중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북한이 감추려고 마음먹는다면 이를 밝혀내기가 어쩌면 불가능할지도 모른다고 입을 모은다.
북핵 전문가인 미 스탠퍼드대 국제안보협력센터(CISAC) 선임연구원 지그프리드 헤커 박사 역시 현 체제에서 북한이 핵을 은폐하려 든다면 이를 밝혀내기가 좀처럼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지난 2010년 서방과학자로는 마지막으로 북한 영변 핵시설을 방문해 우라늄 농축 시설을 목격한 헤커 박사는 최근(4월11일) 온라인 탐사보도 매체 바이스 뉴스(VICE NEWS) 인터뷰에서 비핵화 검증의 어려움을 설명했다.
북한은 2008년 서방측에 선의의 표시로 60피트(약 18m) 높이의 냉각탑을 파괴했으나 2년 후 헤커 박사가 영변을 방문했을 때 이미 냉각탑이 필요 없었던 이유를 알아차렸다.
다수의 원심분리기를 설치해 플루토늄을 대체할 우라늄을 농축하고 었었기 때문이다. 플루토늄은 생산 원자로의 열이 위성에 의해 탐지되는 만큼 추적이 가능하나 우라늄은 원심분리기를 이용해 실내에서 제조가 가능하다. 외부에 노출되지 않은 채 생산이 가능한 것이다.
헤커 박사는 따라서 원심분리기가 가동될 경우 아무것도 알 수가 없다면서 건물 내에서 이뤄지기 때문에 어디서 뭘 하는지 알 수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핵심은 과연 북한이 몇 개의 핵폭탄을 제조했고 이를 어디에 보관하고 있는지, 다른 곳에 숨긴 것은 없는지라면서 무엇보다 핵무기의 소재를 파악하지 못하면 비핵화 여부를 알 수가 없다고 강조했다.
헤커 박사는 수십 곳에 달하는 핵시설과 수백 개소의 건물, 그리고 핵무기 프로그램에 종사하는 수천 명의 전문 인력 등을 거론하면서 "과연 이를 모두 제거할 수 있느냐"고 반문했다.
비확산전문가인 제프리 루이스 미국 미들버리 국제학연구소 연구원은 비핵화란 단어가 쌍방에 자유재량의 여지를 제공하고 있다면서 이는 김정은에게 핵무기의 폐기가 아니라 핵무기와 탄도미사일 시험을 중지하는 것을 포함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바이스뉴스는 트럼프 -김정은 간 미북 정상회담의 3가지 관건은 ▲트럼프가 김정은의 핵 보유를 계속 용인할 것인지 ▲그렇지 않다면 김정은은 궁극적인 비핵화에 대해 트럼프를 설득할 수 있을 것인지 ▲ 김정은이 핵무기를 은폐하거나 개발을 계속할 경우 이를 저지할 수단은 무엇인가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중 마지막 문제에 대한 해답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평가 속에 미들버리 국제학연구소의 핵무기 검증 및 감시전문가 멜리사 해넘은 김정은이 일부 핵무기를 양도 또는 파괴하더라도 상당수 폭탄이 남게 될 것이며 심지어 그들이 폐기한 핵무기가 진짜인지 또는 가짜인지 알 지 못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헤커 박사는 해결책은 지난 2010년처럼 현장에 대한 외부 전문가의 직접 방문을 허용하는 것이라고 주장했으나, 현장 방문을 허용하더라도 북한이 커튼을 완전히 걷었다는 보장이 없다고 해넘은 지적했다.
북한이 군사기밀을 이유로 핵심을 은폐할 수 있으므로 미국은 매 순간 철수 여부를 결정해야 할 것이라고 해넘은 덧붙였다.
헤커 박사는 이러한 어려움 등을 이유로 '하루아침에 비핵화를 달성할 수는 없다'면서 동결과 감축에서 시작해 긍극적인 제거에 이르는 단계적 비핵화 방안을 제의했다.
그리고 영변 핵시설에 대한 사찰을 재개할 경우 최근 감지된 원자로 주변 활동이 발전을 위한 것인지 아니면 다른 '범죄적'활동을 목표로 한 것인지가 드러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헤커 박사는 결론적으로 "2010년 이후 북한이 얼마만큼의 플루토늄과 우라늄을 생산했는지, 몇 개의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는지 아무도 정확하게 모른다"면서 더욱이 "그것들은 감추기가 쉬워 우리는 결코 모를 것"이라고 강조했다.
yj3789@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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