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적령기 남성, 배우자 못 찾아 심각한 사회문제 비화
(홍콩=연합뉴스) 안승섭 특파원 = 세계 최대의 인구 대국인 중국과 인도가 남아 선호 사상으로 인한 심각한 성비 불균형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24일 보도했다.
SCMP에 따르면 1979년부터 2015년까지 이어진 중국의 한 자녀 정책, 남아를 선호하는 보수적 가치관, 태아 성별 감식 기술의 발달 등으로 중국과 인도에서 지난 수십 년간 남아의 출생이 여아보다 더 많았다.
그 결과 인구 14억인 중국에서 남성의 수는 여성보다 3천400만 명이나 더 많다.
중국 못지않게 인구가 많은 인도의 남초(男超) 현상은 더 심각해 남성의 수가 여성보다 무려 3천700만 명이나 더 많다.
이러한 남초 현상은 여러 사회문제를 낳고 있다. 특히 결혼 적령기에 접어든 남성의 혼인 문제가 심각한 상황이다.
중국의 15∼29세 인구를 놓고 볼 때 여성 100명당 남성의 수는 112명에 달한다. 인도에서도 이 연령대 여성 100명당 남성은 111명에 이른다. 중국과 인도에서 20세 이하의 남성은 같은 연령대 여성보다 5천만 명이나 더 많다.
그 결과 젊은 여성들이 일자리를 찾아 도시로 떠난 중국이나 인도의 시골 마을에서는 결혼 상대자를 찾지 못한 채 살아가는 수많은 남성 구혼자를 만날 수 있다.
인도의 한 농촌 마을에 사는 60세 여성 옴 파티는 "22살부터 38살까지 7명의 아들이 있는데, 모두 결혼하지 못했다"며 "아들들의 식사와 빨래 때문에 나이가 들어서도 온종일 전혀 쉴 틈이 없다"고 하소연했다.
이 때문에 전통 사회에서 신부가 시집갈 때 가지고 가는 돈인 '지참금'을 이제는 신랑이 가져가야 한다. 중국의 일부 지역에서 그 돈이 무려 3만 달러(약 3천200만원)에 달한다.
지참금 제도가 없는 지역에서도 신랑 측은 신혼집을 마련해야 한다는 부담에 시달린다. 중국의 부동산 가격 폭등에는 이처럼 신혼집 마련이 결혼 조건으로 당연시돼는 풍조도 한몫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미국 컬럼비아대학의 상진웨이 교수는 결혼을 위해 집, 저축, 좋은 직업 등을 갖춰야 하는 중국 남성의 처지에 대해 "결혼 시장의 '군비 경쟁'(arms race)이 벌어지고 있다"고 비유했다.
국내에서 배우자를 찾지 못한 중국 남성들은 캄보디아, 미얀마, 라오스, 베트남, 북한, 러시아 등 해외에서 신붓감을 찾으려고 애쓴다.
하지만 이 또한 상당한 비용과 노력이 들어가는 일일 수밖에 없다.
결혼을 위해 중국으로 온 여성들은 인신매매나 매춘의 위험에 노출되며, 남편이나 시댁 식구들한테 학대를 당하기도 한다.
프랑스의 한 인구학자는 결혼 적령기를 지나서도 계속 신붓감을 찾으려는 남성들로 인해 2050년이 되면 중국 혼인 시장에서 여성 100명당 무려 150∼200명의 남성이 있을 것으로 추정했다.
전통 사회의 남성 우월주의에 배우자를 찾지 못한 좌절감이 더해져 인도 일부 지역에서는 성범죄 발생률이 치솟고 있다. 인도 북부의 한 마을에서는 여성 상대 범죄가 지난 10년간 127% 증가했다.
이에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까지 나서 '여아를 살리자, 여아를 교육하자'라는 캠페인을 적극적으로 펼치고 있다.
시안(西安)교통대학의 리수줘 교수는 "장래에 수백만 명의 남성들이 배우자를 찾지 못하게 되고, 이는 심각한 사회문제가 될 것"이라며 이에 대한 관심과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ssah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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