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성기 타격 위협에 떨던 교동도 '고요한 평화'…해빙무드 체감

입력 2018-04-24 17:41   수정 2018-04-24 17:43

확성기 타격 위협에 떨던 교동도 '고요한 평화'…해빙무드 체감
남북회담 앞두고 확성기 대북방송 중단에 주민들 반겨



(인천=연합뉴스) 최은지 기자 = 남북정상회담을 사흘 앞둔 24일 인천 강화군 최북단 교동도.
이틀 전만 해도 2km 거리의 황해도 연백군 땅에서 들려오는 대남방송과 교동 해안가 확성기의 대북방송이 한데 섞여 조용할 날이 없던 섬이지만 이날 만큼은 정적만이 감돌았다.
국방부가 23일 0시를 기해 군사분계선 일대 대북확성기 방송을 중단하자 북측도 단계적으로 확성기를 끄면서 고요한 평화가 찾아온 것이다.
3년 전에만 해도 교동도는 확성기 때문에 북한의 포격 위협을 받으며 불안에 떨어야 했다.
북측은 2015년 7월 비무장지대(DMZ)에서 우리 군 부사관 2명에게 목함지뢰 도발을 가했고 우리 군은 대북확성기 방송을 11년 만에 재개하며 대응 수위를 높였다.
북측은 확성기 방송을 중단하지 않으면 확성기 타격 등 군사행동을 개시하겠다고 위협했고 실제로 2015년 8월 20일 로켓포로 추정되는 포탄 1발을 경기도 연천군 중면 지역으로 발사해 긴장이 최고조에 달했다.
교동도 주민 300여명도 당시 지석초등학교에 마련된 대피소로 긴급 대피하는 등 놀란 가슴을 쓸어내려야 했다.
이명철(60) 지석리 이장은 "북한 땅이 코앞에 있어도 우리 섬에 대피령이 내려진 것은 수십 년 만에 처음"이라며 "주민들이 대피하는 건 그때가 처음이자 마지막이길 바란다"며 평화로운 분위기가 깨지지 않길 바랐다.
주민들은 국방부에 확성기를 다른 마을로 옮겨달라고 탄원서를 내기도 했지만 수용되진 않았다.



교동도 확성기는 매일 오전 8∼10시, 오후 2∼5시 북측을 향해 방송을 전파해 왔다.
주민들은 남북정상회담을 앞두고 무르익은 해빙 분위기를 확성기 방송 중단으로 실감한다고 말한다.
황교익(54) 인사리 이장은 "매일 이동식 확성기를 실은 트럭이 이 자리에서 방송을 틀면 바닷바람에 실린 소리가 마을 전체로 꽝꽝 울려 퍼졌다"며 "남북정상회담을 앞두고 방송이 멈춰 주민 모두 반기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확성기 방송 중단과 함께 남북관계가 더욱 개선되면 관광객도 늘어나진 않을까 기대하는 주민도 적지 않다.
동네 주민 황조환(73)씨는 "이렇게 조용하니 마을 분위기 자체가 아예 다르다"며 "그저 이번 남북회담이 잘 풀려서 예전처럼 남북관계가 좋아지면 교동을 찾는 관광객들도 좀 늘어나지 않을까 싶다"고 기대했다.
교동도에만 53년을 살았다는 신현아(75·여)씨도 "이 동네는 북한 사람들이 바닷가에서 숭어 잡는 것까지 다 보일 정도로 가까운 곳"이라며 "아무쪼록 평화 분위기와 함께 대북확성기 중단도 계속 이어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바로 옆 지석리로 3㎞ 남짓한 거리를 가는 동안에도 고즈넉한 농촌 풍경만 이어졌다. 간혹 새참을 싣고 논으로 향하는 오토바이만 눈에 띄었다. 3년 전 북한 포격 도발 당시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였다.
아침 일찌감치 논에 나온 농민들은 5월 중순 모내기 철을 앞두고 못자리 내기에 한창이었다.
모내기에 바쁜 손놀림을 보이던 손명섭(52) 난정리 이장이 한마디 보탰다.
"우리 바람이야 다른 거 있겠어요. 남북이 함께 잘 지내면 민통선에 사는 우리야 마음 편하게 농사짓고 불안감 없이 사는 거죠."
남북 분단의 최전선에서 심리전의 주요 수단으로 사용되던 확성기들은 이제는 마을에서 모두 철거됐다.
교동도 주민들은 남북관계가 개선돼 대북확성기를 다시 쓸 일이 없길 바라며 남북정상회담을 기다리고 있다.
chams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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