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민주당원 댓글조작 사건(드루킹 사건)을 계기로 야권을 위주로 한 정치권에서 포털사이트의 대수술이 시급하다며 제도 개선 행보를 본격화했다.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 일부 의원은 24일 국회에서 드루킹 사건을 주제로 긴급간담회를 공동개최, 공조까지 과시했다. 하루 전날엔 한국당,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대표와 원내대표가 국회에서 회동, 포털 및 여론조사 제도 개선에 힘을 모으기로 뜻을 모았다. 이에 따라 야 3당은 네이버 등 포털에서 벌어지는 여론조작을 차단하기 위한 공동입법에 착수키로 했다. 야 3당은 이번에 드루킹 김 모 씨의 여론조작 무대가 된 네이버를 겨냥해 대대적 손질을 예고하고 있다.
정치권의 포털 수술 핵심은 뉴스서비스 시스템을 인링크(포털 내에서 뉴스 연결) 방식에서 아웃링크(해당 언론사로 연결)로 바꾸는 것이다. 한국당 홍준표 대표는 "네이버가 인링크 제도를 이용해 취재기자 한 명 없이 뉴스장사를 하고 있다"며 포털의 뉴스제공을 아웃링크 방식으로 바꾸겠다고 공언했다. 같은 당 박성중 의원은 지난 4일 포털사이트 아웃링크 법안을 발의했다. 인링크가 가두리양식처럼 언론을 포털 속에 가두는 결과를 초래하지만, 아웃링크를 도입하면 뉴스이용 경로의 다원화로 인위적 여론조작이 힘들어진다는 게 골자다. 야 3당은 구글 등 해외 유력 포털이 인링크가 아닌 아웃링크 방식을 채택하고 있음을 부각하며 인링크 폐지를 다짐하고 있다. 야 3당은 또 댓글 실명제 도입과 댓글 추천제 폐지 등도 공동으로 추진하는 방안을 모색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권이 이처럼 주요 포털을 공세의 표적으로 삼은 것은 댓글조작 사건의 경우 포털이 자초한 측면이 크다는 포털책임론에 기인한다. 야권은 포털들이 상업적 이익을 극대화하려고 뉴스를 미끼상품으로 내세워 `뉴스장사'를 한다고 비판한다. 이들 말대로 처음엔 뉴스 편집과 배열만 하던 포털들이 지금은 댓글 달기 경쟁을 유도해 댓글 수, 조회 수, 공감 수 등을 토대로 `많이 본 뉴스' `댓글 많이 달린 뉴스' 등 뉴스 순위까지 제공한다. 이에 댓글이 여론형성에 미치는 영향이 두드러지게 커졌는데도 포털의 자정기능이 없다 보니 드루킹 사건 같은 댓글조작으로 이어졌다는 게 정치권의 판단이다.
야 3당이 포털 수술을 다짐하는 데 고개를 끄덕이는 네티즌이 적지 않다. 그러나 포털 수술을 정치권이 정파적 관점에서 주도해서는 곤란하다는 여론도 만만치 않다. 포털을 향한 정치권 시각은 정파별 이해에 따라 다르다는 점에서 포털 규제에 신중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특히 댓글 폐지나 댓글 실명제 도입 과정에서 표현의 자유, 익명성의 순기능 등이 훼손돼서는 안 된다고 지적한다.
수술은 외과 전문의사에게 맡겨야 안전하게 성공적으로 이뤄진다. 정치권도 제대로 된 포털 개혁을 이뤄내려면 실무자와 전문가 의견을 사전에 충분히 수렴해야 한다. 그동안 해외 거대 포털에 맞서 국내 뉴스 소비 시장을 방어해온 것은 네이버를 필두로 한 국내 포털들이다. 포털 수술이 잘못될 경우 한국시장을 호시탐탐 노려온 구글 등 해외 포털에 뉴스시장을 내주는 결과만 초래할 수 있다는 일각의 목소리에도 정치권은 귀를 기울여야 한다.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