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류에 한국화장품 인지도 높아져…중국 의존도 낮추기도
(서울=연합뉴스) 김은경 기자 = 한국 화장품 업체들이 중국, 동남아 등 아시아 신흥시장을 넘어 세계로 향하고 있다.
제조업체, 유통업체 할 것 없이 미국·일본 등 선진국 시장에 생산기지를 확보하고 있다. 현지 화장품업체들을 인수하는 공격적인 행보다.
26일 화장품 업계에 따르면 코스메카코리아는 미국 화장품 ODM 기업인 잉글우드랩 지분 34.71%를 인수하기로 했다. 매입 자금이 577억6천여만원으로 코스메카코리아로서는 자기자본의 50.9%에 이르는 빅딜이다.
코스메카코리아는 오는 6월 8일부터 잉글우드랩의 경영권을 행사하게 된다. 미국 뉴저지 잉글우드, 토토와, 인천 남동공단에 공장을 운영하는 잉글우드랩의 생산능력은 미국에 8천700만개, 한국이 1억개다.
코스메카코리아는 2014년 중국에 진출한 바 있다. 중국에서 자리를 잡은 뒤 미국에 닻을 내린다는 점에서 국내 ODM 업계 쌍두마차인 코스맥스ㆍ한국콜마와 같은 행보다.
코스맥스는 2013년 오하이오주에 있는 로레알로부터 솔론 공장을 넘겨받은 데 이어 지난해 말 뉴저지에 기반을 둔 미국 화장품 제조 3위 회사 '누월드'를 손에 넣었다. 지분 100%를 543억원에 사들였다. 한국콜마는 2016년 9월 미국 화장품 ODM 회사 '프로세스테크놀로지스앤드패키징'(PTP)의 지분 51%를 확보했고 두 달 뒤 캐나다 화장품 ODM 회사 'CRS'의 지분 85%와 생산 공장을 약 250억원에 인수했다.
ODM 업체들이 인수합병을 통해 미국 시장 공략을 본격화하는 데는 K-뷰티에 대한 자신감이 깔려있다. 케이팝(K-POP) 등 한류 덕분에 한국화장품에 대한 현지인들의 인지도가 높아진 덕분이다. 또한, 최근 사드 보복 여파로 어려움을 겪은 것을 계기로 지나치게 높은 중국 의존도를 낮출 필요성이 커진 것도 영향을 미쳤다.
코스메카코리아 관계자는 "매출이 좋은 곳에만 의존하는 것은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좋지 않다고 판단해 창업 때부터 염두에 뒀던 미국에 생산기지를 확보하고자 이번 인수를 추진했다"며 "한류 영향으로 미국에 수출이 많이 되는 상황이라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이경수 코스맥스 회장은 누월드 인수 후 "사업에는 때가 있고, 제조업체는 공장을 지어 생산해야 매출도 나온다"며 "미국 공장들을 둘러봤더니 대부분 생산설비가 20년 전 것이어서 이 정도면 (우리) 경쟁력이 충분해 시장을 선점할 수 있겠다는 생각에 투자한 것"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2016년 미국 화장품 제조시장 규모는 490억 달러로, 미국의 화장품 제조산업은 향후 5년간 연 0.5% 성장해 2022년에는 500억 달러 규모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 내 K-뷰티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한국의 2017년대 미국 화장품 수출규모는 전년 대비 28.4% 증가한 4억4천만 달러를 달성했다.
ODM 기업들이 미국에 잇따라 생산기지를 확보함에 따라 이들 업체에 제조를 의뢰하는 한국 브랜드들의 미국 시장 진출이 더욱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화장품업체들의 미국 현지업체 인수는 남미와 유럽 시장까지 내다보는 포석이라는 의미도 있다.
한국콜마 관계자는 "당시 인수로 북미 및 남미 시장 개척을 위한 교두보를 마련했다"며 "전 세계 화장품 시장 중 북미시장이 가장 크니 이를 공략하기 위해 생산기지를 구축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 ODM 업체와 달리 LG생활건강은 일본 화장품업체인 '에이본 재팬'을 인수하기로 최근 계약을 체결했다.
LG생활건강은 일본 소비자들에게 검증된 '에이본 재팬'의 브랜드와 50여 년간 다져온 현지업체들과의 관계를 바탕으로 일본 내 사업의 장애 요인들을 해소하면 기존 사업이 탄력받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 LG생활건강의 제품 개발력과 다양한 제품 포트폴리오를 활용해 일본 사업을 강화할 계획이다.
kamj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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