눅눅한 감자칩 먹을 땐 바삭거리는 소리를 들어라

입력 2018-04-25 06:45  

눅눅한 감자칩 먹을 땐 바삭거리는 소리를 들어라
신간 '왜 맛있을까'




(서울=연합뉴스) 황희경 기자 = 영국 심리학자 찰스 스펜스는 눅눅해진 감자 칩을 먹을 때 휴대전화 애플리케이션 등으로 바삭거리는 소리를 들려주면 뇌가 감자 칩을 15% 정도 더 맛있게 느낀다는 사실을 증명했다. 그는 2008년 이 발견으로 괴짜 과학자의 노벨상이라고 불리는 '이그 노벨상'을 받았다.
신간 '왜 맛있을까'(어크로스 펴냄)는 스펜스가 음식을 먹고 마시는 동안에 일어나는 과학적, 심리학적 발견을 설명하는 책이다.
그에 따르면 음식에 대한 우리 반응은 혀나 코가 아니라 뇌에서 결정한다. 음식 맛 그 자체 외에도 씹는 소리와 빛, 같이 먹는 사람의 유무, 냄새, 배경 음악의 높낮이와 템포 등 다양한 자극원이 작용한다. 책은 음식과 음료를 맛볼 때 이처럼 감각 경험에 영향을 미치는 다양한 요인을 연구하는 '가스트로피직스'(gastrophysics) 관점에서 음식에 대한 우리의 반응을 설명한다.



눅눅한 감자칩을 먹을 때 바삭거리는 소리가 영향을 끼치는 것처럼 아삭함과 바삭함을 느끼는 데는 소리가 중요하다. 이에 착안해 바삭거리는 소리를 들려주는 휴대전화 애플리케이션도 나왔다. 한 도자기 회사에서는 샴페인 잔에 올려놓으면 잔에서 샴페인 거품이 터지는 소리를 증폭하는 도구를 개발하기도 했다. 반대로 파티에 내놓을 음식이 눅눅한 과자뿐이라면 배경 음악을 크게 틀어 과자 씹는 소리를 덮어버리면 손님들은 과자의 눅눅함을 알아차리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기내식은 여러 요인이 음식에 대한 반응에 영향을 끼치는 대표적인 사례다.
기내식이 대체로 맛없게 느껴지는 데는 소음도 한몫한다. 저자는 소음이 맛을 느끼는 능력을 떨어뜨린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모든 맛이 똑같이 영향을 받지는 않는다. 이른바 감칠맛으로 불리는 '우마미'는 배경 소음이 증가했을 때 훨씬 강하게 느껴진다. 반면 단맛은 적게 느껴지고 짠맛, 신맛, 쓴맛에는 별 영향이 없다. 이런 점을 이용해 저자는 소음을 제거해주는 헤드폰을 끼면 고고도 상공에서 음식 맛을 더 즐길 수 있다고 설명한다.
음악도 중요하다. 영국항공은 2014년 장거리 여행객을 위해 '사운드 바이츠'라는 '음향 양념'을 도입했다. 승객들은 기내식을 고른 다음 좌석 엔터테인먼트 시스템에서 채널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 이 채널에서는 음식 맛을 보완하기 위해 특별히 선곡된 곡들이 나온다.
비행기 객실의 대기압이 낮아지면 휘발성 냄새 분자 수가 줄어들어 풍미를 지각하는 능력도 떨어진다. 저자는 기내에서는 타닌이 강한 와인보다 과실 향이 더 풍부한 와인을 고르라고 조언한다.
기내는 습도도 지상보다 낮다. 저자의 조언은 그래도 습도가 조금 높은 앞부분에 앉을 것과 코 세정기와 물 스프레이를 가져가라는 것이다.
책에는 한국의 '먹방'에 대한 언급도 있다. 저자는 푸드 포르노와 관련해 자신이 한 가장 이상적이고 핫한 트렌드로 '먹방'을 꼽는다.
책 말미에는 가스트로피직스 관점에서 적게 먹으면서도 만족감은 키우는 건강 밥상의 비결이 소개된다. 정크 푸드를 좋아한다면 거울 앞에서 먹거나 얼굴이 비치는 접시를 사용할 것, 테두리가 없는 묵직한 볼을 쓸 것, 자주 쓰던 식기 대신 낯선 식기를 쓸 것 등이다.
윤신영 옮김. 416쪽. 1만6천800원.



zitron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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