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인권 조치' 비판 직면…이주민 보낼 제3국 찾기도 난항
(카이로=연합뉴스) 노재현 특파원 = 이스라엘 정부가 24일(현지시간) 아프리카 이주민을 강제로 추방하려는 계획을 포기한다고 밝혔다.
그동안 발을 동동 굴렀던 수단, 에리트레아 출신 아프리카 이주민들은 한숨을 돌리게 됐다.
이스라엘 정부는 이날 고등법원에 아프리카 이주민을 강제로 추방하는 계획을 포기한다며 기존 계획이 무효가 됐다는 입장을 전달했다고 하레츠, 타임스오브이스라엘 등 이스라엘 언론이 전했다.
이스라엘 정부는 망명 신청자들의 추방 절차를 중단하겠다며 "현재 이스라엘에 거주하는 아프리카인들을 강제로 추방할 수 없다"고 발표했다.
그러면서 아프리카 이주민들의 자발적인 출국을 유도하는 방안을 찾는 데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지난달 이스라엘 고등법원은 정부에 아프리카 이주민 추방계획을 잠정적으로 중단하고 이주민이 제3국에서 안전하게 재정착하도록 하는 계획을 제출하라고 명령했다.
이는 에리트레아, 수단 등 아프리카 출신 이주민 120명이 서명한 진정을 받아들인 결과다.
이후 이스라엘 정부는 아프리카 이주민을 받아들일 국가를 물색했지만 어려움을 겪었다.
이달 초 유엔난민기구(UNHCR)와 합의를 통해 아프리카 이주민을 서방국가로 보내거나 한시적으로 체류를 허용하겠다고 밝혔다가 극우 세력이 반발하자 하루 만에 취소했다.
이주민들을 우간다, 르완다 등 아프리카 제3국으로 보내기 위한 협상도 뚜렷한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앞서 올해 1월 초 이스라엘 정부는 에리트레아와 수단 출신 이주민에게 4월 초까지 자진 출국하지 않으면 무기한 감금하겠다고 고지했다.
현재 이스라엘에 사는 에리트레아와 수단 출신 이주민은 약 4만명이다.
이들은 2000년대 초반부터 고국의 독재, 내전 등을 피해 이스라엘로 건너왔고 거의 난민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이스라엘 정부는 아프리카인의 무분별한 유입이 이스라엘 국가의 정체성을 훼손한다고 우려하지만, 강제추방 방침은 국내외에서 반인권 조치라는 비판에 직면했다.
지난 1월 이스라엘 조종사 3명은 아프리카인 추방계획에 반대한다며 정부 계획에 동원될 비행기의 조종을 거부하겠다고 밝혔다.
미국에 본부를 둔 유대인 단체인 '반명예훼손연맹'(ADL)은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에게 항의서한을 보냈다.
noj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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