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이틀 앞으로 다가온 남북정상회담은 전쟁이냐 평화이냐를 가르는 '결정적 순간'이다. 한반도 비핵화, 항구적 평화 정착, 남북관계 진전 등 3대 의제는 70년 분단체제를 근저에서 규정해온 본질적 문제들이다. 정상회담 성패는 남과 북 7천만 한민족의 미래를 좌우한다. 북한과 미국의 수교까지도 시야에 둔 사상 첫 북미정상회담으로 이어진다. 한반도의 지정학뿐 아니라 냉전에 터 잡은 동북아 질서를 뒤바꾸고 세계 평화 비전에도 파장을 일으킬 세기의 정상회담이다. 세계의 눈과 귀는 4월 27일 판문점으로 향한다.
전쟁의 그림자가 어른거렸던 추운 겨울을 견디고 한반도의 봄에 뿌려진 대화의 씨앗이 열매 맺기 위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국민적 에너지를 하나로 묶는 것이다. 우선 정치권이 남북정상회담에 대해서는 당파적인 태도를 접어야 한다. 정상회담 의제들은 '가치'에 대한 문제가 아니라 '생존'에 대한 문제다. 핵 위협을 없애고 평화를 정착시키는 것은 국민 생명을 지키고 번영의 토대를 마련하는 초정파적인 공통 목표이다. 여야, 진보·보수 진영으로 나뉘어 대결할 사안이 아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창의적이고 대담한 상상력을 발휘해서 북미 간 중재 역할을 주도적으로 하되, 냉전 질서의 급변에 속도를 함께 하지 못하는 국내 일부 여론의 흐름도 염두에 둬야 한다. 보수적 견해도 귀를 기울여야 한다. 지난 13일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를 청와대로 초청, 정상회담에 임하는 구상을 설명하고 협조를 당부한 것은 잘한 일이다. 북한과의 대화도 중요하지만, 남한 내부에서 북한에 대한 인식 차이를 좁히는 노력 또한 소홀히 하지 말아야 한다.
보수 야당도 안보·평화 사안은 정쟁의 대상이나 이데올로기적 논쟁의 영역이 아니라는 점 잊지 말아야 한다. 지방선거를 앞둔 터라 정치적인 고려도 없을 수 없겠지만, 최근 몇 차례 선거 결과는 '북풍'이 선거의 큰 변수가 되지 않는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음도 간과해선 안 된다. 남북정상회담 당일 하루만이라도 '무정쟁 선언'을 하는 방안도 검토하길 촉구한다. 한반도 평화로 향하는 도정에서 정파를 뛰어넘은 대승적인 협조는 정치적으로 따져서도 득점이 될 것이다.
남북, 북미 연쇄 정상회담을 앞두고 당사국들의 우호적 조치로 성공 가능성이 크게 점쳐지고 있지만, 과도한 흥분과 낙관은 경계해야 한다. 또 북한을 바라보는 관성적 의구심에 기반을 둔 비관도 금물이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구체적인 비핵화 의지 표명을 끌어내는 것은 회담 성패를 가르는 중요한 기준이다. 저마다의 기대 수준에 따라 4·27 정상회담 결과를 보고 평가가 다를 수 있지만, 자칫 소모적인 논란으로 비화시키는 것은 성급할 수 있다. 두 정상회담은 단절된 회담이 아니라 연속적인 패키지 회담이다. 5월 말 또는 6월 초로 예상되는 북미정상회담까지 이르는 전체적인 결과를 보면서 판단해야 한다. 축구 경기의 전·후반전과 마찬가지로 전반전 결과만 보고 이긴 것처럼 샴페인을 터뜨리거나 진 것처럼 낙담해서는 안 된다. 비핵화 목표를 달성하는데 북미정상회담의 길잡이 역할을 할 남북정상회담의 가시적 성과에 대한 압박도 경계할 필요가 있다. 역사의 흐름이 크게 선회할 때는 섣불리 일희일비하기보다 긴 안목으로 인내하고 냉정하게 대처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