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상 경기력 보여주려고 LPGA 대회 출전도 줄여
(서울=연합뉴스) 권훈 기자= 2년6개월 만에 세계랭킹 1위를 되찾은 '골프여제' 박인비(30)의 경기 모습을 올해 국내에서 7차례나 볼 수 있다.
박인비는 지난 24일 한국여자골프(KLPGA)투어 두산 매치플레이 챔피언십에 출전한다고 밝혔다. 지난 9일에는 KLPGA투어 기아자동차 한국여자오픈에 나선다고 발표했다.
박인비는 해마다 빠지지 않는 KLPGA투어 제주 삼다수 마스터스와 KB금융 스타 챔피언십에 올해도 출전할 예정이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UL 인터내셔널 크라운과 KEB 하나은행 챔피언십, 그리고 이벤트 대회인 박인비 인비테이셔널까지 합치면 국내에서 열리는 대회 출전은 모두 7차례에 이른다.
세계랭킹 1위의 명품 샷을 국내에서 이렇게 자주 보는 호사를 누리기란 사실 쉽지 않다.
박인비는 2008년부터 작년까지 10년 동안 KLPGA투어 대회에 19차례밖에 출전하지 않았다. 19차례 가운데 2차례는 KLPGA투어가 아시아 여자프로골프투어와 공동 주관해 대만에서 열린 대회였기에 사실상 17차례 뿐이다. 연간 두 번이 채 되지 않는다.
박인비의 국내 대회 출전이 많아진 건 작년부터다. 지난해 3차례 KLPGA투어 대회에 모습을 드러냈던 박인비는 올해는 KLPGA투어 대회만 4차례 나선다.
이렇게 국내 대회 나들이가 많아진 건 국민 성원에 보답하려는 마음에서다.
박인비는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딴 뒤 "한국에서 열리는 대회에 좀 더 자주 나가겠다"는 뜻을 주변 사람들에게 피력했다.
박인비는 "올림픽 때 보내준 국민의 뜨거운 응원에 감동했다"면서 "가능하면 자주 한국에서 경기를 하는 게 그런 성원에 대한 보답"이라는 생각을 밝혔다.
일정에서 뺄 수 없는 후원사 주최 대회인 제주 삼다수 마스터스와 KB금융 스타챔피언십에 추가한 2개 대회는 박인비가 직접 골랐다.
한국여자오픈은 내셔널타이틀 대회라는 상징성과 무게감을 고려했다.
미국의 간판 대회인 US여자오픈과 영국의 내셔널타이틀 대회인 브리티시여자오픈을 모두 제패한 박인비로서는 한국여자오픈 출전은 의미가 크다.
두산 매치플레이 챔피언십은 지난해 결승에서 져 아쉽게 준우승에 머물렀던 대회다. 승부 근성을 자극한 측면이 없지 않다.
박인비는 또 매치플레이 방식 대회를 즐기는 편이다.
미국 주니어 골프는 대개 매치플레이로 우승자를 가린다. 미국에서 주니어 시절 매치플레이 대회를 많이 치러본 박인비는 매치플레이의 짜릿한 매력을 좋아한다고 여러 차례 밝힌 바 있다. LPGA투어에서 매치플레이 대회가 없어지자 큰 실망감을 드러낸 적도 있다.
출전 회수만 늘린 게 아니다. 박인비는 KLPGA투어 대회에서 준우승한 6번 했을 뿐 한번도 우승하지 못했다. 아쉬움이 없을 수 없다.
빠듯한 일정이거나 체력에 떨어진 시즌 막판에 추운 날씨 속에 경기에 나서는 등 최상의 컨디션이 아닌 상태에서 국내 대회에 출전해야 했던 박인비는 올해는 최상의 경기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일정을 짰다.
LPGA투어에서 뛰는 선수가 국내 대회에 출전할 때는 대회 이틀이나 사흘 전에 인천공항에 내린다. 미국에서 대회가 끝나자마자 비행기에 올라 시차와 코스 적응을 할 여유가 없기 마련이다.
박인비는 올해 두산 매치플레이 때는 일주일 전에 한국에 도착할 예정이다. 마침 LPGA투어 대회가 쉬는 덕을 봤다.
한국여자오픈 역시 일주일 전에 와서 충분히 준비한다는 계획이다. 아예 LPGA투어 대회를 2주 연속 빠지기로 했다.
KLPGA 투어 대회 우승이라는 숙제를 올해는 꼭 풀겠다는 박인비의 의지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khoo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