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은 업체마다 판이…대기업은 제도 준수 여부 관건"
(서울=연합뉴스) 김지헌 기자 = 두 달여 앞으로 다가온 근로시간 단축을 앞두고 각 기업 노동조합 위원장들도 바빠졌다.
30일 노동계에 따르면 여력이 있는 대기업들은 일찌감치 적응을 준비 중이지만, 중소기업들은 대응이 천차만별인 만큼 노조위원장들도 사정이 다르다.
교대제가 적용되는 시내버스 업체 등 운수업계 노조들이 근로시간 단축 대처에 가장 분주한 편이다. 조합원의 소득 감소로 인한 '직격탄'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수원-서울 노선 시외버스를 운행하는 경진여객의 이승일 노조위원장은 "회사와 협의는 하는데, 사측은 '주 52시간 도입 후 30% 감차'를 얘기한다"며 "당장은 다른 대화가 없다"고 털어놨다.
이 위원장은 "회사는 인건비 때문에 인력 보강이 어렵다고 한다"며 "지금도 입석률이 높은데 30% 감차가 이뤄지면 출퇴근 시간에는 시민 불편이 상당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조합원들 소득 감소도 뻔하다"며 "협상을 이어가고는 있지만, 마땅한 대안이 없다. 일개 기업 노사 차원에서 해결할 문제가 아닌 것 같아 답답하다"며 정부나 지방자치단체 차원의 개입이나 대안 모색을 기대했다.
한국노총 산하 전국자동차노동조합연맹에 따르면 버스운수업은 연장근로수당이 기본급의 47.9%에 달하는 구조다. 주 52시간이 도입되면 월 평균임금 100만원 이상 감소가 예상되는 상황이다.
근무시간과 급여를 동시에 조금씩 줄이기로 일찌감치 사측과 합의한 업체도 있다.
완성차 업체에 납품하는 경북권 한 자동차부품업체의 노조 간부는 "설문에서 조합원의 70% 이상이 '실질임금이 다소 감소하더라도 건강과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것이 좋다'고 답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장시간 노동에서 벗어나고 산업재해가 줄어들어 건강권을 확보할 수 있고, 여유 시간이 늘어나면서 삶의 질을 올릴 수 있는 계기"라며 "과거엔 특근 때문에 실질임금 변동 폭이 클 수밖에 없었는데 앞으로는 잔업의 영향을 받지 않아 안정된 생활임금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 회사는 또 줄어든 근무시간만큼 생산성이 감소하는 일이 없도록 근무시간을 정확하게 파악하는 일종의 표준화 측정 기법을 도입했다.
노조 관계자는 "과거엔 근무 중에도 다소 여유가 있었다면 앞으로는 일한 시간을 엄격하게 측정하는 데 직원들도 동의한 것"이라며 "정확하게 일한 만큼 돈을 받는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대기업은 지켜보는 사회적 시선이 많아 제도 자체는 잘 갖출 것으로 보이지만, 제도의 준수 여부가 관건이라는 평이 나온다.
한 시중은행 노조위원장은 "임단협 하면서 TF를 구성해 사측과 논의하기로 했다"며 "사측은 '급여에 이미 초과 근무가 녹아 있다'는 시각을 바탕으로 시간외근무의 증명 책임을 직원에게 돌려버리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이 위원장은 "은행에 생각보다 야근이 많은데 그걸 (수당 등으로) 챙겨주지 않는 문화가 있다"며 "주 52시간이 도입되면 시스템을 편법으로 이용하는 부분도 충분히 예상되는 만큼 이를 감시하는 체제를 잘 갖추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처럼 대기업과 중소기업 사이에 제도 시행 여파로 인한 희비가 엇갈리는 분위기여서 노동계도 대응에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한국노총 관계자는 "대기업들은 근로시간 단축에 대비하고 있고, 이행할 것이 거의 확실시된다"며 "중소기업은 노동자 임금 감소가 심할 것으로 예상돼 대책 마련에 힘겨워하는 노조위원장들이 많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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