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 문경은 감독 "현준형이 하늘에서 대견하다 하셨겠죠"

입력 2018-04-26 06:06  

프로농구 문경은 감독 "현준형이 하늘에서 대견하다 하셨겠죠"
"현역 때 우승하고 트레이드 된 아픔…다음 시즌 준비 더 철저히"
"해마다 우승에 도전할 수 있는 명문팀 만들겠다"



(서울=연합뉴스) 김동찬 기자 = 프로농구 서울 SK를 우승으로 이끈 '람보 슈터' 문경은(47) 감독은 현역 시절 등번호 10번이 팀의 영구 결번으로 지정돼 있다.
영구 결번으로 지정된 주인공이 그 팀의 감독으로 챔피언결정전 정상까지 오른 것은 올해 문경은 감독이 처음이다.
그런데 문경은 감독이 절정의 인기를 누릴 때인 연세대 재학 시절에 그의 등번호는 14번이었다. 1994년 실업 삼성전자에 입단하고 나서도 그의 배번은 14번이었다.
문경은 감독이 현역 시절 등번호 10번을 달기 시작한 것은 삼성에서 신세기(현 전자랜드)로 트레이드된 이후인 2001-2002시즌부터였다.
문 감독은 삼성에 있을 때는 고(故) 김현준 코치가 달던 10번과 인연이 없었다.



25일 연합뉴스를 방문한 문 감독은 "그 이전에는 대표팀 등에서 잠깐씩 10번을 단 적이 있었지만 소속팀에서는 10번을 달 기회가 없었다"며 "고등학교에 진학하며 14번을 달았던 것이 연세대, 삼성전자로 가면서 계속 이어졌다"고 회고했다.
김현준 코치와 문경은 감독은 잘 알려진 대로 광신상고-연세대 직속 후배고 우리나라 슈터의 계보를 잇는 선수들이기도 하다.
문 감독은 "실업팀 진로를 정할 때 삼성으로 간 것도 현준이 형이 계셔서였고, 앞으로 코치, 감독을 하시면서 저를 잘 키워주실 거라고 믿었기 때문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1999년 10월 김현준 코치가 불의의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나면서 두 사람의 인연은 너무 일찍 끝이 났고, 문 감독은 2001년 6월에 신세기로 트레이드됐다.
"아마 현준이 형이 계속 계셨으면 저도 삼성에서 나오지 않았을 것"이라고 돌아본 문 감독은 신세기로 옮긴 첫 시즌부터 세상을 떠난 김현준 코치를 그리워하며 10번을 달기 시작했고, 삼성에서 김현준 코치의 10번이 영구결번된 것처럼 자신의 새 등번호 10번을 SK에서 영구 결번으로 만들었다.
문 감독은 "아마 현준이 형이 하늘나라에서 보고 계셨다면 '많이 컸구나'라며 대견해 하셨을 것이라는 생각을 해봤다"며 김현준 코치가 못 이룬 지도자로서 우승의 꿈을 달성한 소감을 털어놨다.



문 감독이 신세기로 트레이드된 때는 삼성이 프로농구 출범 이후 첫 우승을 차지한 2000-2001시즌 직후였다.
당시 삼성은 우승했지만 플레이오프 최우수선수(MVP)에는 주희정이 뽑혔고, 문 감독은 '수비가 안 되는 반쪽 선수'라는 오명을 뒤집어쓴 채 신세기로 떠나야 했다.
공교롭게도 문 감독을 보좌한 전희철 코치도 우승 직후 안 좋은 기억이 있다고 했다.
전 코치는 "2002년 동양(현 오리온)에서 우승을 차지했는데 바로 그날 저녁 축승회에서 단장님으로부터 '샐러리캡을 맞추기 어렵다'며 다음 시즌에 함께 하기 어렵다는 통보를 받았다"고 회상하며 "지금이야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지만 그때는 정말 기분이 좋지 않았다"고 돌아봤다.
문 감독과 전 코치 모두 선수 시절에는 우승 직후 안 좋은 상황에 내몰렸던 셈이다.
문 감독은 "그래서인지 더욱 우승한 다음 시즌에는 더 철저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며 "특히 올해는 외국인 선수 제도가 바뀌면서 재계약을 못 하는 상황이라 팀 전력의 50% 이상을 차지하는 외국인 선수 부문에서 어떻게 준비를 해야 할지 고민이 크다"고 말했다.
원주 DB와 6차전까지 치열했던 챔피언결정전도 기분 좋게 되짚었다.
먼저 1, 2차전을 내주고 3차전에서도 20점 차까지 끌려가는 위기였지만 그때도 문 감독은 '그래도 기회가 한 번은 온다'는 생각이었다고 한다.
문 감독은 "2차전까지 지고 나서도 선수들에게 '시즌 끝나려면 아직 두 번 더 져야 한다'고 얘기했다"며 "3차전을 졌더라도 4차전에 한 번 이기면 다시 우리가 연승으로 갈 기회가 한 번은 올 거로 생각했다"고 회상했다.
그는 "4차전을 이기면서 DB 이상범 감독님과 악수하기 전에 '휴'하고 한숨을 내쉬었던 것을 저도 나중에 중계 화면을 보고서야 알았다"며 "그때는 이미 해볼 만한 정도도 아니고 우리 쪽으로 넘어왔다는 확신이 들었다"고 덧붙였다.




정규리그는 물론 챔피언결정전에서도 휩싸였던 판정 논란에 대해서는 "신경을 안 쓰는 게 먼저"라고 선을 그었다.
SK는 정규리그 오리온과 3라운드 경기 등에서 '유리한 판정을 받는다'는 논란에 휘말렸고, 챔피언결정전에서도 일부 팬들이 '휘슬이 DB에 불리했다'고 불만을 털어놓기도 했다.
문 감독은 "솔직히 막말로 심판들이 정말 우리를 밀어주면 우리가 매번 우승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선수들에게 말해준다"며 "'문애런'이라는 말도 참았는데 판정 관련된 이야기 정도 못 참겠느냐"고 되물었다.
'문애런'은 문 감독이 외국인 선수 애런 헤인즈 덕에 성적을 잘 낸다는 시기와 질투가 어린 '신조어'다.
그러나 문 감독은 이번 플레이오프를 앞두고 헤인즈가 무릎 부상으로 빠진 악재를 딛고 우승까지 일궈내 '문애런'이라는 놀림을 실력으로 이겨냈다.
하지만 그는 "주위에서는 '문애런'이라는 이미지를 바꿔서 좋겠다고도 하지만 그래도 헤인즈와 함께 우승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더 크다"며 "헤인즈가 있어서 다른 국내 선수들의 기량이 전체적으로 좋아졌기 때문에 제게는 고마운 선수"라고 몸을 낮췄다.
2018-2019시즌에 2년 연속 우승에 도전해야 하는 그는 "저도 이제 한 번 우승 반지를 끼어봤고, 고기도 먹어본 지도자가 됐다"며 "그런 자신감이 절반은 먹고 들어가는 것 같다"고 유쾌하게 웃었다.
문 감독은 "하지만 제가 만들고 싶은 팀은 매 시즌 우승하는 팀이 아닌 서울 연고 팀으로서 아마추어 선수들이 정말 가고 싶어 하는 명문 팀으로 성장시키는 것"이라며 "앞으로 매 시즌 우승에 도전할 수 있는 팀으로 만들어가겠다는 약속을 드리고 싶다"고 다짐했다.
emailid@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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