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연합뉴스) 박대한 특파원 = 초저금리 시대가 수년간 지속돼 온 영국에서도 영란은행 기준금리 인상 이후 금융기관들이 대출금리는 재빨리 올린 반면 예금금리 인상에는 소극적이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은행들이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잔치를 벌인 것처럼 영국 금융기관 역시 이같은 예대금리차를 수익 확대 계기로 활용하자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25일(현지시간) 영국 보수 일간 더타임스에 따르면 소비자단체인 '위치(Which?)'는 지난해 11월 영란은행(BOE)이 기준금리를 0.25%에서 0.5%로 인상한 뒤 금융기관들의 예금금리와 대출금리 변화 추이를 분석했다.
영란은행은 2007년 7월 이후 10년 동안 금리를 올리지 않았다.
2009년 3월부터 영국 기준금리는 0.5%에서 변동이 없다가 지난 2016년 6월 브렉시트(Brexit) 국민투표 이후 0.25%로 인하됐다.
이같은 초저금리가 지속되면서 은행 예금자들의 이자수익은 축소됐다.
'위치'의 분석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기준금리 인상 이후 금융기관 10곳 중 9곳은 이같은 금리 인상폭을 예금금리에 다 반영하지 않았다.
이에 따라 영국 예금자들은 사실상 연간 6억 파운드(한화 약 9천억원), 1인당 평균 15 파운드(약 2만3천원) 가량 수익에 손실을 입었다고 밝혔다.
은행들은 기준금리 인상을 대출금리에는 대폭 반영한 반면, 예금금리에 반영하는 데는 소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바클레이즈와 TSB, 핼리팩스 등은 모기지(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는 0.2%포인트 이상 인상한 반면 예금금리는 최대 0.1%포인트만 올린 것으로 분석됐다.
교원 주택금융조합과 테스코 은행은 모기지 대출자들에게는 기준금리 0.25%포인트 인상을 모두 반영해 적용했지만 예금금리에는 0.15%포인트만 반영했다.
금융 데이터 분석업체인 머니팩트에 따르면 지난 24일 기준 자유입출금이 가능한 예금계좌의 평균 금리는 0.49%로 지난해 11월 기준금리 인상 이후 0.1%포인트 오르는데 그쳤다.
'위치'의 개러스 쇼는 "기준금리 인상 이후 금융기관들이 모기지 대출자에게는 (금리를) 대폭 올리고 예금자에게는 전체 이익을 제공하지 않는 이중 기준을 적용하는 것이 명확해졌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금융업체 연합체인 'UK 파이낸스'는 "모기지와 예금 금리는 수많은 요소와 외부 비용 등을 고려해 결정하는데 이는 반드시 기준금리와 연관되지는 않는다"고 해명했다.
영란은행이 다음달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추가 인상할 가능성이 큰 만큼 은행들이 이후 대출과 예금 금리를 어떻게 적용할지도 관심거리다.
'위치'는 "만약 다음달 기준금리 인상 이후에도 은행들이 예금금리에 이를 반영하지 않는다면 예금자들은 여유자금을 은행에 저축하기 보다는 모기지를 갚는 데 사용하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pdhis95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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