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냉전 외치며 유럽동맹에 '국방예산 증액' 촉구
유럽 일각에선 '미국 무기장사' 의심하는 눈초리도
(서울=연합뉴스) 한상용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들의 '안보 무임승차론' 논리를 이용해 또다시 압박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25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미국은 러시아의 고조된 위협을 강조하며 나토 동맹국들에 국방예산을 증액하라고 압력을 가할 것이라고 미 국무부 관계자가 이날 밝혔다.
미 국무부 관리의 이러한 발언은 오는 27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리는 나토 회의를 앞두고 나왔다.
이에 따라 나토 동맹국들이 국방비를 국내총생산(GDP) 대비 2% 이상 지출해야 한다는 내부 기준을 맞추라는 트럼프 행정부의 압박이 또다시 작동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관계자는 "나토가 냉전 종식 후 오늘날보다 더 냉전 같았던 적은 없었다"며 "우리는 러시아 침공이라는 렌즈를 통해 무엇보다도 이 새로운 관련성을 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와 조지아(러시아명 그루지야), 시리아를 "불안정하게 만든 요소"라고 지적하며 "러시아 정부는 협박과 강압, 상황 악화, 심지어 이웃 국가를 침략하는 데 그 능력을 보여주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그는 나토 6개 회원국이 2024년까지 매해 국방비를 GDP 대비 2%로 맞추겠다는 계획안을 제출했다며 "다른 13개 나토 회원국들 특히 나토 내 최대 국가이자 유럽 국가 중 가장 부유한 독일이 분발해야 할 때가 됐다"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이 사안이 이번 주 미국 워싱턴DC를 방문하는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트럼프 대통령 간 정상회담 때 논의 안건이 될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일각에서는 이러한 미국의 국방예산 증액 압박이 미국의 나토 방위비 분담금을 기존보다 줄이는 동시에 미국산 무기 수출과 무관하지 않다는 의심의 눈초리도 목격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나토 유럽 회원국들이 방위비를 공정하게 분담하지 않는다며 나토 동맹은 더 많은 방위비 분담금을 냄으로써 미국의 부담을 덜어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대선 과정은 물론 취임 초기에 유럽의 나토 회원국들이 유럽 방위를 미국에 의존한다고 비판하며 국방비 지출 GDP 2% 가이드라인을 지키지 않으면 나토와의 동맹관계를 재검토할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동시에 미국은 유럽의 자주국방 강화 움직임에 민감한 듯한 반응도 보이고 있다.
미국은 지난 2월 독일 뮌헨에서 열린 뮌헨안보회의에서 독일과 프랑스가 국방예산 증액을 동반한 군사적 자립, 유럽의 자체 무기산업 육성 등을 의제로 꺼내자 경계 목소리를 냈다.
당시 제임스 매티스 미국 국방부 장관은 국방지출을 늘린다는 독일의 방침에 찬사를 보내면서도 그런 조치가 오로지 나토의 공동방위를 증진하는 데 국한돼야 한다고 선을 그었다.
독일 집권 기독민주당의 한 중진 의원은 "EU가 독자적으로 전투기를 개발하면 (미국 방산업체인) 록히드마틴의 F-35 전투기가 더는 필요하지 않은 셈"이라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우리가 실제로 유럽 무기산업을 통합한다면 이 산업체가 EU에서 계약을 따낼 것"이라며 "이는 미국 무기수출업체들과의 경쟁이 늘어난다는 걸 뜻한다"고 설명했다.
브뤼셀에서 열릴 이번 나토 회의에는 미국의 현 상황을 봤을 때 존 설리번 미 국무부 대행이 참석할 것으로 보인다고 이 관계자는 말했다.
또 이번 나토 회의는 오는 7월 나토 정상회의의 '미리 보기'가 될 수 있다고 로이터는 분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동안 유럽의 방위비 증액을 우선 과제로 삼고 미국과 유럽의 집단안보체제인 나토 회원국들이 방위비를 충분히 분담하지 않고 있다는 주장을 펴 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미국 우선주의를 외치며 나토가 낡아 폐지될 조직이라고 저평가한 바 있다.
그는 지난해 5월 나토 본부 준공식 연설에서 2024년까지 국방비를 GDP 대비 2% 수준으로 올리기로 한 약속을 지키도록 거듭 요구했지만, 나토 조약 5조(집단안보 원칙)에는 철저히 침묵하면서 유럽동맹들을 압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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