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외교장관 강경화-리용호, 北 '외교실세' 리수용까지 나와
(서울=연합뉴스) 조준형 이상현 기자 = 2018 남북정상회담에서는 사상 처음으로 양측 외교장관들이 배석한다.
임종석 정상회담 준비위원장이 26일 공개한 북측 공식 수행원에는 리용호 현직 외무상과 전직 외무상이자 북한의 '외교실세'로 평가받는 리수용 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이 포함됐다.
우리 측 공식 수행원에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포함된 만큼 남북 외교장관들이 나란히 정상회담 테이블에 앉거나 회의장 안에 배석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1,2차 남북정상회담에서는 없었던 일이다. 2000년 1차 정상회담과 2007년 2차 정상회담때 우리 측 공식 수행원에는 외교부 인사가 아예 포함되지 않았다. 2차 정상회담 때는 외교부 고위 간부(심윤조 당시 차관보)가 일반 수행원단에 포함됐지만 기본적으로 남북정상회담에서 우리 외교부는 거의 배제되다시피 했다.
북측도 외교장관급에서는 나서지 않았다. 2007년 정상회담때 북핵 6자회담 수석대표였던 김계관 당시 외무성 부상(차관급)이 김정일 국방위원장 지시에 따라 회담장에서 직전 6자회담에서 채택된 비핵화 2단계 합의문을 설명한 적이 있었을 뿐이다.
이번에 양측 외교장관 등이 공식 수행원에 포함된 것은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등 남북뿐 아니라 국제사회가 결부되는 현안이 정상회담의 핵심 의제가 됐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우리 측 수행원단에 강 장관이 포함된 사실이 일찌감치 알려진 상황에서 북한 외교정책 결정 라인의 핵심인사인 리수용-리용호가 가세한 것은 이번 정상회담에서 비핵화와 평화체제 문제에 대해 실질적인 논의를 하려는 북측 의중을 읽을 수 있다고 외교가는 보고 있다.
1990년대 초반 남북 비핵화공동선언때 남북간에 비핵화 논의를 했지만, 그 후 북한은 핵문제는 미국과 논의할 일이라는 입장을 고수했다.
그 때문에 1차 정상회담 합의인 6·15선언에는 핵 문제가 들어가지 않았고 북한의 1차 핵실험 이듬해 열린 2007년 제2차 남북정상회담 합의인 10·4선언에는 "남과 북은 한반도 핵문제 해결을 위해 6자회담 9·19 공동성명(2005년)과 2·13 합의(2007년)가 순조롭게 이행되도록 공동으로 노력하기로 하였다"는 문구가 들어갔지만 6자회담이라는 다자회의 틀에서 이뤄진 합의를 장려하는 수준에 그쳤다.
하지만 이번 회담에서는 양측 외교수장들이 공식 수행원으로 참석하게 됨에 따라 실질적인 비핵화 관련 논의가 이뤄질 것이라는 기대가 커졌다. 김정은 위원장이 우리 대북특사들에게 밝힌 비핵화 의지를 공식 확인함으로써 회담 합의문에 담을 수 있을지 등이 이번 회담의 중대 관심사가 됐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선임 연구위원은 양국 외교장관이 정상회담에 참여하는 데 대해 "이례적이며, 긍정적이라고 생각한다"며 "핵문제도 이야기할 수 있다는 신호로 보인다"고 말했다.
jhcho@yna.co.kr, hapyr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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