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담 앞두고 확장공사로 성인 두 명 나란히 걷기에 충분
(서울=연합뉴스) 이영재 기자 =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오는 27일 남북 정상회담장인 공동경비구역(JSA) 판문점에서 친교 산책을 할 때 마주칠 '도보 다리'는 대중에 널리 알려지지는 않은 시설이다.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은 26일 경기 일산 킨텍스에 차려진 남북 정상회담 메인프레스센터(MPC) 브리핑에서 "(남북 정상이) 공동 식수를 마치고 나면 군사분계선 표식물이 있는 도보 다리까지 양 정상이 친교 산책을 하면서 담소를 나눌 예정"이라고 밝혔다.
도보 다리는 JSA를 가로지르는 군사분계선(MDL) 위에 지어진 회담장과 그 동쪽에 있는 중립국감독위원회(중감위) 사무실 사이에 놓인 길이 50m쯤 되는 작은 다리다.
JSA 남쪽 구역을 관할하는 유엔군사령부에서 '풋 브리지'(Foot Bridge)로 부르던 것을 우리 말로 그대로 옮기면서 도보 다리라는 이름을 갖게 됐다.
보통 중감위 인원이 회담장으로 이동할 때 이 다리를 지나간다. 다리 아래로 물이 흐르지는 않지만, 습지가 형성돼 있어 다리가 없으면 빙 돌아가야 한다.
도보 다리는 폭이 좁아 두 사람이 나란히 지나가기도 어려웠으나 이번 남북 정상회담을 앞두고 확장 공사를 해 성인 두 명이 나란히 걷기에도 충분할 정도가 됐다.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정전협정 체결 연도인 1953년생 소나무 공동 식사를 하는 장소는 1998년 고(故) 정주영 명예회장의 '소 떼 방북' 루트인 '소 떼 길'로, 이 또한 회담장 동쪽에 있다.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소 떼 길에서 공동 식수를 하고 도보 다리까지 자연스럽게 걷게 될 것으로 보인다.
도보 다리 인근에는 다리에서 육안으로 보일 정도의 거리에 MDL 표식물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JSA에는 MDL을 표시하는 말뚝이 일정한 간격으로 세워져 있다.
임 실장은 "이 다리의 확장된 부분에 있는 군사분계선 표식 바로 앞까지 남북 정상이 함께 찾아간다는 것 자체가 '한반도에 평화가 찾아오고 협력과 번영의 시대를 맞는다'는 커다란 의미를 지니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도보 다리까지 친교 산책을 한 다음, 평화의 집으로 돌아가 오후 정상회담을 할 예정이다.
임 실장은 "이제부터 도보 다리는 이번 남북 정상회담의 슬로건인 '평화, 새로운 시작' 그 자체를 상징하는 역사의 현장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도보 다리와는 달리, JSA의 '돌아오지 않는 다리'와 '72시간 다리'는 널리 알려졌다. 돌아오지 않는 다리는 정전협정 직후 포로 교환을 했던 곳으로, 분단의 상징으로 통한다. JSA 북쪽 구역에 있는 72시간 다리는 1976년 판문점 도끼 만행 사건 이후 '돌아오지 않는 다리'가 폐쇄되자 북한이 72시간 만에 건설한 다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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