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줌후리예트 직원 14명에 2∼7.5년형 선고…"테러단체 지원 혐의 유죄"
언론단체 "터키, 세계최대 언론인 감옥" 비판…언론자유지수 180국 중 157위
편집국장 "형벌로 언론인 못 막아…다시 감옥 가도 역할 다할 것"
(서울·이스탄불=연합뉴스) 김정은 기자 하채림 특파원 = 터키 법원이 테러 협력 혐의로 일간지 편집국장과 경영진에 무더기로 중형을 선고했다.
터키 이스탄불 법원은 25일(현지시간) 진보·세속주의 성향 일간지 '줌후리예트'의 편집국장과 기자, 최고경영자(CEO) 등 14명에게 테러 조직을 도운 혐의로 각각 2년∼7년 6개월의 징역형을 선고했다.
법원은 이들이 재미 이슬람학자 펫훌라흐 귈렌 추종세력과 쿠르드 분리주의 무장단체에 협력한 혐의에 유죄로 판결했다.
귈렌은 터키 정부가 2016년 발생한 쿠데타 시도의 배후로 지목한 인물이다.
피고들은 재판 내내 혐의를 전면 부인하며,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정부가 비판자들을 억압하기 위해 정치적 재판을 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이들은 법정에서 "악에 저항하기를 포기하지 않겠다"며 언론인의 역할을 계속 충실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무라트 사분주 편집국장은 이날 법정에서 "어떤 형벌도 언론인으로서 우리를 막을 수 없다"면서 "필요하다면 우리는 또 감옥에 가겠지만, 그래도 언론으로서 역할을 계속할 것"이라고 진술했다.
변호인단은 이들에게 적용된 혐의는 근거가 없는 것으로, 이 신문이 에르도안 정부에 대한 비판적 보도를 이어온 데 따른 것이라고 주장했다.
터키 검찰의 공소 내용과 상반되게 이 신문은 에르도안 대통령이 귈렌과 정치적으로 결별하기 전에도 귈렌에 가장 비판적인 논조를 유지했다.
언론 단체들 역시 이번 기소는 터키 당국의 광범위한 언론 탄압과 언론인 박해일 뿐이라고 비판했다.
터키 당국은 그동안 독립 언론사를 폐쇄하거나 친(親)정부 성향 소유주 산하로 합병하고, 기자들을 체포하는 등의 탄압을 일삼았다.
줌후리예트 기자와 경영진은 사법 절차 지연으로 이날 1심 판결까지 길게는 550일간 투옥됐다. 언론 단체들은 이 역시 줌후리예트의 '필봉'을 꺾으려는 의도로 해석했다.
아탈라이 CEO가 이날 판결 후 투옥 540여 일만에 석방됐고, 앞서 지난달 10일 사분주 국장 등이 풀려났다.
이들은 불구속 상태로 항소심 재판을 받게 된다.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 오는 6월 터키 대선과 총선을 앞두고 나온 이번 판결은 현지 언론을 더욱 위축시키는 효과를 낼 수 있다고 지적했다.
터키는 '세계 최대의 언론인 감옥'으로 불릴 만큼 언론 탄압으로 국제사회에서 악명 높다.
특히 2016년 쿠데타 시도가 발생한 이후 터키 당국의 언론 탄압은 더욱 심해졌다.
현재 터키에서 수감 중인 언론인은 약 170명이다.
이 중 대부분은 2년여 전 쿠데타 시도가 발생한 이후 터키 정부가 170여 개의 뉴스 매체를 폐쇄하며 언론 탄압을 자행하는 과정에서 구금됐다.
언론자유단체 '국경없는기자회'(RSF)가 매년 발표하는 '세계언론자유지수' 순위에서 올해 터키는 180국가 가운데 157번째로 평가됐다.
줌후리예트는 터키공화국 수립 이듬해에 창간돼 '터키 최초' 종합지로 역사를 자랑하는 신문이다.
창간 이래 세속주의를 표방했으며, 에르도안 총리·대통령에 비판적인 논조로 정권과 갈등을 겪고 있다.
kj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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