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아쉬움 남긴 검찰 '성추행 사건 조사단'

입력 2018-04-26 15:40  

[연합시론] 아쉬움 남긴 검찰 '성추행 사건 조사단'

(서울=연합뉴스) 검찰 조직 내 성범죄 가해자에 대한 법적 책임을 묻고 성범죄 실태를 조사하기 위해 출범한 검찰 '성추행 사건 진상규명 및 피해회복 조사단'이 85일간의 활동을 마치고 26일 공식 해단했다. 서지현 검사의 폭로를 계기로 구성된 조사단은 전날 직권을 남용해 서 검사의 인사에 부당 개입해 불이익을 가한 혐의를 받는 안태근 전 검사장을 불구속 기소했다. 서 검사에 대한 안 전 검사장의 성추행 의혹은 사실로 인정됐다고 결론을 내렸으나 공소시효 완성으로 처벌할 수 없다. 조사단은 총 80명의 관계자를 조사해 안 전 검사장 등 전ㆍ현직 검찰 관계자 7명을 기소하고, 서 검사의 인사기록을 법무부 밖으로 유출한 것으로 파악된 현직 검사 2명을 징계할 것을 대검찰청에 건의했다. 안 전 검사장 외에도 검사 출신 대기업 전직 임원, 부장검사 출신 변호사, 현직 검찰 수사관 3명이 불구속 기소됐고, 강제추행 혐의를 받은 김모 부장검사는 이미 구속기소 돼 1심에서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조사단은 성범죄 수사 외에도 검찰 내 성비위 관련 제도 개선책도 내놓았다.

지난 1월 29일 서 검사가 안 전 검사장으로부터 성추행에 이어 인사 보복까지 당했다고 폭로한 지 이틀 만에 검찰은 전격적으로 조사단을 구성하고 수사에 착수했다. 서 검사에 따르면 2010년 10월 당시 법무부 검찰국장이었던 안 전 검사장으로부터 성추행을 당했으며 2015년 8월 인사 과정에서 불이익을 받았다. 서 검사의 인사자료 확보를 위해 검찰 인사업무를 담당하는 법무부 검찰국을 전격 압수 수색을 하는 등 의욕을 보였다. 그러나 초기의 과감한 진상규명 노력은 이어지지 못했다. 후배 검사를 성추행한 혐의를 받는 전직 검사 진 모 씨와 안 전 검사장 등 주요 피의자에 대한 구속영장이 잇따라 기각됐으며, 구속기소 된 김모 부장검사도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풀려났다. 서 검사 성추행 사건을 무마했다는 의혹을 받는 최교일 자유한국당 의원은 소환 조사가 무산됐다. 심지어 조사단 단장인 조희진 검사장이 2014년 서 검사에 대해 총장 경고가 내려진 사무감사에서 결재권을 행사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안 전 검사장이 정기 사무감사에서 서 검사를 '표적감사'했다는 혐의도 규명되지 않았다.

서 검사의 폭로는 우리 사회 전반으로 '미투(#Me tooㆍ나도 당했다)' 운동을 촉발했다. 신속하게 검찰 조사단이 꾸려져 국민적 관심을 끌었다. 검찰이 법무부를 압수 수색을 하고 검찰 내부 인사를 수사하는 등 의욕을 보인 것만 해도 이전에는 없었던 일이다. 그러나 사건의 핵심인 성추행 의혹 규명에는 미흡했다. 안 전 검사장의 성추행 의혹은 이미 공소시효가 지난 상태에서 수사를 시작했기 때문에 처음부터 한계가 있었다. 조사단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기대보다는 성과가 미비했다. 이번에도 조직보호 논리가 작동한 '셀프 조사'의 한계를 드러냈다는 지적이 나온다. 검찰 특유의 보수적인 조직문화를 고려할 때 애초에 '셀프 조사' 자체가 무리였던 것이 아닌가 싶다. 지금까지 검찰의 조직보호를 위한 '제 식구 감싸기' 행태, 특히 수뇌부에 대한 수사 결과들을 볼 때 검찰 자체의 중차대한 범죄 행위에 대한 수사를 검찰에 맡기는 것은 문제가 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설치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계속해서 나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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