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벤져스3' 싹쓸이 흥행에 다시 독과점 논란

입력 2018-04-26 16:58   수정 2018-04-26 1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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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벤져스3' 싹쓸이 흥행에 다시 독과점 논란
상영점유율 72.8% 스크린 독점도 기록적
"스크린 상한제 등 정부가 나서야" 영화계 한목소리



(서울=연합뉴스) 김계연 기자 = 개봉 첫날 관객수 98만명, 매출액 점유율 95.1%, 스크린 점유율 46.2%. 영화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어벤져스3)가 지난 25일 수립한 각종 기록이다.
'어벤져스3'가 예상보다 더 거센 열풍을 일으키며 극장가를 집어삼키고 있다. 멀티플렉스 극장들의 상영관 몰아주기 역시 기록적이다. 전날 '어벤져스3'가 확보한 스크린 수는 2천461곳으로 지난해 '군함도'(2천27곳)가 세운 최다 기록을 9개월 만에 갈아치웠다.
'어벤져스3'는 전날 1만1천430회 상영돼 상영 점유율 72.8%를 기록했다. 극장에서 상영된 영화 4편 가운데 3편이 '어벤져스3'였다는 얘기다. 상영 점유율이 스크린 점유율을 크게 웃도는 이유는 스크린 한 곳에서 여러 영화를 상영하는 교차상영 탓이다. 상영관 한 곳에서 '어벤져스3'를 9번 틀고 다른 영화는 1번만 상영해도 두 영화는 같은 수의 스크린을 확보한 것으로 집계된다.


상영관 밀어주기와 교차상영 피해는 '어벤져스3'와 맞붙은 경쟁작들에게 돌아가고 있다. 같은날 개봉한 스릴러 '살인소설'은 스크린 427곳을 확보했지만 상영횟수는 842회에 불과했다. 스크린 한곳당 평균 2차례만 상영된 셈이다.
'어벤져스3'를 제외한 영화들은 어렵게 스크린을 확보했더라도 조조나 심야 시간대에 배정되는 경우가 태반이다. 이는 결국 관객 선택권 박탈로 이어진다. '살인소설' 관계자는 "'어벤져스' 광풍을 예상하긴 했지만 상영시간까지 이렇게 배정될 줄은 몰랐다. 관람하기 좋은 시간대를 '어벤져스'에 전부 내주는 바람에 '살인소설'을 보고 싶은데 볼 수가 없다는 관객이 많다"고 말했다.
멀티플렉스 극장도 할 말은 있다. 관객이 원하니 그만큼 튼다는 것이다. '어벤져스3'는 100만 장 넘는 사전 예매량이 판단 근거다. 멀티플렉스 관계자는 "개봉 전 이미 관객 기대치가 최고조에 달한 상태"라며 "극장 입장에서는 예매율 등을 참고해 관객이 보고 싶어하는 영화를 많이 편성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영화계에서는 스크린 상한제 등 정부 차원의 개선책을 한목소리로 요구한다. 정윤철 감독은 "유통업자가 수요와 공급을 조절해줘야 하는데 수요만 따라 움직이고 있다"며 "민간 차원에서 해결할 수 있는 단계는 이미 지났고 국가가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스크린 독과점을 규제하기 위한 영화 및 비디오물의 진흥에 관한 법률(영비법) 개정안이 여러 건 발의됐지만 진전은 없는 상태다.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국회의원 시절인 2016년 10월 대표 발의한 개정안은 1년 6개월째 국회 상임위원회에 계류돼 있다. 이 법안은 극장이 시간대·요일·관객수 등을 고려해 공평하게 상영관을 배정하고, 복합상영관은 예술·독립영화 상영관을 한 곳 이상 지정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았다. 더불어민주당 조승래 의원 등은 지난해 11월 대기업 직영 상영관에서 같은 영화를 40% 이상 틀지 못하도록 하는 좀 더 구체적인 안을 내놨다.
민병훈 감독은 "독과점식 배급구조에서 이미 감독이 좋은 시나리오를 쓰지 못하고 다양성 영화를 만들지 못하는 단계가 됐다. 문화 사막화가 시작된 것"이라며 "정부가 방치하지 말고 교통정리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dada@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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