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장질환 남성 얼굴 때려 숨지게 하면 유죄 인정 어디까지

입력 2018-04-27 06:45  

심장질환 남성 얼굴 때려 숨지게 하면 유죄 인정 어디까지
검사는 상해치사 혐의 기소…법원은 상해죄만 인정·집행유예 선고

(부산=연합뉴스) 김선호 기자 = 심장질환이 있는 50대 남성이 말다툼을 벌이던 대학생에게 얼굴을 맞아 5분 뒤 쓰러져 숨졌다면 가해 대학생에 대한 유죄 인정은 어디까지일까.

27일 공소사실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30일 오후 9시 30분께 대학생 A(20) 씨는 부산지하철 3호선 연산역에서 전동차에 탑승해 휴대전화 통화를 하다가 B(59) 씨에게 "좀 조용히 합시다"라는 핀잔을 들었다.
A 씨가 이를 무시하고 계속 통화하자 B 씨는 욕설과 함께 A 씨 머리카락을 붙잡고 흔들었다.
화가 난 A 씨는 자신을 따라 하차한 B 씨와 승강이를 벌이다가 B 씨 턱부위를 주먹으로 한 차례 때렸다.
A 씨가 휘두른 주먹에 아랫니 3개가 빠진 B 씨는 곧바로 쓰러지지는 않았다.
B 씨는 5분 가까이 몸을 비교적 자유롭게 움직이다가 바닥에 쓰러진 뒤 병원에서 허혈성 심장질환 등에 의한 심정지로 숨졌다.
검찰은 A 씨가 B 씨를 때려 사망에 이르게 했다고 보고 상해치사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부산지법 형사6부(김동현 부장판사)는 A 씨 선고공판에서 "2007년 관상동맥질환 시술을 받고 폭행 당시 허혈성 심장질환을 앓았던 B 씨는 A 씨 폭행으로 일시적으로 심장에 과도한 부담을 받아 급성심근경색으로 숨진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그러나 "목격자 증언과 B 씨의 치과 치료 내역, 나이 등을 고려할 때 A 씨 폭행이 B 씨를 사망케 할 정도는 아니었다. 폭행 부위인 턱은 급소가 아니며 B 씨가 지병이 있었던 점, 폭행 직후 곧바로 쓰러지지 않은 점 등을 볼 때 A 씨 폭행이 B 씨의 직접적인 사망원인이 아니다"며 상해치사 혐의를 무죄로 판단했다.
대신 재판부는 상해 혐의를 인정해 A 씨에게 징역 8개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사람을 폭행해 사망에 이르게 한 상해치사죄의 양형 상한은 징역 7년으로 보통 집행유예가 선고되는 상해죄 양형보다 높은 편이다.
wink@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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