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는 상해치사 혐의 기소…법원은 상해죄만 인정·집행유예 선고
(부산=연합뉴스) 김선호 기자 = 심장질환이 있는 50대 남성이 말다툼을 벌이던 대학생에게 얼굴을 맞아 5분 뒤 쓰러져 숨졌다면 가해 대학생에 대한 유죄 인정은 어디까지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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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공소사실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30일 오후 9시 30분께 대학생 A(20) 씨는 부산지하철 3호선 연산역에서 전동차에 탑승해 휴대전화 통화를 하다가 B(59) 씨에게 "좀 조용히 합시다"라는 핀잔을 들었다.
A 씨가 이를 무시하고 계속 통화하자 B 씨는 욕설과 함께 A 씨 머리카락을 붙잡고 흔들었다.
화가 난 A 씨는 자신을 따라 하차한 B 씨와 승강이를 벌이다가 B 씨 턱부위를 주먹으로 한 차례 때렸다.
A 씨가 휘두른 주먹에 아랫니 3개가 빠진 B 씨는 곧바로 쓰러지지는 않았다.
B 씨는 5분 가까이 몸을 비교적 자유롭게 움직이다가 바닥에 쓰러진 뒤 병원에서 허혈성 심장질환 등에 의한 심정지로 숨졌다.
검찰은 A 씨가 B 씨를 때려 사망에 이르게 했다고 보고 상해치사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부산지법 형사6부(김동현 부장판사)는 A 씨 선고공판에서 "2007년 관상동맥질환 시술을 받고 폭행 당시 허혈성 심장질환을 앓았던 B 씨는 A 씨 폭행으로 일시적으로 심장에 과도한 부담을 받아 급성심근경색으로 숨진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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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부는 그러나 "목격자 증언과 B 씨의 치과 치료 내역, 나이 등을 고려할 때 A 씨 폭행이 B 씨를 사망케 할 정도는 아니었다. 폭행 부위인 턱은 급소가 아니며 B 씨가 지병이 있었던 점, 폭행 직후 곧바로 쓰러지지 않은 점 등을 볼 때 A 씨 폭행이 B 씨의 직접적인 사망원인이 아니다"며 상해치사 혐의를 무죄로 판단했다.
대신 재판부는 상해 혐의를 인정해 A 씨에게 징역 8개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사람을 폭행해 사망에 이르게 한 상해치사죄의 양형 상한은 징역 7년으로 보통 집행유예가 선고되는 상해죄 양형보다 높은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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