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세 여동생에 국가수반 김영남…권력 서열 20위권 내 인물 5명
(서울=연합뉴스) 최선영 기자 =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문재인 대통령과 첫 정상회담을 위해 27일 오전 최고위급 대표단을 이끌고 판문점을 통해 군사분계선(MDL)을 넘는다.
김정은 위원장은 북한 정권 수립 이래 남한을 공식 방문하는 첫 최고지도자다.
김정은 위원장의 부친인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방남을 꺼려 두 차례의 남북정상회담을 모두 평양에서 치러야 했고, 조부인 김일성 주석의 경우 6·25전쟁의 와중에 서울 점령 시 잠시 다녀갔을 뿐이다.
그러나 김정은 위원장은 부친·조부와 달리 남쪽을 직접 찾아 한반도의 평화정착을 위한 대장정에 오른다. 이로써 남북 간 갈등과 대립을 대체할 새로운 평화정착의 역사가 쓰일지 기대를 하게 한다.
일반적인 외국 정상의 방한 일정과 거리가 있지만, 세계 유일 분단국가의 상징이라고 할 판문점에서 남북정상회담이 열린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각별할 수밖에 없어 보인다.
이번 정상회담에서는 기존의 남북관계 진전이나 군사적 긴장상태 완화 등의 논의를 훨씬 뛰어넘어 한반도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정착, 사실상의 한반도 냉전 구도 해체라는 핵심적 의제가 논의된다.
김 위원장이 예상 이상의 최고위급에 실세 외교·국방·안보진용으로 수행단을 짰다는 점에서 이번 회담에 임하는 각오와 의지도 엿볼 수 있다.
정상회담 공식 수행원은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김영철·최 휘·리수용 당중앙위원회 부위원장, 김여정 당중앙위 제1부부장, 리명수 총참모장, 박영식 인민무력상, 리용호 외무상,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장 등 9명이다.
이들 중 올해 2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생일 기념 중앙보고대회 주석단에서 서열 20위권 이내에 들어간 인사만 5명이다.
이 가운데 헌법상 국가수반인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은 공식 권력서열 2위로, 형식적이긴 하지만 대의기관인 최고인민회의의 수장이다.
또 북한의 외교를 총괄하는 리수용 당 부위원장 겸 국제부장은 권력서열 7위이고 리용호 외무상은 14위이다. 이 두 사람이 남북대화에 참가했다는 것만으로도 이례적이다. 이들이 북미정상회담을 앞둔 가운데 최대의제라고 할 비핵화와 관련한 논의를 주도하는 인물들이라는 점에서 뭔가 논의 진전을 위한 노림수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김영철 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은 권력서열 12위로 평창동계올림픽에서 시작된 남북관계 진전의 흐름을 이어가는 역할을 맡을 전망이다. 특히 서훈 국가정보원장과 구축한 채널을 통해 남북관계와 북미관계, 비핵화 프로세스를 조율할 것으로 예상돼 김 통전부장이 정상회담 전 과정에 참여하면서 앞으로 한반도 정세에 깊숙하게 개입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최 휘 당 부위원장은 권력서열 16위로 청년 및 직능단체를 담당하고 있어 남북·북미정상회담과 비핵화 합의 등으로 변화하는 한반도 정세를 북한 주민들에게 설명하고 설득하는 임무를 맡을 것으로 보인다.
권력서열은 낮지만, 이번 회담에서 눈길을 끄는 수행원은 국방정책을 총괄하는 박영식 인민무력상과 야전군을 총괄 지휘하는 리명수 군 총참모장이다.
한반도 정세변화의 분주한 행보 속에서 배제돼 있던 군부 투톱이 배석함으로써 문재인 정부가 기대하는 비무장지대(DMZ) 내 긴장완화 등의 조치를 끌어내고 평화정착 논의와 이행에 탄력을 불어넣을 것으로 평가된다.
여기에다 권력서열과 상관없이 김정은 위원장의 여동생으로 사실상의 비서 역할을 하며 한반도 정세변화의 물꼬를 튼 김여정 제1부부장도 중요한 수행원이다.
김 제1부부장은 김 위원장의 특사 자격으로 남쪽을 방문해 문재인 대통령과 회담을 했고 남북 여자아이스하키 단일팀 응원, 북한 예술단 공연 관람 등을 함께하고 북한으로 돌아가 문재인 정부의 진심을 김정은 위원장에게 전달하는 메신저 역할을 했다.
이처럼 김정은 위원장은 정권의 핵심이자 정상회담 의제와 관련한 책임자들을 대표단에 모두 포함으로써 이번 회담이 단순한 정치적 이벤트가 아니라 한반도에 변화와 새로운 평화를 가져오기 위한 걸음을 내디뎠다는 평가가 나온다.
chs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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