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잉 인도 지연, 화웨이 조사…이란 핵합의 불길한 징조

입력 2018-04-26 2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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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잉 인도 지연, 화웨이 조사…이란 핵합의 불길한 징조
북미 회담 앞두고 대이란 압박 수위 높일 듯



(테헤란=연합뉴스) 강훈상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파기 위협으로 존립이 위기에 처한 이란 핵합의(JCPOA·포괄적공동행동계획)를 둘러싼 환경이 더 험악해지는 분위기다.
미국 정부의 대(對)이란 압박 수위가 날로 높아지고 있어서다.
25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미국 보잉사의 데니스 뮐렌버그 최고경영자는 이란과 계약한 보잉 777 여객기를 재배정할 수 있는 다른 항공사를 찾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란 핵합의가 파기돼도 보잉 777 여객기의 생산 계획엔 차질을 빚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핵합의 이행의 '정수'이자 지속가능성의 척도로 주목을 모았던 미국 보잉사의 이란에 대한 여객기 인도가 늦어질 가능성이 부쩍 커진 셈이다.
애초 보잉사는 이르면 올해 안에 이란 국적 항공사 이란항공에 여객기를 인도할 예정이었으나 뮐렌버그 최고경영자는 "올해 안에 계획이 없다. 미국 정부의 절차에 따라 늦춰졌다"고 말했다.
보잉사와 이란항공은 트럼프 정부가 출범하기 직전인 2016년 12월 보잉 777기종 15대를 포함, 80대를 구매·장기임대하는 계약을 맺었다.
핵합의로 대이란 제재가 완화됐지만 미국인, 미국 기업은 이란과 거래하려면 미 재무부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보잉사와 이란항공의 계약은 전임 버락 오바마 정부때 허가받았으나 트럼프 정부가 들어선 뒤 이행이 불확실해지면서 차일피일 미뤄졌다.
보잉사 여객기가 이란에 판매되기만 하면 미국 기업뿐 아니라 미 정부의 눈치를 봤던 유럽, 아시아 등 다른 지역의 기업도 이란에 더 활발히 진출할 수 있는 신호탄이 됐을 터였다.
보잉사가 판매 금액을 받는 방식이 달러화 거래가 제한된 이란과 거래의 전범이 되리라는 기대를 모았다.
보잉사가 이란과 계약에 소극적일 것이라는 징조는 지난해부터 감지됐다.
지난해 11월 중동 최대 항공사인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 에미레이트항공이 예상을 뒤집고 에어버스 대신 보잉사와 보잉 787기종 40대를 사기로 하는 '깜짝' 계약을 발표했다.
당시 업계에서는 미 정부가 이란과 계약을 파기하려고 보잉사가 입게 될 손실분을 에미레이트항공으로 보전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나왔다.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5일 미 법무부가 중국 전자회사 화웨이를 대이란 제재 위반 혐의로 조사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 재무부는 열흘 전 이란, 북한에 수출한 혐의로 중국 통신장비 회사 ZTE가 이란, 북한과 거래했다는 이유로 제재를 부과했다.
이란에 통신장비를 수출하는 중국의 대표적인 2개사를 잇달아 제재하면서 이란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인 셈이다.
이란 핵합의를 수정하지 않으면 파기하겠는 트럼프 대통령의 시한(대이란 제재 유예 연장 시한)인 5월12일이 임박하는 시기상 요건과 맞물리는 만큼 핵합의 존속에 불길한 징조로 해석된다.
북한 핵위기가 급진전하는 국제 정세도 이란 핵합의엔 과히 호재는 아니다.
일각에서는 미국이 북미 회담 전인 5월12일 대이란 제재를 부활해 핵합의를 어기면 신뢰도를 잃게 되고 이는 북핵 해결에도 부정적이라고 전망한다.
논리적으로는 이 전망이 설득력 있지만 반대로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 회담을 앞두고 협상력을 높이는 전략에 따라 북한이 보란 듯이 이란을 고사시키는 결정을 할 수 있을 공산도 크다.
그가 전임 정부가 성사한 이란 핵합의는 '최악의 협상'이고, 자신이 추진하는 북핵 협상은 '좋은 협상'으로 규정해 단순하게 이분화할 수 있어서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이 협상장으로 나오게 된 것은 제재와 압박의 성과라고 이해한다면 이란 핵합의의 운명은 더 어두워지게 된다.
hskang@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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