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정부 차관을 장관 발탁…전직 총리 입김에 대통령도 불만 토로
(제네바=연합뉴스) 이광철 특파원 = 마피아와 정치권의 거래를 취재하던 기자가 살해되는 사건이 벌어진 뒤 정국이 요동치는 슬로바키아에서 내무장관 회전문 인사로 여론이 악화하고 있다.
안드레이 키스카 슬로바키아 대통령은 26일(현지시간) 페테르 펠레그리니 총리가 전날 신임 내무장관으로 제청한 데니자 사코바(42) 내무차관을 내무장관에 임명했다.
슬로바키아에서는 올해 2월 25일 이탈리아 마피아와 정치권의 유착을 취재해왔던 잔 쿠치악이 집에서 여자친구와 함께 총에 맞아 숨진 채 발견된 사건이 벌어진 뒤 진상 규명과 부패 척결을 요구하는 여론이 들끓고 있다.
쿠치악 피살 사건 후 2주 뒤 로베르트 피초 당시 총리의 최측근이자 마피아 스캔들에 연루됐다는 의혹을 받는 로베르크 칼리낙 내무장관이 책임을 지고 사퇴했지만, 여론이 악화하자 피초 총리도 물러났다.
신임 펠레그리니 총리는 우체국 최고경영자 출신의 토마스 드루커를 내무장관에 임명했으나 드루커는 사퇴 압박을 받는 티보르 가스파르 경찰청장을 경질할 힘이 자신에게는 없다며 한 달도 안 돼 사퇴했다.
신임 사코바 장관은 연립정부 여당인 사회민주당(Smer-SD)이 지명한 인사로, 칼리낙 전 내무장관 시절 차관을 지내 책임 논란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키스카 대통령은 전날 펠레그리니 총리가 사코바를 신임 장관으로 제청하자 국민의 신뢰를 회복할 기회를 낭비하고 있다며 사민당과 총리를 비판했지만, 임명을 거부할 수 있는 권한이 없다며 총리의 뜻을 받아들였다.
측근 인사들이 마피아와 연루된 정황이 드러나 결국 낙마했던 피초 전 총리는 여전히 사민당 당수로 정치권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펠레그리니 총리는 피초 정부의 부총리 출신이다.
슬로바키아에서는 27일 정부 해산과 조기 총선을 요구하는 대규모 집회가 예정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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